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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있는 여유<코뿔소의 짧은 글, 긴 생각>
코뿔소 | 승인 2015.09.04 20:38

필자의 요청으로 본명을 밝히지 않으며, 자유로운 글쓰기를 위해 원작을 최대한 살려 게재함을 밝힙니다.

- 편집자 주-

   
 
이현주 목사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이현주 목사님께서 가톨릭대 강의를 하시는 날이었는데...
비가 오는 날이었대요.  마침 강의도 끝났고 한가하던 차에 무얼할까...생각하고 계시는데,
젊은 교수님께서 인사동에 가서 차를 한잔 하시자고 했다네요.
좋다고 나도 마침 강의도 끝났고 하니 가서 여유있게 차 마시고 이야기 나누자고 해서...온수역으로 향하셨답니다.

역에 도착했는데 마침 전철이 도착했다는 안내멘트가 흘러나오자 마자...이 젊은 교수님께서 막 뛰시더랍니다.
이현주 목사님께서는 아시다시피 노인입니다... 그냥 가시던 걸음 그 템포대로 슬슬 걸어가시자 계단을 뛰어내려가시던 젊은 목사님께서 답답하단 표정을 지으시며 얼른 뛰어 내려 오시라고 손짓을 하시더랍니다.

그래도 그냥 천천히...마냥 천천히 걸어내려 가셨대요.
결국 그 전철을 놓치고 만 젊은 교수님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하시더래요.
그래서 이현주 목사님께서 세상에서 가장 잘못한 죄인의 표정을 지으시며 미안하다고 내가 나이도 먹고 무릎도 좋지 않아 뛸수가 없었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사죄 드렸더니...젊은 교수님의 굳은 얼굴 표정이 그제서야 서서히 풀어지시더랍니다.

인사동에 도착했고 찻집에서 차가 나와 한숨 돌리고 마시며 젊은 교수님의 그 심기도 얼추 가라앉자 말씀하셨다네요.
전철이 3분만에 한번 오는데...하루를 기다려야 한다면 나도 뛸지도 모르겠지만...그것도 아닌데...
내가 전철을 잡아타기 위해 여유있게 인사동에 가서 차를 마시려던 생각과 달리 그렇게 조급하게 뛰고 그래야 겠냐고...하셨다네요...
그 젊은 교수님...느끼신 바가 있으셨겠지요? ㅎㅎ

우리의 삶도 그러한것 같습니다.
내가 아무리 빨리 뛰려고, 높이 뛰려고, 멀리 가려고...
발버둥쳐 봤자...
내 상황이, 현실이, 형편들이...받쳐주지 않으면 내가 아무리 용을 쓰고 기를 써도 소용없는 일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냥 하늘에 높이 떠서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처럼,
어디로 가는지 방향도 모르고 그저 말없이 흐르는 냇물처럼,
한자리에서 뿌리 내리고 굳건히 땅에 뿌리를 박고 서있는 늘 푸른 나무들처럼,

그렇게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살아내는 우리 생이야말로...
이철수 선생님의 판화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 남에게 텅비어 있고 내게는 고요함>...그 자체인 그런 여유있는 삶...이 아닐까 이 아침에 생각해 봅니다.

ps 이제 각자 삶의 터전으로 돌아올 채비를 서두르고 계시겠네요.
이미 돌아오셔서 한숨 돌리시고 다시 내일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도 계실테고...
어쩌면 하루 더 묵어 내일 올라오시려는 분들 또한 계시겠지요...

천천히, 차창 밖 아름다운 풍경에도 가끔 시선을 던져주시고...
오시다 졸리시면 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잔 마시는 여유도 가지시고...
그렇게 그렇게 조심조심...오십시오.

<필자 소개>

   
▲ 필자 코뿔소.
찻집 여자!!

숱한 시집읽기와 김광석의 노래듣기로 태교!!

3개월 후면, 찻집 운영 4년차로 요샌 인디가수들의 음악에 매료, 심취하여 홍대 클럽까지 진출!!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백자’님의 노래 에 폭 빠져 있음)

영화, 연극, 뮤지컬, 사진전, 서화전 등 시간이 허락하면 어디든 혼자 댕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무조건 사서 읽어야 직성이 풀리며, 베스트셀러보다 좋아하는 몇몇 작가들의 책을 주로 읽어내는 '책 편식'이 매우 심한 까칠, 까탈스런 아줌마!!

‘기록의 중요성’을 알기에 다이어리, 편지, 수필, 시 등 무엇이든 끄적끄적 써서 보관하며, 가끔씩 보물찾기 허는 심정으로 하나 둘씩 읽어보며 혼자 흐뭇, 뿌듯해 함!!

책 소장의 기쁨을 알기에 화장품, 미용실 비용을 줄여 책을 사서 읽는 반면, 사람을 좋아하여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라면 마다하지 않으며, 술값은 아끼지 않는 이상한 버릇이 있음!!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동참하려 애쓰며 더불어 함께 살아내는 삶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

코뿔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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