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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알까<이수호의 우리 교회>
이수호 | 승인 2015.09.08 13:02

   
 
누가 알아줄까 아니 알기나 할까
알까 두려워 도둑질하듯 살금살금 아닌 척하며
누구는 화장실 청소를 하고 누구는 계단을 쓸고
누구는 바닥 걸레질을 하고 누구는 강대상 먼지를 털고
누구는 의자를 닦고 누구는 놓고 간 책들을 가지런히 꽂고
누구는 배식을 하고 누구는 설거지를 하고
누구는 교회 입구 길거리를 쓸고 누구는 골목길 휴지를 줍고
누구는 사진을 찍고 누구는 강대상 꽃을 갖다놓고
누구는 성가대에서 노래 부르고 누구는 성가대 가운을 빨아오고
누구는 노 권사님들께 차를 타 드리고 누구는 애기들과 놀아주고
누구는 벽화를 그리고 누구는 슬그머니 오르간을 갖다놓고
3-40 명 모이는 교회가 나 같은 어정쩡한 건달 몇을 빼고는
모두가 몰래몰래 뭔가를 한다
백일도 안 된 아기부터 80대 노인까지
좁은 방 한 칸에서 몸 부딪치고 있다
누가 시키는 사람 없는데 모두가 애틋하고 즐겁다
애기들과 또 다시 애기가 된 노인네들이 젤 신난다
애기들의 깔깔대며 뛰어다니는 소리와
입으로 꽁지를 따라다니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정겹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이렇게 3대가 함께하는 가족들 속에서
부대끼며 자라는 아이들은 건강하다
그건 내가 우리 아이 셋 키워봐서 안다
우리 아이들 100일 안 될 때부터 일요일은 교회서 자랐다
오전에 교회 같이 와서 오후에 돌아갈 때까지
여러 교인들 애정 어린 눈길과 관심이 우리 아이들을 키웠다
살아 있는 가족공동체는 가장 좋은 학교다
작은 교회는 이웃사촌이 함께하는 가족모임이다
우리교회는 바로 그런 교회공동체이다
오늘은 아기들이 많이 나왔다
이런 날 교회는 가장 활기차다
어른들은 각자 알게 모르게 눈치껏 필요한 일들을 찾고
그것은 지겨움이 아니라 즐거움과 기쁨이 되고
알 수 없는 보람이 되어 마음이 뿌듯하다
오늘은 더구나 누가 슬그머니 가져다 놓은 오르간의
그 부드럽고 고운 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져
목사님의 딱딱한 말씀조차 스무디나 라떼가 되어
달작지근하게 입속으로 흘러드는 느낌이었다

   
▲ 필자 이수호.

 

 

 

그는 전 전교조 위원장,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현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로 활동 중에 있다.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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