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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으로만 성서를 보는가?”<한신대 신대원 목요강좌2>
김령은 | 승인 2015.09.11 12:58

한신대 신학대학원 목요강좌 ‘미완의 기획, 종교 개혁을 되돌아 본다’, 두 번째 강좌가 진행됐다. ‘문헌학적 의미에서 본 성서번역과 종교개혁’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강좌는 안재원 교수(서울대 HK교수)가 맡았다.

   
▲ 안재원 교수(서울대 HK교수)
안 교수는 서양고전문헌학의 학문 방법론이 종교개혁을 비롯한 서양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사건 중심으로 설명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또한 종교개혁 정신 아래서 신앙이 아닌 신학적으로 한글 성경을 연구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그는 먼저 ‘르네상스’라는 말을 만든 페트라르카에 대해서 설명했다. 당시 테렌티우스(기원전 195 혹은 185 추정 - 159)의 희극 등장인물 중 한 노예의 ‘나도 한 사람이고 한 인간이다. 인간인 한, 인간사 그 어떤 것도 나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대사는 인본주의를 역사의 중요한 논제로 등장 시켰다. 키케로는 이 논제를 humanitas(인문주의)로 발전 시켰고 페트라르카는 이를 되살리고자 했다. 안 교수는 “이 때 그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은 고전문헌들이었다”고 설명하며 “고전에 대한 그의 사랑은 참으로 대단했다”고 전했다.

페트라르카는 수집한 고전 문헌과 필사본들을 모아 개인 도서관을 세우고 문헌들을 철저하게 고증하고 검증했다. 이때 그가 사용했던 검증 방식은 본격적인 문헌 편집의 중요한 지침으로 발전했다. 안 교수는 “페트라르카는 편집학(textcriticism)의 첫 계단을 놓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14세기에 페트라르카가 있었다면 15세기 문헌학사에 중요한 인물은 로렌쪼 발라였다. 안 교수는 “내가 발라를 이렇게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그의 합리주의 정신 때문”이라며 라틴어 번역 성경의 한 구절을 놓고 발라와 가톨릭 사제들이 벌인 논쟁에 대해 소개했다.

dicit ei Iesus si sic eum volo manere donec veniam quid ad te tu me sequere (Ad Johannem, 21. 22)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올 때까지 그를 머물게 하고자 할지라도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너는 나를 따르라 하시더라 (요한복음 21장 22절 - 개역한글)

   
▲ 로렌쪼 발라 (1407-1457)
안 교수는 “문제의 구절은 밑줄 친 si sic 이었는데 si는 영어의 if이고, sic은 thus를 뜻한다. 둘중 하나는 문법적으로 지워야 하는데 발라는 뒤에 나오는 sic을 원문에서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가톨릭 사제들은 주어진 전통을 보존해야 한다고 고집했다”고 설명했다.

논쟁은 발라의 승리로 끝나는데 ean(if)으로 되어있었던 그리스어 『신약성경』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 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던 발라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도대체 어떤 필사자(筆寫者)가 이성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단 말인가? (an melior ullus auctor est quam ratio?)”

안 교수는 “발라에게는 예수가 하느님의 독생자라 할지라도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한, 문법에 맞는 말을 사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이는 전승과 번역과정에서 잘못된 오류는 인간의 상식과 이성에 의거해서 고칠 수 있다는 선언 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라의 이성주의는 1516년에 에라스무스(Erasmus)가 그리스어 신약 성경을 편집할 때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또 루터는 독일어의 성경을 번역할 때 그의 신약성경을 기초본으로 참조했다. 안 교수는 “이 사건이야말로 서양 근세가 열리는 전주곡”이며 “이것이 종교개혁으로 이어지고 시민혁명,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계기를 제공했다”며 고전문헌학이 서양역사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 에라스무스 신약성경

이어 안 교수는 만한대역 신약성경, 김동소 교수 역주의 만주어성경, 푸와로 신부 고신성경, 조선시대의 성경직해 등을 시각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성경 사본 역사를 소개했다.

그는 “오늘날 한글 성경에 쓰인 단어나 문장은 현대의 감각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읽고 있는 한글 성경 또한 다시 점검되고 이야기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한국 교회가 신앙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아닌 신학적 검증과정을 통해 성경 원문을 연구해야 한다. 그것이 종교 개혁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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