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겸손이 기본 덕인 거 같아요. 특히 수도 생활은. 자기의 약점을 자랑할 수 있는 겸손.
(안희경) 약점을 자랑한다고요?
(이해인) 사도 바오로가 ‘내가 자랑할 것은 약점밖에 없다’ 이런 말씀을 했다고 성경에 나오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살면 살수록 알겠더라니까요. 아! 약점을 자랑하는 용기가 있으면 살겠구나. 언제나 망신당할 각오가 있는 사람들은 살아요.

- 이해인 수녀님과의 대화(4월 17일 경향신문)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은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이라는 타이틀로 연재되고 있는 경향신문의 기사 가운데 일부이다. 마음 전문가를 역시 전문 인터뷰어가 만나 대담하는 형식인데, 첫 마음 전문가로 진화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가 등장해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그런데 그 어느 학자의 분석적인 말보다 툭 하고 튀어나온 듯한 이해인 수녀의 ‘약점을 자랑하는 용기가 있으면 살겠구나’라는 말이 나를 요동치게 했다. 약점을 몰래 감추고 보완해가면서 강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약점을 자랑한다? 글쓰기에서도 이것이 중요하다. 글의 형식도 그렇고 글의 내용도 그렇고, 도무지 부끄러워 내놓을 수 없는 수치심을 먼저 버린다면 좋은 글쓰기는 가능하다. 글은 상호작용하는 모두와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내 글에 대한 나만의 평가는 글쓰기에서 반드시 버려야 할 낡은 유물일 뿐이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j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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