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환 목사. ⓒ에큐메니안

지난 9월 11일, 2822일의 재능교육투쟁이 마침표를 찍었다. 오랫동안 재능투쟁에 함께 했는데, 기분이 어땠나?

처음에는 아무생각도 나지 않고, 무덤덤했다. 합의소식을 들었을 때,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 있었다. 그때 ‘불한당’을 함께 했던 동지에게 전화가 왔다. 이 동지가 워낙 농담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재능 끝났대요”라고 했다. 그래서 “어~ 네, 알았어요” 하고 그냥 무덤덤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한 10분 있다가 유명자 지부장에게서 재능투쟁이 끝났다는 전화가 왔다.

사실 그때도 확실한 반응을 하지 못했다. “아~ 정말 잘됐네요. 네, 알겠습니다”라고만 대답했다. 당시 연락을 받은 것이 수요일인데, 목요일마다 불한당이 진행하는 재능투쟁 기도회가 있었다. 매 주일 준비하던 기도회가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실감이 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정말 감개무량해졌다.   

재능교육투쟁을 어떻게 알게 됐고, 함께 하게 되었나?
 
워낙 학교(신대원) 다닐 때, ‘사회운동’같은 것을 한 번도 해보지 않고, 오히려 좋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 졸업하고 목사가 되는 인턴과정에 들어가면서 이상하게 외롭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없다는 느낌이랄까? 이런 상황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때 누군가 김규항 작가의 〈B급좌파〉(야간비행, 2001)를 추천해줬는데, 읽으면서 김규항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분의 인터뷰와 글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당시 김규항 작가는 책 집필 외에도 투쟁현장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 글을 경향신문에 연재하고 있었다. 그 인터뷰 중 하나가 바로 재능투쟁 유명자 지부장에 대한 글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보고 넘어간 정도였다. 그 후 졸업한 학교(감신대)에서 김규항 작가의 강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당시 그 강연회에 스텝으로 ‘고난함께’의 이관택 목사가 일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선배라 페이스북 신청을 맺었다. 그러다 이관택 선배의 페이스북에 재능교육 기도회가 있다는 글 보게 됐다. 그때 ‘아! 그 인터뷰에 나온 재능교육이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가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소심한 마음을 넘어서 선배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았다. ‘저, 가 봐도 되요?’ 이것이 시작이었다. 그때가 2011년 말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갔던 재능투쟁에 4년을 함께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할 줄 생각은 했었나?

처음에는 한번쯤 경험상 가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여해서 현장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기독교사회운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방문 첫날, 뒤에 앉아 있던 나에게 유명자 지부장님이 오셔서 이곳에 어떻게 오셨냐고 인사하셨다. 그때 “저는 전도산데, 조금 힘드실 것 같아서 도와드리려고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한두 달은 띄엄띄엄 나갔던 것 같다. 이때는 재능투쟁과 함께 했던 기독대책위원회가 있었는데, 향린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기독여민회, 고난함께, 한기연 등이 함께 연합으로 연대운동을 했을 정도로 꽤 규모가 있었다. 하지만 소위 ‘종탑파’와 ‘강성파’라는 재능노조 선생님들 간의 갈등이 생기게 됐다. 그러다 2013년 2월경에 빨리 투쟁을 빨리 끝내고자 하셨던 선생님 두 분이 종탑 위(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맞은편 성당)고공농성에 들어 가셨다. 끝까지 투쟁해야한다는 '강성파' 선생님들과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당시 끝까지 남아있어야 한다는 측에 유명자 지부장을 비롯한 강종숙, 박경선 씨가 있었다) 이후 8월 26일에 회사 측과 합의를 하면서 종탑에 올라가셨던 선생님들은 회사로 복귀하시고, 나머지 세 분은 이 투쟁이 제대로 끝날 때 까지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

▲ 2013년 3월 불한당이 함께 한 기자회견의 모습. ⓒ에큐메니안

당시 기독대책위원회는 이런 갈등 속에서 두 선생님 측을 화해시키려고 노력 했지만, 갈등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결국 해소하게 됐고, 매주 이어지던 기독대책위원회의 기도회가 한 달 정도 쉬게 됐다. 그러면서 투쟁을 계속하고 계신 선생님들 편에 서서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개인자격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모인 사람들은 몇 명 되지 않았지만, 투쟁의 지속성과 기도회를 이끌기 위해 모임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아직 끝나지 않은 재능투쟁 승리를 위한 기독인 모임 불한당’(불한당은 ‘불을 지르려 한당’의 줄임말이다)이다.

재능교육과 함께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기독대책위원회가 해소되었을 때 가장 힘들었다. 사회운동은 동력이 필요한데, 단체들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재능투쟁에 기독대책위원회의 해소 후, 남은 사람들이 너무 개인들이었다. 그래서 동원할 인력, 자금, 네트워크가 많이 부족해서 난감했다. 참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또한 작년(2014년) 사순절을 맞아, 재능투쟁을 위한 릴레이 기도회를 열었는데, 개인적인 다른 일들이 많이 겹쳐서 부담이 됐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많이 지치게 됐고, 힘에 부쳤다.

그렇다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개인적으로 재능투쟁을 하면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됐고, 결혼식에 재능투쟁 선생님들이 함께 오셔서 축하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매주 기도회를 하다보면 ‘현장의 증언’이라고 해서 선생님들의 발언을 듣는 시간이 있는데, 아무래도 투쟁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선생님들도 ‘우리가 정말 계속 이 일을 해야되나?’라고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발언 중에 “함께 해주는 불한당 동지들이 옆에 있어서 잘 버텨 낼 수 있다. 불한당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라고 하셨을 때, 너무 큰 보람을 느꼈다.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정말 없다. 일주일에 한 번 기도회 하는 것 외에는 없는데, 작은 힘이나마 그 분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불한당에게는 기쁨이다. 하지만 역시 아무래도 제일 기뻤던 순간은 재능투쟁이 합의를 이루고 승리했던 순간이다. 

▲ 지난 9월 11일 '재능투쟁 승리보고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이동환 목사. ⓒ에큐메니안

▲ (왼쪽부터) 강종숙 전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과 박경선 씨, 유명자 씨. ⓒ에큐메니안

지난번 ‘재능투쟁 승리보고대회’에서 “재능투쟁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고 했다. ‘전환점’이란 어떤 의미인가?

나왔던 말이지만, 저는 굉장히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고,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집안 자체가 정치적으로 보수적이었기도 했다. 서른 둘 까지만 해도 집회현장을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건강한 일반 목회를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재능투쟁을 알고 나서부터 그 생각이 많이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평소에 그렇게 욕했던 기독교사회운동을 하시는 목사님들이 실은 그런 분들이 아니구나!’, ‘오히려 앞에서 싸우는 분들이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되면서 신앙과 목회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혀 다른 목회를 지향하고 있다.

목사가 있어야 될 자리가 어디인가? 그곳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셨던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계셨던 곳은 어디인가? 그곳은 갈릴리로 가난한 민중들, 병든 자들, 빼앗긴 자들, 가난한 사람들이 살 던 곳이다. 예수를 따른 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그리스도인, 특히 목회자로서 ‘사회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위의 시선, 교회현장과의 온도차이 등 하지만 이런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 목회자의 사회 운동 참여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리스도인의 비전은 하나님나라를 일구어 가는 것이다. 좀 더 교회언어로 말하자면 이 땅에 천국을 만드는 것일 수 있다. 우리는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를 만들어가는 과정 안에, 또 그 역사 안에 살고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 삶의 목적은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만드는 것으로 분명해진다.

하나님나라는 아픔과 슬픔, 압제가 없고 정의가 이뤄지는 곳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애써야 한다. 억울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누구나 정의로운 세상에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사회 참여, 사회운동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다. 특히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가장 큰 악은 신자유주의 체제로, 그 체제에 맞서 이 땅에 정의를 실현하기위해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참여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노동자들이 탄압받고 있는 시대이다. 이 현실에 대해 목회자들은 어떻게 바라봐야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먼저 목회자들이 성서를 올바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물론 영혼과 구원에 대한 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성서는 그것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구약부터 신약에 걸쳐 그것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정의’와 ‘평화’다. 바로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 부분은 다 놓치고 반쪽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지침은 성서다. 그렇다면 그 성서를 깊이 있게 볼 때, ‘하나님의 마음, 예수의 삶은 이런 것이구나!’, ‘늘 빼앗긴 자들과 억눌린 자들에게 있구나!’라고 우리는 느낄 수 있다.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하는데, 세상을 단편 단편이 아닌 어떻게 돌아가는지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한다. 이것은 인문학적 사회학적 소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목회자들은 독서와 더불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목회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런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현장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알리고, 기도회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처럼 실제로 그 현장에 가봐야 한다. 물론 모든 목회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다 그렇게 살 수 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교회에서 조금씩 이런 이야기들을 성서를 통해 알리고, 함께 기도를 하고, 현장을 방문하고, 헌금을 모금하는 식의 방법을 분명 찾아볼 수 있다.

앞으로의 희망과 꿈은 무엇인가?

재능투쟁의 승리로 ‘불한당’은 다른 투쟁현장을 선정해 연대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이처럼 같이 뜻을 함께할 동지들과 계속 현장을 찾아가서 그 분들과 함께 울고 웃고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일을 평생하고 싶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교회(영광제일교회) 성도들과 지금보다 마음이 맞아서 이런 운동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결국은 한국교회가 그렇게 바꿔가야 하는데 이는 현실과 괴리가 심하다. 투쟁현장에서 만나는 기독교인들이 많은 것 같아도 사실 한줌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걸 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교회에서 교인들이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가 크다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은 이것을 어떻게 좁힐까 하는 것이 고민 중인데, 앞으로도 교회현장과 사회현장의 거리를 좁히는 일들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다.

▲ 이동환 목사는 하나님나라를 비전으로 가지고 있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참여는 당연한 것이라고 전했다. ⓒ에큐메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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