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이 1년에 한 번씩 떠들썩한 잔치로 소란스럽다. 푸른 잔디 위에서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고, 음정과 박자는 틀리기 일쑤지만 무대 위에 오른 할머니는 가수 못지않은 환호를 받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점잖은 할아버지들은 연신 미소를 지어 보인다.

무대 뒤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행사 준비로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바자회에 마련된 상품들을 마련하느라 바쁘기만 하다. 그래도 시끌벅적한 잔치 소리와 이웃과 나누는 담소가 웃음을 떠나지 않게 만든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전북 군산시 대야면의 ‘큰들축제’의 모습이다.

▲ 큰들축제는 교회가 준비하고 주민들은 구경만 하다가는 행사가 아니다. 다양한 공연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큰들축제는 2007년 처음으로 시작돼 이제는 대야면을 넘어 군산시의 유명한 가을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축제를 기획하고 9년째 섬기고 있는 것이 지경교회이다. 한해 농사로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훌훌 털고, 모든 마을사람들이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마련한 ‘큰들축제’는 추석이 겹친 올해를 예외로 매년 9월 마지막 주일에 진행된다.

축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은 지경교회 담임 장철희 목사이다. 지경교회에 부임한지 올해로 10년이 되는 장 목사는 신학교 시절, 고향교회나 농촌교회에서 벌였던 마을 축제를 벌였던 것에 대한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지경교회가 단순히 대야면에 위치한 교회가 아닌 마을에 필요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야면에 꼭 있어야할 교회로 자리를 잡으려면 교회라는 담을 넘어야 한다”며, 대야면민들에게 교회가 ‘우리 지경교회’로 불리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시작한 축제가 이제 군산시의 축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한 축제가 될 수는 없었다. 누구나 편히 와서 즐기는 축제를 기획했지만 교회에 대한 편견은 축제를 교인들만의 행사로 바라보게 했다. 마을 이장들도 ‘교회 행사에 구경꾼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농촌교회에서 축제를 위해 1천5백만원 예산, 따로 교인들이 3천여만 원의 후원금 등이 투여됐지만 3회 때까지 반응은 냉랭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다. 3년 동안 ‘큰들축제’를 지켜본 마을 이장들은 지경교회에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비로소 ‘큰들축제’가 오로지 면민들을 위한 행사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제는 주민동원 및 선전, 경품 후원, 수상자 및 장학생 선발 등 이장단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후, 큰들축제는 점차 발전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 무대를 중심으로한 메인 행사와 함께 코너체험 및 문화체험 프로그램은 축제의 재미를 더해준다. ⓒ에큐메니안

큰들축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효자효부상, 장한 어버이상, 각 기관 직원들에게 주는 친절봉사상, 장학금 등 각종시상과 더불어 새마을금고 난타팀, 군산 청소년 수련관 댄스 동아리, 전북예향무용단, 대야문화원 등 지역 동아리와 단체에 소속된 주민들이 나서서 갈고 닦은 장기 선보인다. 주민들이 함께 축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노래자랑, 행운권 추첨, 문화체험, 바자회 등 다채롭다. 내빈도 지역 국회의원, 시의회, 시장, 각 기관장들이 다녀갔으며, 승용차,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 경품까지 푸짐해 졌다. 아마도 9년간 꾸준히 축제를 통해 마을을 섬겨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대야면사무소에서는 내년 ‘농촌활성화 사업’ 아이템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 ‘큰들축제’를 응모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경교회도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 농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예를 찾기 힘든 사례라는 것이다.

▲ 지경교회 장철희 담임목사. ⓒ에큐메니안

장철희 목사는 “교회가 지역사회에 관심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나님을 가까이에서 보여줘야 한다”며, “가장 큰 고민은 지경교회가 대야면민과 같이 호흡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회는 섬김이 살아있어야 한다. 교회가 건강하려면 섬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교인들에게 손해를 봐야 섬김이 된다고 말한다. 손해보지 않고, 사소한 이익을 다 챙기려 한다면 섬김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성경에서 말하는 섬김,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데, 주머니를 풀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병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지경교회의 ‘큰들축제’가 남긴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지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교인수가 증가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장 목사는 큰들축제의 가장 큰 성과를 “주민들이 즐거워하고, 기쁜 하루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임을 강조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마을에 떠들썩한 활력을 불어넣는 잔치는 계속됐다. 큰들축제가 앞으로 지역 마을의 모범을 넘어 한국교회와 사회의 좋은 모범으로 더욱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 노래에 흥이 난 할머니가 무대 앞으로 나와 춤 실력을 뽐내고 있다. ⓒ에큐메니안

▲ 마을 축제가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즐거운 날이 된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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