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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전을 허물어라<이수호의 우리교회>
이수호 | 승인 2015.10.28 10:35
   
 

파란 가을 햇살이 통유리 창에 가득한

10월의 마지막 주
우리는 일동 숲속작은집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목사님은 오늘이 종교개혁주일이라며
“이 성전을 허물어라” 외치던 요한이 기록한
2000년도 더 전의 예수의 성전정화 사건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500년 전쯤
거대한 베드로성당을 짓기 위한
면죄부 판매에 항의하며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붙인
루터의 95개 조에 달하는 대자보도 소개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큰 교회 짓기는 멈추어지지 않은 것 같다
유럽을 비롯한 기독교가 전파된 대륙이나 나라마다
전쟁 노예나 원주민의 피로 세워진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지무지하게 아름다운 성당들
단체 여행객들이 줄지어 들어가며
입을 쩍쩍 벌리고 있다
뭐든지 일등 좋아하는 우리나라도 뒤질세라
세계에서 열 손 안에 드는
큰 교회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이렇게 썩은 돈 냄새를 풀풀 날리며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성경
소리치며 아무리 악을 쓰면 무엇 하나
그 자체가 폭력이다
 
“우리교회가 작은 것은 부끄러운 노릇이 아닙니다만
우리교회가 제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예배당이 아름답지 못한 것은 허물이 아닙니다만
성도들이 아름답게 살지 못하는 것은 큰 죄악입니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목사님의 설교말씀이
삼삼오오 둘러앉은 우리 식구들 귓가에
가을바람 솔향기에 실려 조곤조곤 울려오고 있었다
덤으로 솜씨 좋은 ㅈ 권사님이 끓이고 있는
침이 절로 도는 육개장 구수한 내음까지
 
 

   
▲ 필자 이수호.

 

 

 

그는 전 전교조 위원장,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현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로 활동 중에 있다.

 

이수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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