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8번 출구 삼성본사 앞 광장에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급성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故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이 8년 동안 삼성을 상대로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유미씨의 죽음은 삼성전자계열 공장의 비인격적인 노동환경이 세상에 드러나게 했다. 반올림을 통해 제보된 피해노동자만 현재(2015년 9월) 293명, 백혈병 등 희귀난치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106명에 이른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과 책으로 사건이 알려지자, 작년 삼성전자 측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공익법인을 설립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조정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삼성은 독단적인 보상안을 내놓았다. 이에 반올림과 피해자 가족은 삼성측의 보상안에 합의하지 않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지지부진한 싸움을 이어가는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고통을 연대하기 위해 모인 예배 공동체 고함은 박진수 전도사의 마음을 여는 노래로 예배를 시작했다. 

 

이날 하늘뜻 펴기를 맡은 진광수 목사(고난함께 사무총장)는 “조정권고안의 핵심은 공익법인을 만들어 재발방지책과 보상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었는데 삼성은 자신들만의 보상위원회를 만듦으로 개별적으로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는 사회적으로 공론화 된 사건을 삼성이 한 개인의 문제로 바꾸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진 목사는 “삼성은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가해자측이 보상기준을 제시하고 보상 지급 과정을 총괄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삼성에서 구성한 보상위원회는 보상금을 받으면 민, 형사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이 약속을 어길 시 보상금을 모두 반환한다는 조건을 내 건 ‘수령확인증’에 싸인하도록 피해자 가족을 종용한 바 있다. 또한 피해자 가족에게 이러한 보상 과정을 함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진 목사는 “삼성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지고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전하며 말씀을 마쳤다. 

 

현장의 증언을 맡은 황상기 씨(故 황유미씨 아버지)는 “권오현 대표(삼성전자)가 언론을 통해 암투병 중인 직원들을 방치한 것을 사과하고 재발방지에 충실하겠다고 한지 1년 6개월이 지났다”며 “말만 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삼성의 거짓말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황 씨는 “삼성의 위대함은 결국 노동자들의 안전 관리비로 이루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창피한 줄 모른다”며 “삼성이 자신들의 죄와 창피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모아 삼성을 꾸짖어 달라”고 부탁했다.  

 

삼성 본사 앞 반올림 농성장은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매일저녁 6시 이어말하기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집회 허가를 받은 곳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발언, 공연 등 다양한 형태로 농성에 참여할 수 있다. 

 

이날 예배는 다짐하는 노래로 ‘보리라’를 함께 부른 뒤 이진경 목사(협성대학교)의 축도로 마무리 됐다. 다음 39번째 고함예배는 11월 23일(월)오후 6시 서울역에서 <KTX해고 노동자와 함께하는 기도회>로 진행되며 남궁희수 목사(기독여민회)가 하늘뜻 펴기를 맡는다. 

▲ 예배 시작 전 진광수 목사(고난함께)와 함께하는 이어말하기가 진행됐다. ⓒ에큐메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