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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다리 위에서<이수호의 우리교회>
이수호 | 승인 2015.11.11 15:02
   
 
바람이 어지럽게 불고 비가 내렸다
옷 속으로 파고드는 냉기에 몸은 움츠려졌으나
교인들 마음은 따뜻하고 눈빛은 맑았다
토시를 낀 두 팔을 벌리고 허리 잘린 채
그 시절 어린 시다들을 바라보듯 연민의 여린 눈으로
전태일은 동상으로 거기 그렇게
궂은비 함께 맞으며 서 있었다
오늘은 전태일이 뜨겁게 간 지 45년 째 주일
우리교회 식구들이 태일이 제 몸을 불사른 자리에 모였다
큰 교회가 싫어 셋으로 나눠진 교회
향린교회 교인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태일의 남은 세 남매처럼 오순도순 모였다
태일이 먼저 시대의 증언으로 설교를 한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
그리고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
자기 몸을 불태우며 잘못된 세상을 향해 저항하며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있다
45년간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막무가내 박근혜 정권은 답한다
안 돼 노동개혁을 해야 돼 근로기준법을 고쳐야 돼
더 낮은 임금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너희 노동자들은 한국 경제의 걸림돌이야
너희들이 희생해야 우리나라가 잘사는 거야
모두가 노동자인 교인들은 생각한다
우리가 희생하면 정말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될까
일하는 노동자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노동자가 불행해지면 나라가 어려워지는데
지금도 노동자가 고통스러워 나라꼴이 이 모양인데
도대체 노동자의 불행으로 어떤 국민을 행복하게 하려는지
전태일과 어깨 걸고 드리는 다리 위 예배는
45년 전 그날처럼 암담하기만 한데
예배 끝 순서로 서로 손잡고 드리는 공동 축복기도는
우리교회 교인들의 뜨거운 눈물이 되어
한 많은 청계천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 필자 이수호.

 

 

 

그는 전 전교조 위원장,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현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로 활동 중에 있다.

이수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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