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2년 발표한 회원국의 소득불평등 현황은 우리 언로에 여러번 보도된 것이다. 각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소득불평등에 따른 빈곤층의 확대가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인 정치적 문제라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대통령이나 총리 등 행정부 수장의 지지도가 평균 40%선으로 정치인에 대한 불신의 정도가 역사상 가장 높게 된 이유가 국민소득의 불공평한 분배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지은 <21세기 자본>은 우리나라에서 찬반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그의 소득계산 방법은 OECD가 이미 채택하였고 위의 통계도 그의 방식에 따라 산출된 것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일인당 GDP란 추상적이고 명목적인 소득이 아니라 세금을 제한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소득분배구조를 파악하여 국부와 개인의 실질소득을 동일시하던 지금까지의 환상에서 깨어나 시민들이 영위하는 생계의 실재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OECD는 빈곤율(poverty rate)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빈곤선 이하로 소득이 하락한 인구수를 전체인구수로 나눈 숫자다”. 물론 연령층은 정해져있다. 부국과 빈국 등 나라에 따른 상대적 소득격차가 있으니, 빈곤하다 해서 모든 나라 빈곤층의 소득이 같은 것은 아니다. 2012년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0.146으로 전체적인 순위로는 조사대상국 31개국 중 말째로 헤라여 6위이고, 우리 앞이 0.140인 스페인이 있고, 미국은 0.179로 끝에서 3번째인 심각한 상태이다. 끝자리는 0.457인 맥시코가 차지하고, 터키가 0.402로 미국 다음이다. 31개국 중에 빈곤율이 0.099 이하인 나라가 16개국이나 되니 우리의 빈곤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90년 1분기 209만 7826원에서 2014년에는 1분기 1001만 9071원으로 5배 늘었고, 반면 하위 10% 소득은 24만 8027원에서 82만 449원으로 3.3배 증가하는 데 그쳐, 상위 10%와 하위 10% 간의 소득 격차는 같은 기간 8.5배에서 12배로 벌어졌다 한다. 이것은 독일(6.7배)이나 프랑스(7.2배), 캐나다(8.9배)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 한다. 우리 기업의 고용구조는 중소영세기업 중심을 되어 있는데 소득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고 대하지 않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보인다. 

  

그리스도교인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가난한 이들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도우려 하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해 준 것이 바로 그리스도에게 해 준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모르고 있던 옛날에도 모든 나라가 가난구제를 국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었다. 기원전 중국대륙 안에 있던 여러 나라의 흥망역사를 보면, 가난에 따른 사회적 불안은 외적이 침입할 명분과 동기를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원전 500년 경 이미 노자는 “하늘의 도는 남는 데서 덜어 부족한 것을 보충해 준다. 세상의 도는 그와 같지 않으니 부족한 사람에게 덜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봉양한다. 누가 능히 여유가 있는 것으로 천하를 봉양할 수 있겠는가? 오직 도를 가진 사람인 것이다.”(도덕경 :77장)에서 는 말을 남겼다. 노자가 살던 나라와 그 시대에 할 수 있었던 말을 2500여년이나 지난 우리 시대에도 인용할 수 있는 것은 시대가 변하고 국민소득이 늘어도 빈부격차의 여전히 우리의 큰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은 노자가 말한 대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기업은 “부족한 사람에게 덜어 여유 있는 사람을 봉양”하는 세속의 법을 선호하고, 소득이 낮은 일반서민들은 하늘의 법을 따라 “남는 데서 덜어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기를 원할 것인데, 이런 상충되는 요구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민심이 바로 천심이라 하고, 우리 정치인들도 스스로도 천명을 받았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하늘의 법을 땅에서도 시행할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 시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청문회를 통해서 다 알려진 것과 같이 상당수의 각료들이 가진 도덕적 의식수준이 일반인에게 미치지 못하여, 과연 세속의 법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하늘의 법을 추구하려 노력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든 시민들이 바라는 대로 그들이 청문회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재정향(reorientation)을 약속하여, 사람들이 믿음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러한 정치지도자가 선량한 의지를 가지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실패를 했을 때 안타까워하겠지만 지나치게 나무라고 비판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것은 그런 사람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모든 시민들도 실패에 대해 부분적인 책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가난의 문제는 정치-경제적인 문제일 뿐일까?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민중신학 또는 해방신학에서 배운 것은 가난은 정치-경제의 영역에 속하기보다 신학의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도교 각종 종교단체에서 노숙자와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는 것은 일반인들과 같이 자선사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 그러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미국 이야기를 한다고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미국에는 900만 명 정도의 노령자들이 의지한 사람도 없이 소외되어 외롭게 살면서 의식주 해결을 못하고 있다. 이들은 성서에서 말하는 가난한 사람(루카 복음)이고 마음이 가난한 사람(마태오 복음) 둘 다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정부도 감당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는 동양의 옛말이 있다. 정치인이 아닌 노자와 같은 정신적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또한 가난이 온전히 경제적-정치적인 사안이 아니고 도덕적-윤리적 차원에 속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학의 역사로 보아도 그렇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철학을 강의하는 교수의 자격으로 <국부론>을 저술하였다. 경제가 그 모태인 윤리를 떠났을 때 생기는 문제가 가난과 극도의 소득격차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우주와 인간, 우주만물은 모두 하느님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께서 창조하지 않은 물질세계에 의식이 있는 인간을 창조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신을 창조한 그분이 물질도 창조하셨고, 물질과 정신의 근원인 하느님은 영이시고 사랑이시니 이성으로 판단하여도 그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신학자들의 말대로 가난은 정치-사회-경제의 영역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신학의 영영에 속한다는 말이 진리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웃 사랑”이라는 가르침의 수행을 자신의 사명으로 하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의 활동은 그 의도의 순수성과 동기의 정직성으로 인해 사회사업과 사회공헌보다 더 뛰어난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자의 말씀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간의 도가 아닌 하늘의 도를 따라 남은 것을 모자라는 사람에게 보태는 정도를 넘어 남지 않아도 이웃과 나누는 세상이 된다면 물질과 정신을 서로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 이원론에서 벗어나 진정한 그리스도교의 정신을 구현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2012년 OECD가 발표한 각국의 빈곤상황 보고서에 우리나라가 가장 심각한 소득불평등 국가에 속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행동해야 할 책임은 정치인의 몫이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 종교인들의 몫이 아닐까? 경제와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역 즉 신학의 영역이니 말이다.  사람들 중에는 이런 말을 하면 다 아는 사실을 강조하여 국론을 분열시킨다고 나무라는 사람도 있다. 과연 그러할까? 사실을 인정하기를 꺼려하는 것은 나누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닐까? 두려움은 배신의 씨앗이라고 했다. 누가 누구를 배신한다는 말인가?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스도를 배신하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