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에 핀 백합화를 친히 입히시는 하나님, 공중의 새도 보살피시는 하나님께서 어찌 고아된 그 자녀를 보살피지 않으시겠는가! (사진제공 이옥희 선교사)

비자문제로 인도에 들어가지 못한 채 1년의 세월이 지났다.
많은 염려와 두려움이 나를 에워쌌다. 그러나 내가 염려했던 일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모든 사역들이 무리함이 없이 잘 진행되고 있어서 감사와 찬양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시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라고 고백하면서 하루하루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며 하나님이 선교의 주관자이심을 고백하며 다시 떠나갈 준비를 한다.

인도로 비자문제로 인한 쇼크 속에서 나의 가장 큰 염려는 교회 건물 건축이었다.
교회 건축이라는 것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면 은혜롭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선교사는 후원자와 후원을 받는 교회 사이에서 많은 고통을 당하게 된다. 가끔 그런 고통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가 현장에 있기 때문에 인내하면서 건축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교사가 부재하여 건축현장을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 교우들과 목회자들이 해이해져서 건축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할 수 도 있어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이 나를 내리 눌렸다. 과연 그런 일이 발생하기는 하였지만 이메일과 전화로 소통을 하면서 현지 목회자들과 두 분의 선교사들이 협력하여 끝내는 목표했던 건물들을 다 완성시켰다. 초조하여 전화를 걸고 흥분한 목소리로 야단을 치고 이메일로 실망을 표하며 꾸짖었던 나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러웠다.

내가 현장에 있지 아니하고 부재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친히 자신의 교회와 학교를 지키시며 세워주셨다. 케랄라의 망가뚜띠교회, 안드라푸라데시의 가디베믈라교회, 와달라교회, 성베드로교회, 코니데두교회, 꼰다깔라와틀라교회, 모라구디교회, 베나두교회, 카르나타카의 체띠빨라얌교회, 마니푸르의 신학교 기숙사가 바로 그들이다. 앞으로도 3개 교회가 건축을 마치는 대로 봉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선교사가 부재한 현장에 가서 봉헌예배를 드리고 돌아온 한국교회 후원자들이 은혜를 받고 다시 교회건축 후원을 하는 일이었다. 올해 6개 교회의 건축 후원을 받아서 3개 교회 건축을 시작하였으며 3개 교회는 물색하는 중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일하심의 산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선교사는 부재하여도 하나님은 항상 함께 하신다.

두 번째 염려는 사역에 대한 후원과 공급의 건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시험은 매월 지불해야 하는 에이즈 피해아동들의 집 운영과 자매결연 후원 지속의 건이었다. 고아원 시설에 있는 60여 명의 아동들과 집에서 거주하는 10여 명의 지체장애 아동들, 빈민 아동들에 대한 생활비와 교육비 지원은 나로 하여금 많은 걱정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후원의 중단으로 헐벗고 굶주리며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생각 만해도 끔찍하였다. 그러나 선교사의 현장 부재와 한국 경제의 불황이라는 것이 맞물려서 나를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최악의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고아와 과부의 하나님”께 기도하며 아이들을 계속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며 양육하는 일은 아무리 어려워도 중단할 수 없다고 고백하였다.

기독교가 개독교라고 조롱당하는 현재 한국교회 상황 속에서 선교사가 현장에 없으면서 후원금을 독려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후원의 증가는 꿈도 꿀 수 없고 있는 그대로 현상 유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를 드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의 염려가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보여주셨다. 1년 동안 아이들의 생활비를 때에 맞게 공급해주셨으며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자매결연 후원자들을 보내주셔서 용기가 백배되게 만들어 주셨다.

들에 핀 백합화를 친히 입히시는 하나님, 공중의 새도 보살피시는 하나님께서 어찌 고아된 그 자녀를 보살피지 않으시겠는가! 

▲ 우리 아이들이 후원의 중단으로 헐벗고 굶주리며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생각 만해도 끔찍하였다. (사진제공 이옥희 선교사)

세 번째 염려는 선교사와 자원봉사자에 관련된 인적자원에 대한 것이었다.
사역의 지경이 넓어지고 다양해지면서 달릿 선교 현장에 선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의 협력과 필요가 절박해졌다. 준비되고 훈련된 사람이 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직접 사람을 받아서 훈련시키면서 함께 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역과 인적훈련을 겸하는 일은 그야말로 “계륵”이었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별 볼일이 없는 닭갈비를 먹는 것 같은 일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였다. 계속 하자니 힘들고 어려운데 반해서 효과도 별로이고 하지 않자니 그나마 부족한 일손을 불러 올 유일한 길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그만 두지도 못했다. 어쨌든 일꾼 부족을 절감하며 “추수할 일꾼”을 위한 기도를 날마다 입버릇처럼 아뢰었다.

아뿔싸! 일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나 자신이 비자문제로 입국을 하지 못하게 되자 처음에는 꿈인 듯싶었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연이어 두 명의 일꾼이 비자 문제로 쫓겨 나오는 것을 목격하자 정신이 버쩍 났다. 두 개의 쎈타 건물관리와 직원관리, 프로그램 운영과 교회건축 감독 등등의 일을 감당할 일꾼이 결국 한 명만 남는 지경에 이르렀다. 억장이 무너졌으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가 어려웠다. 두 개의 쎈타를 맡겨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찬양했던 입으로 나는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하였다.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왜 저에게는 두 개의 선교 쎈타를 주셔서 이 고통을 당하게 하시냐고 따지며 반문하기도 하였다.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께 돌려 드리며 주의 뜻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는 길 외에는.

“하나님, 선교쎈타를 세우신 분은 당신이고 운영하시는 분도 당신임을 압니다. 선교쎈타를 세우신 당신의 뜻과 계획이 이루어지길 빕니다. 제가 비자문제로 들어가지 못하오니 당신의 사람을 보내셔서 친히 운영하시옵소서. 원수가 저를 비웃지 못하도록 일꾼을 세우시고 제가 있을 때 보다 부재 시 사역이 왕성하게 하시옵소서. 원수가 저를 쓰러뜨리지 못하도록 일꾼을 세우시고 달릿과 아디바시를 향한 복음의 선포와 구원과 해방의 역사가 날마다 확장되게 하소서. 원수가 저를 조롱하지 못하도록 복음을 듣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목회자와 선교사가 되길 서원하고 우리 쎈타에 머물며 배우고 익히며 꿈을 꾸게 하여 주소서. 원수가 저를 참소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일꾼을 차고 넘치도록 공급하시며 희망공동체와 희망발전소가 하나님의 직접 관리 속에 있음을 만천하에 선포하여 주시옵소서. 아무도 흔들지 못하도록 천군천사를 통해서 지켜주소서.”

나의 진정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참으로 아슬아슬하게 선교사와 자원봉사자를 공급하셔서 두 개의 쎈타가 개점휴업상태가 되지 않도록 지켜주셨을 뿐만 아니라 가슴이 따스한 일꾼들을 보내셔서 쎈타가 활성화되게 하셨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하나님의 역사 앞에서 감동으로 혀가 마비되어 버리기도 하였다. 끊어질 듯 이어지며 일꾼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 앞에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은 당신의 일을 기획하고 이루어 가시는 분이다. 문제는 그 하나님에 대한 나의 믿음이 부족한 것이었다.

하나님은 교회 건축, 후원과 공급, 일꾼의 문제를 친히 감당하시고 나의 부재를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현장으로 불러 훈련시키시며 나의 염려와 걱정을 내려놓게 하셨고 남은 생애에 선교사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 언제 갈 것인가에 대한 염려도 내려놓게 하셨다.

목표 하였던 바리스타 자격증과 제빵사 자격증을 따고 나니 어디론가 빨리 떠나야 된다는 부담감이 생겼고 친구들과 교우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한국이 유배지처럼 느껴졌고 마치 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곳에 있는 듯 한 중압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가능하면 빨리 떠나고 싶어 어느 나라로 가야할지 고민하며 벽에 걸려 있는 지도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이를 넘나들고 있는 나에게 쓰시고자 하는 이가 다 준비했으니 기다리자는 확신이 왔다.

네 번째 염려는 나의 사역을 인도 교우들과 목회자들이 어떻게 생각 하는가 였다. 나의 섬김과 사역이 그 분들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었는가에 대한 반성과 고찰이었다.
그들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존재하였는가?
뜨거운 가슴으로 생명 걸고 복음을 전했는가?
진정으로 있는 그대로 그들을 수용하며 섬겼는가?
같이 희망하며 절망했는가?
복음을 위해서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온전히 졌는가?

회개와 성찰의 시간은 나의 부족함과 연약함, 허세, 숨은 교만, 게으름, 이기심을 잘 보여 주었다. 매사에 하나님의 나라와 복음 전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막상 돌아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교우들은 생명 걸고 사랑하지 못했다는 것과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뜨겁게 기도하며 보살피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고 하나님께 죄송했고 교우들에게 부끄러웠다.

내가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섬기지 못했다는 각성을 하고나니 인도가 더욱 그리워졌고 부족한 나를 선대해준 인도교회와 교우들, 목회자들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밀입국이라도 해서 모두를 만나서 큰 절을 드리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하나님은 한국에서 고달프게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나를 불쌍히 여겨서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풀어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어주셨을 뿐 만 아니라 몇 몇 사람들의 초청장을 통하여 내 잔이 넘치게 하여 주셨다. 몇 분이 부족하고 연약하며 게으르고 악한 나를 자신들의 현장으로 초청해준 것이다. 난댤노회에서 비숍으로 일하시다가 은퇴하신 로렌스 비숍은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모리셔스로 와서 함께 일하자며 나를 불러 주었다. 구루꿀신학교에서 구약신학을 전공한 안잘리는 네팔로 불렀고 역시 구루꿀에서 공부했던 모세는 미얀마로 나를 초청하였다. 나의 고민을 잘 아시는 다니엘목사님은 나를 스리람카로 추천을 해주었고 함께 방문해서 희망발전소에서 훈련을 받은 제야 라니와 다니엘을 만나게 해주셨다. 한 달 전 로렌스 비숍은 모리셔스가 아닌 우간다와 케냐를 선교지로 추천하고 싶다며 의견을 물어 오셨고 나의 사정을 잘 모르는 남인도교단 카림나가 노회의 비숍은 나를 정중히 카림나가로 함께 일하자며 초청해주었다.

내 마음은 인도에 있고 인도로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원수의 목전에서 나에게 상을 베풀어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발라주신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맛보며 그 분의 인도하심을 따르고자 한다. 나보다도 더 달릿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오죽이나 잘 섭리하시겠는가!

이옥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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