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진정으로 독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이런 점에서 군주와 같다. 그는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결정하며, 자신을 넘어서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의 판단은 군주의 결정처럼 자신의 절대적 권력에서 유래하며, 자기 자신에게서 직접 출발한다. 왜냐하면 군주가 타인의 명령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독자적 사고를 하는 자는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그 자신이 재가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온갖 종류의 지배적인 견해, 권위, 편견에 사로잡인 범속한 두뇌의 소유자는 법이나 명령에 묵묵히 복종하는 민중과 같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모든 글은 개인의 내밀한 성찰을 담고 있지만, 사실은 그것이 온전히 자기만의 이야기가 될 수는 없다. 개개의 인간은 하나의 소우주로서 오랜 기간의 축적물이기 때문이다. 내 것 같지만 내 것이 아닌 것들이 수두룩하다. 다만 내 것이라고 강하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 내 것을 자꾸 덜어내고 비워내야만 마음이 편하다고 하는데, 그래도 자꾸 밀려오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연결 속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한 ‘나’이지만, 이 ‘나’를 중심에 두고 사는 자세는 중요하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독자적 사고를 하는 사람만이 군주에 저항해 새로운 세상을 열기 때문이다. 오늘은 6.10민주항쟁의 날이다. 잘못된 군주를 직시한 사람들이 많아 가능했다. 개인의 성찰은 사회의 성찰과 함께 가야 한다. 그러한 글쓰기만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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