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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출처 : 광복 70년 기념 공감포토 사진 공모전 | ||
요즘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것이 우리 역사책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의 긴 역사에 있어 더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은 상고사는 논쟁을 벌일 정도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드물 것이고 논쟁이 격화되었다 하더라도 이렇게 일반 언론의 관심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에 대한 논란은 우리가 모르는 정치적인 이해가 걸린 문제일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고, 일제 강점 기간과 해방이후 지금까지 즉 우리의 긴 역사에서 중요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아 극히 짧은 기간에 대한 정치적 판단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역사 교과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역사책을 어떻게 쓰던 역사적인 사실이 바뀔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이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의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은 1903년 생으로 일제하에 사셨지만, 당신들이 대한제국의 국민이었다가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던 중, 일본이 패망하여 미군정 시대에 무국적자였던지 아니면 미군정의 시민권을 가졌다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부터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 일생동안 국적이 3~4번 바뀌어다는 생각을 꿈에도 해보지 않고 사셨다. 이 글을 쓰는 사람 또한 수년전까지는 부모님이 국적을 세 개나 가지셨던 분이란 생각을 하지 않고 지냈다. 당연히 스스로도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 국민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혼란이 생긴 것은 지난 정권 어느 해에 광복절 행사를 건국기념일로 바꾼 때부터다. 그간 의식도 없이 살면서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 국민이었다고 오해 했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상해 임시정부를 계승한 것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그간 자신의 국적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에 지난 정부 때와 같이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1948년 8월 15일이라는 주장이 공식화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1945년 8월 15일에서부터 1948년 8월 14일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한민국 정부수립일 이전에 무국적자들이었는가 아니면 미군정 하에서 태어났으니 요즘 말로 미국 시민권자 였던가? 마찬가지로 일제 치하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일본 국적을 가졌다가 1945년 8월부터 무국적자 또는 미국 시민권자가 되었다가, 1948년 정부수립일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던가?
서로마제국이 멸망했을 때 성아우구스티노는 “로마 시민이 없어지지 않는 한 로마는 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마찬가지 생각에서 함석헌 선생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저술하였다. 여기서 길지만 함석헌 선생의 글을 옮겨 본다. 해방에 대한 글이다.
해방에 대해 “알기는 그만두고 믿은 사람도 없었다. 믿었다면 무지한 민중이 무지해서 무지하게 막으로 믿었지, 학식깨나 있고 밥술이나 먹고 몸맵시라도 매끈히 내고 다니는 놈에게는 하나도 없었다... 관계된 자자 있다면 이따가 그것을 받을 주인인 씨알뿐이다. 가난하고 무지한 민중이다....만일 그들이 아니었다면 그들을 통해 ”한국“이란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해방이 가 붙을 곳이 없지 않은가?”
이것이 역사적인 사실이고, 지금 우리가 성찰해야 할 귀중한 교훈의 말씀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대한제국 시절에 태어나 해방이 된 후에도 한글을 깨우치는데 어려움을 겪던 부모님의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살기가 어려워 만주로 가려고 했으나,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기 어려워 되돌아 와서 밀선을 타고 일본 땅에 몰래 들어가 노동을 하셨지만 일본말을 한 마디도 배우지 못하였고 돈을 벌지도 못하고 돌아오셨다. 그분들에게 해방은 뜻밖의 일이었겠지만 또한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특별한 말씀을 하시지도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 역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생각이 다른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말투가 마치 전쟁을 앞두고 치르는 심리전과 같지 않은가? 역사 이야기 뿐 아니라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정치적 사안에 대한 언론 보도의 제목은 극단적인 표현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지금 전시와 유사한 상황에 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글을 쓰는 사람과 같이 겁 많은 사람들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정당에 대한 이야기, 역사에 대한 이야기 모두가 극단으로 치달아 논쟁에 참여한 사람들의 말투가 대다수 자기만이 옳고 잘못은 모두 상대가 저지른다는 뜻으로 들리니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앞에서 한 질문을 다시 하고 싶다. 1945년 8월에서 1948년 국내 정부 수립 일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의 정체성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이 사람들은 정년이 넘은 사람들로 일부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 일선에서 물러나 살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태생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었던가? 누가 이들의 국적을 빼앗을 수 있는가?
정치적 권위를 가진 사람들의 우리 역사에 대한 대답을 따르겠다는 것이 아니다. 칼 융의 말대로 그가 누구든지 한 개인은 자기가 산 한 시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신문에 나타난 것과 상대는 언제나 잘못 생각하고 자신은 항상 올바르게 생각한다는 자세로 대화나 논쟁에 참여한다는 것은 권력만 쫒는 잘못된 정치인들이나 할 수 있는 행위이다.
사적 이해관계를 벗어난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자세는 우리 모두의 정체성에 관계된 사안이다. 이렇게 중대한 일이 역사에 대한 진술이라면 대화나 논쟁에 있어 공통점을 먼저 찾아야 할 것이 아닌가? 지금과 같은 대화나 논쟁이 아닌 비방석인 말싸움에 지치지 않을 사람은 자신만이 항상 올바르다 주장하는 그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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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상조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 공부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정책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천주교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중앙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사)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장(2010-2014.3)을 역임하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사로 있다. 저서로는 "인간중심발전론적 시각으로 본 대기업정책의 평가"(한국학술정보/2007),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사람인가 돈인가" (이담북스/2011), "경제시평 -무너지는 바벨탑 수리하기"(이담북스, 2014)가 있다. 2011.11부터 내일신문 에 경제시평을 기고하고 있다. |
박상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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