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 앞에서 자란다는 건 바람에 민감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자란 김천역 광장에 서면 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에는 황악산 너머에서 북풍이 불어왔다. 그 북풍이 가장 세찬 바람이었으므로 황악산 너머의 땅은 내게 추운 북쪽 지방을 뜻했다. 계절이 바뀌면 바람의 방향은 점차적으로 서진하면서 그 힘이 약해졌다. 매년 4월이면 역 앞 광장에서 형과 배드민턴을 치더라도 셔틀콕이 바람에 휩쓸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 그 무렵이면 바람은 시의 서쪽에 있는 고성산 줄기를 타고 내려오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봄바람에는 언제는 꽃향기가 묻어 있었다.

- <청춘의 문장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5년 전인가, 우연히 손에 든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을 읽고는 탄복을 금치 못했다. 아, 이 작가는 작가가 아니라 문장가이구나! 억지든 매끄럽든 문자를 엮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마음에서 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삶을 엮어 글을 만드는 문장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의 후속편 격인 위의 책이 나와 또 읽어보았다. 다시 읽어보니 그때의 신선한 감흥은 좀 무뎌졌지만, 그래도 문장가라는 생각은 버리기 어려웠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문장가는 “글을 뛰어나게 잘 짓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삶을 일치시켜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김연수의 산문은 그런 부분이 느껴진다. 하지만 죄송하게도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나이기에 김연수의 소설은 읽은 게 없다. 그의 산문이 좋다. 삶과 언어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그의 산문! 더하고 빼고, 그런 게 없는 있는 그대로의 산문.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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