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환경이 우리를 달라지게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마음에 따라 환경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환경과 마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끊임없이 변화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모두 옳다고 본다. 왜? 나도 잘 모르니까. 사실 오늘은 내게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나름 28주년. 1987년 오늘, 나는 8개월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성동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옥중투쟁도 거의 하지 않은 부끄러운 감옥생활이지만, 나는 오늘을 늘 잊지 않는다. 내 삶의 분기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그 의미가 팍팍 달라지지만, 분명 변화의 한 축이다. 이 한 축의 또 다른 감옥이 서대문형무소이다. 한 곳에서는 편견 속에 무력감만 키웠고, 한 곳에서는 나름 편견에서 벗어나 세상과 나를 성찰하고 있다. 그 시절의 생각을 편견이라고 본다면 지난 삶의 부정인데, 뭐 어떠랴! 그때 나는 사형을 찬성했고, 지금은 폐지론자인데. 전두환은 분명 살아 있지만, 감옥에 다시 갔으면 싶지만, 사형만은 반대하는데! 그러한 공존의식의 한 축이 나의 글쓰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