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 하면 한 언어에는 존재하지만 다른 언어에는 비슷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단어들도 있다. 예컨대 남미 티에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 제도에서 사용하는 토착 언어 중 하나인 야간(Yagan)에서 ‘마미흘라피나타페이(mamihlapinatapei)란 “뭔가를 하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무언의 의미심장한 시선”을 의미한다. 이것은 첫 키스의 낭만은 기억해도 첫 키스 직전의 순간을 따로 기억하지 않는 영어권 사람들에겐 매우 낯선 개념이다.
- <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촘스키와 내용을 달리하면서도 그 뒤를 잇는다고 평가받는 스티븐 핑커는 <언어본능>에서 “언어는 인간 뇌의 생물학적 구조의 일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영어와 같이 동사 뒤에 목적어가 오는 모든 언어는 명사 앞에 전치사가 오는데, 한국어와 일본어처럼 목적어 뒤에 동사가 오는 모든 언어는 명사 뒤에 조사가 붙는가?” 등의 의문을 진화 관점에서 풀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프리랜서 편집일을 했는데, 교정교열보다는 윤문을 많이 했다. 읽기 힘든 원고를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매끄럽게 다듬는 것이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단어의 순서, 문장의 순서가 바뀌면 읽기는 편한데 문맥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밀어붙였다. 비문(非文)을 없애는 것이 최선의 목적이었기에! 표절 이야기로 시끄럽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한 단락의 문장이 순서적으로 비슷할 수가 없다. 보편적이지만 개별적으로 확연히 다른 정서의 발현이 개인들의 글이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가의 경우는 더 극명해질 수밖에 없다. 지나친 이야기이지만 미시마 유키오의 번역원고를 내가 윤문한다면 어떤 결과가? 해봐야 알겠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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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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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은 구원 사상을 이야기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