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의 인도로 시작된 연합예배는 국가폭력의 다양한 피해자들의 증언이 말씀선포를 대신했다. 이날 참석한 피해자들은 지뢰폭발 피해자 이경옥 목사,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수감 됐던 한동근 씨 등이 참석해 국가폭력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했던 경험과 이를 돕기 위해 노력했던 NCCK 및 기독교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5살 때 지뢰를 밟아 다리를 절단했다는 이경옥 목사는 “민간인 지뢰피해자로 살면서 왜 국가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조차도 모르고 살았다”며 “민간인 지뢰피해자 특별법이 통과 돼서 너무 반가웠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교회의 편견 속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며 “우리나라에 지뢰로 인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 사람들을 위해 교회에서 기도해 줘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신해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전한 권영국 변호사는(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 세월호 희생자 故김초원 교사의 순직문제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에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며 “대한민국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죽어서까지 차별하는 잔인한 사회”라고 규탄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은 “우리 딸, 아들을 위해 일자리를 그만둬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 하며 “기독교에서 비정규직 연대 단위를 만들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의 피해자인 한동근 씨(이석기구명위원회 대외협력팀장)도 참석해 “갇힌 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셨던 목회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한 씨는 이석기 전 의원과 함께 수감된 6명의 사람들 중 처음으로 31일 만기 복역 후 출소했다.

 

또한 최근 북한공작원 접선 의혹으로 가택 압수수색을 당하고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서울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김성윤 목사의 부인 권명희 씨가 참석해 사건의 경과를 전했다. 현재 구치소에서 검찰 수사중에 있는 김성윤 목사는 단식을 감행하며 검찰 수사 중에 있다. 

 

권 씨는 “이런 일을 처음 겪기 때문에 가족으로써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어떻게 도움을 청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NCCK와 주변 목회자들이 대책위를 꾸리는 데까지 도움을 주셨다”며 “기자회견, 기도회, 예배, 십자가 행진이 많은 힘과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허원배 목사(인권센터 이사장)의 축도로 예배가 마무리 된 후 2부 순서인 인권상 시상식에서는 ‘416기억 저장소’에게 인권상을 수여했다. 416 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에 관련된 영상, 구술, 르뽀등의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콘텐츠로 구축, 시민들과 공유하는 일을 해왔다. 현재 ‘416 기억저장소’, ‘416 기억전시관’, ‘안산시 416기록관’을 운영하며 수집된 기록을 온전히 보존하며 누구나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416 기억저장소 소장은 이미경 씨(세월호 참사 희생자 故이영만군 어머니)는 “상을 받아 기뻐야하는 순간이 참 부끄럽고 슬프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정부의 사과를 받을 때까지 416기억저장소를 통해 활동할 것”을 다짐했다. 또한 함께 자리한 416 기억저장소 사무국장인 김종찬 씨를 통해 현재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원고와 교육청을 대상으로 싸우고 있는 교실존치 문제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김 씨는 “사건이 아직 다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실을 없애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이 시정되고 올바른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교실은 존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참석한 이들이 모두 일어나 선언문을 낭독했다 ⓒ에큐메니안

 

인권주간 기념으로 치러진 이날 행사는 2015년 한국교회 인권선언문을 이재성 사관(인권센터 이사)이 대표로 낭독하며 ▲국가기관에 의한 폭력을 멈추게 하고 희생자들에 대해 국가가 사죄하고 책임지게 할 것 ▲민주주의 기본인 다양성을 인정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사상과 표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가 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할 것 ▲노동인권,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권과 부당해고 된 이들의 권리가 회복되어야 할 것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이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을 모인 이들이 함께 낭독하며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