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현대적 질서 형식이 조용히 보이지 않게 만들려는 이들의 경험들, 즉 ‘주변 현상’들이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조롱의 대상들은 구출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배회하는 산책자, 자의식에 넘치는 댄디(멋쟁이), 소리치는 거지, 고통 받는 매춘부, 비참하나 넝마주이와 같은 주변적이고 천대받는 군상들이 벤야민의 도시 기록에 담겨 있다. ‘보이지 않았던 것’은 보이게 되며, 벙어리는 말을 하게 된다. 벤야민의 도시 현상학은 가장 기괴하고 멸시받는 사례들의 연구를 통해 현대성의 경험을 파악하려는 시도이다.

-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글쓰기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위의 글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무심치 지나쳤던 풍경이나 사람들이 글쓰기의 재료가 되면 그것들을 세밀히 들여다보다 못해 나의 안에 끌어들이는 과정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관계에 대한 새로운 설정, 감정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새로운 변화를 통해 사물의 이면을 볼 줄 하는 깊이를 갖게 된다. 그것은 내면의 힘으로 모이면서 자신을 부쩍 성장시킨다. 삶을 추동해가는 에너지가 산처럼 쌓이게 된다. 그것이 더욱 의미 있게 진행되다 보면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어느덧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도 넘볼 수 있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이다. 그런 면에서 벤야민의 탐구 정신은 귀감이 된다. 만일 벤야민이 메르스로 한산해진 지금의 명동을 걸으면 어떤 글을 남길까? 거기서 무엇을 보게 될까? 궁금해진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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