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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咸錫憲) 선생에게 할 말이 있다”<함석헌과 장준하, 그리고 박정희>
문대골 | 승인 2015.12.11 14:27

“함 선생은 작년에도 <사상계> 1월호에 <한국 기독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제목 아래 일부 기독교도들의 비행이나 경거망동을 기독교 전체에 뒤집어씌우면서 ‘지금 우리나라에 정당한 사업은 양심적으로 될 수 없다.’ 이 사회의 정치·경제의 조직이 권력 없는 소득을 부정하게 빼앗아서 ‘상층 계급에 주도록 되었고’, ‘사회를 자세히 관찰한다면 거기 죄악적인 제도가 합법적이라는 가장 구조를 가지고 되어감’, 미국의 원조도 ‘미국의 자본주의가 자기를 지키기 위해 약탈자와의 사이에 서 있어 그 울타리, 혹은 충돌을 피하는 스프링 노릇을 하는 것이다’, ‘정당한 보수 하에 신부·목사 노릇을 한다 할지 모르나 그 정당은 뉘 정당인가? 하나님의 정당인가? 자본주의자의 정당인가?’ 등 독설을 퍼부었으므로 나는 <신세계> 잡지에 붓을 들어 함 선생이 시시비비로 비판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침소봉대로 나가면서 일부의 것을 전부에게로 일반화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할 말이 있다>를 읽어보니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함(咸) 선생의 인격(人格)을 위하여

윤형중 신부의 ‘함 선생에게 할 말이 있다’는 계속된다.

“사람들은 결과를 보고서 그 원인이 어떠한 것인가를 알아내고, 누구의 말을 들어보고서는 그의 인격과 교양 정도를 말하게 된다. 이제 함선생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는 미친 연놈들의 자동차에 뿌려 줍시사!”, “자동차와 그 안에 사람이 몇 무더기씩 잡아 먹었노라는 듯 제치고 앉은 미친 연놈들을 위해”, “재미난 구경한다고 극장 앞에 입 헤벌리고 줄지어 섰는 저 미친 젊은 놈, 젊은 연들 위에 제발 그 구정물이라도 끼얹어 줍시사!”

“연이니 놈이니 하는 쌍스러운 말이 함선생의 입과 이렇게 숙친하여 있음을 볼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자동차 타고 다니는 사람 중에는 나쁜 사람도 착한 사람도 있을 것이며, 극장 출입하는 사람들 중에도 불량배만이 아닌 젊잖은 신사, 숙녀들도 많이 있음은 오늘의 상식이 아닌가? 그렇거늘 이 모든 위에 연, 놈하는 독설을 무차별하게 퍼붓고 있으니 이것은 함 선생의 인견을 위하여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함 선생은 또 자기가 교육자가 아닌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농촌에서는 아이구 죽겠다! 소리가 하늘을 찌르는데, 문을 굳이 닫고 앉아 아이들 보고는 너희 아버지, 너희 어머니 피를 어서 뽑아 마실 술을 빚으라 해야겠는데 나는 그건 천성에 맞지를 않아 못한다.’ 했으니 오늘의 교육자들은 모두 이렇다는 것 전제로 한 말이 아닐 수 없다.

   
▲ 함석헌 선생과 윤형중 신부.

전란을 치른 다음 피폐하여진 기회에 우리나라 거의 모든 부분에 부패상이 노출되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교육면이 제일 낫다는 것은 일반의 정평이다. 불량교육자가 다소 있다하자. 그럴지라도 모든 교육자들을 통틀어 ‘너희 아버지, 어머니의 피를 뽑아 내 마실 술을 빚으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계를 모독하는 것이다. 특히 <사상계>는 지식인·대학생·교육자들이 많이 읽는다고 한다. 이 학생들, 이들의 어머니·아버지를, 그리고 교육자들이 과연 함석헌의 이런 말을 듣고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무슨 표현을 그렇게 상스럽게 하며, 또 공산당식으로 하는 것일까?”

공산당식으로, 공산당식의 표현, 공산당 5열(五列)이 아닌가?

윤형중 신부는 함석헌을 향한 그 ‘할 말’을 계속하면서 함석헌을 공산당식이라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56년 1월의 <한국 기독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57년 3월호의 <할 말이 있다>에는 기성교회의 조직원들이라면 ‘함석헌이란 자가 도대체 어떤 자냐?’, ‘어데서 온 놈이냐?’, ‘그거 손 좀 봐줘야겠어’ 하는 험구가 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함석헌의 말 중엔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쏟아졌던 게 사실이다.

국어학자, 국문학자, 언어학자들의 귀에는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된 대로, 난 대로라 해도 너무했다 할 만큼의 못된(?) 표현의 말들이 줄을 이었다. 적어도 점잖은 사람들, 소위 일류층 사라들에게서 더욱 그랬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랬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점잖은 신부님의 입에서, 어쨌든 그래도 <사상계>에 글을 쓰는 고급(?) 필자에게 공산당식, 공산당식의 표현, 공산당 오열(五列)을 운운한 것은 함석헌과 사상계 독자들은 물론 새역사를 희구(希求)하는 민중(民衆)들에겐 큰 아픔이었다.

윤형중의 함석헌에게 보내는 글 중 <五列냄새>라는 것이었다. 전문을 인용하기에는 좀 긴 듯하나 필자는 그 전문을 그대로 옮겨 해방 이후 특히 6.25를 거치면서 치유할 수 없는 역사적인 비극이 되어버린 남북의 상호 증오현상을 고발하려 한다.

<五列냄새>

“전 소련 정보기관 MVD(Russia Ministerstvo Vnutrennikh Del=Ministry of Internal Affairs)의 요원으로 일본 동경에 자유를 찾아 망명한 유리 라스도볼로프가 미국 상원위원회 위원장에게 한 증언에 의하면 스타린이 쏘련의 비밀경찰 상임위원인 가르보프 소장을 그 책임자로 지명, 정교회 안에 당원을 침투 시킬 것을 지령하였으므로 <가> 소장은 1943년 소위 MVD 종교위원회 회장에 취임한 이래 자기 부하들을 정교회 신학교에 침투시켜 입학시켰던 바, 사제가 된 부하가 많으며, 그 중 2명은 주교까지 되었다는 사실을 증언하였다.

종교가이면, 복음서를 손에 들었으면 공산중의 아니라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말았따. 함 선생이 복음서를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런데 (1) 천당·지옥은 믿지 않는다. (2) 지금 공산중의와 가장 맹렬히 싸우고 있는 그리스도교를 가톨릭·프로테스탄은 물론하고, 시종일관 건설적인 의견은 그림자도 없이 파괴적 태도로 일관한다. (3) “영혼 건져주마 하는 대신 이 세상에선 개·돼지같은 살림에도 만족하고, 정신적으로 거세를 하여 이리 같은 압박자들이 맘 놓고 먹이도록 해주는 대신…” 이런 것은 공산당의 종교를 공격하는 말이 조금도 변색되지 않은 그대로 이다.

(4) “노동자의 피를 빨고” 이것도 공산당이 쓰는 말 바로 그대로이다. (5) “이 사회의 정치·경제 조직이 권력 없는 자의 소득을 부정하게 빼앗아서 상층계급에 주도록 되었고”, “사회를 자세히 관찰하면 거기 죄악적인 제도가 합법적이라는 가장 구조를 가지고”, 미국의 원조도 “미국 자본주의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약탈자와의 사이에 서있어…”, “정당한 보수 하에 신부·목사 노릇한다 할지 모르나 그 정당은… 하나님의 정당인가? 자본주의의 정당인가?

복음서를 손에 들고서 천당·지옥도 믿지 않는 미지근한 함 선생이요. 현실의 모든 방면에 대하여 그처럼 지독한 불평과 불만을 품고 있는 함 선생이면 복음서와 함께 그 미지근한 태도를 버리고 현행질서의 전복을 목표로 하는 공산당에 본격적으로 입당함이 여하(?) 그렇다고 나의 이 말을 공산당에 입당을 권고했다고 함석헌 식으로 알아들으면 안 된다. 함선생의 흐리터분한 이론보다는 바르지는 못하지만 공산당의 이론이 더 분명하지 않으냐는 말에 불과하며, 함 선생이 그 괴상한 태도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나아간다면 아무리 ‘복음서’를 들고 있을지라도 경찰 당국으로부터 공산당의 5열(五列)이 아닌가 하는 혐의를 받게 되리니 조심하라는 말에 불과하다.”

6.25 전란을 치른 이후 남북 당국 간의 어투는 살벌해졌다. 북괴, 주적,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 오랑캐, 괴뢰집단, 멸공, 적화통일에 북진통일 등, 북은 남을, 남은 북을 저주하는 용어들이 줄을 이었고, 극에 달했다. 그 같은 줄달음질이 서로를 망하게 하는, 망할 곳으로 이끌어 대고 밀어대는 역사적 범행이었건만 이같은 흐름에 반동은커녕 이의(異意)의 제기마저 없었다. 아니 있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란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누가 말했나? 어디에 기록된 말인가? 그렇다 사람을 통해서만 하나님은 그리고 그의 뜻은 현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이란 말은 이론이 있을 수 없는 진리가 아닐 수 없다. 절대이신 하나님이 현현하는 길은 오직 하나 그의 피조체인 인간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인간 속엔 하나님의 속성과 반속성(反屬性)이 공존한다!

‘내가 죽으므로’하는 속성과 ‘너를 죽여’하는 반속성이 말이다. 공산주의를 완전히 정복해서만 이룰 수 있는 민주주의, 과연 그 민주주의는 영원한 구두단(口頭潬)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참 민주주의는 공산중의와 공존하면서도 민주(民主)여야지 상대방을 제거해서여야 한다면 그것은 결코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이 명백한 진리가 남북이 공히 나라 팔아먹는 궤변처럼 인식하게 된 것은 바로 남북정권이 통일보다는 자신들의 체제 유지하기 위해 정치와 문화·역사까지를 오호해 온데 기인한다”

윤형중 신분의 또 하나의 격론이 가톨릭의 변호에서였다.

“무엇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가톨릭이 함 선생으로부터 크게 미움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함 선생은 ‘감옥보다 더 높은 돌담을 쌓아놓고 고운 말로 꾀어온 가엾은 심령들을 가두어 밤낮 쭉쭉 울리며 겉옷, 속옷을 홀딱 뺏어 나가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고, 밖으로는 언광 좋게 영혼구원 한다하는 종교 성당 위에’ 하였는데, 이 <성당>은 성당으로 밖에는 달리 알아들을 수 없고, <성당>은 가톨릭이나 영국교회의 교회당을 가리키는 전용어이다. 고로 만일 함 선생이 상기 말로써 천주교 성당을 가리킨 것이 사실이라면, 실신 상태에서 그런 말을 하였다면 별 문제이지만 본 정신으로 그렇게 말하였다면 신성한 성당을 지독하게 모욕하는 죄악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함석헌의 <할 말이 있다>에서 윤형중은 “있지도 않은 천당·지옥 가보기나 한 듯이 있다하여서” 한 말을 되짚으며, “‘악인이 죽으면 그 영혼이 가는 지옥이 과연 있는가?’하는 문제에 대하여 사상계는 함 선생과 나와의 토론을 시켜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그 글을 맺는다. 다음 달 6월호엔 함석헌의 반론이 보도된다.

<윤형중 신부에게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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