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먹지 말라!” 요즘 사흘들이로 지인들에게서 퍼올려지는 글이다. 쥐에게 먹이면 어떻고 사람이 먹으면 어떻고... 하루 세 끼에 간식까지 고사리나물만 먹으면 어찌 될까만, 우리 젯상에서나 보름이나 명절에나 먹고 육개장에는 반드시 들어가지만 어저다 먹는 나물인데... 고사리를 먹고서 명 짧아져 죽었다는 소문은 못 들어봤건만 고사리를 무슨 청산가리 수준으로 악플하고 있다.

 

우리 아랫동네 한남마을 아줌마는 ‘철탑밑’의 고사리밭에서 올봄만도 고사리를 뜯어 천만 원을 해냈다고 소문이 자자하여 부러움이 하늘을 찌르는 터에... 사철 농사를 짓지 않고서 봄 한 철 뜯어서 말려서 팔면 일 년 농사 저리가라는 목돈을 번다면서 동네 아줌마들이 너도나도 묵정밭이나 비탈진 밭을 고사리밭으로 바꾸는 중인데... 심지어 휴천재 바로 밑의 기욱이네 사래 긴 밭도 고사리밭으로 변했는데...

 

오늘은 또 ‘양배추’를 먹어도 ‘잘 하면 죽는다’는 글이 떠올랐다.  산성인 토양에서 잘 되고 똥오줌 준 흙에서 자란 채소는 온갖 해로운 것들을 빨아들여 사람이 도저히 먹을 수 없다는데...  불과 반세기 전만도 똥오줌으로만 농사를 지어온 우리 조상들인데... 동일한 누리꾼이 "현미는 사람을 천천히 죽인다." "녹차는 구정물이다." 등등의  말,말,말.... 바구미도 절대 먹지 않을 만큼 심한 독극물로 소독하고 말려서 한국으로 보내는 미국 밀 얘기는 한 마디도 없으면서...

 

우리가 잘 아는 서울대 인류학과 전경수 교수님(그분의 정년퇴임 명강연을 오늘 인터넷에서 찾아 읽었다)은 “똥이 자원이다!”를 한 평생 외쳐왔는데... 양배추를 예찬하는, 보스코 친구 수복씨라면 양배추 악담을 보면 “미친놈!”하고 욕할 텐데... 우리 미루는 하루 종일 녹차만 마시는데....

 

왜 이런 사설을 이리도 길게 늘어놓았느냐 하면 글이라는 게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돌고 돌면 사족이 들러붙고 말질하기 즐기는 못된 족속들의 입을 거치고 더구나 익명으로 숨어 어둠 속에서 살을 쏘아대는 악당들이 나서면 진흙탕 개판싸움이 너무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 말질로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고 자기가 휘두른 칼에 자기가 베이고 쓰러지는 모습을 내 주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에게서 목격하는 중이어서다. “칼을 든 자는 칼로 망한다.”는 말씀도 있는데...

 

오늘 어린이 미사에서도 맨 앞에 앉은 두 어린이가 신부님 미사도 강론도 아랑곳 않고 끊임없이 재잘거리자 “쟤들은 나눌 게 따로 없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에요.”라는 신부님의 해석이 그럴 듯했다. "말은 주고받아야 말이지 혼자서 떠드는 건 말이 아니거든요."라고도 하셔서 '불통의 나라' 대한민국을 연상시키기도 하셨다.

 

또 당신이 보좌신부 시절 어린이들의 간식을 곧잘 뺏어먹곤 했는데, 으레 뺏기자 나중에는 아예 자진해서 신부님에게 내밀더라면서 “뺏기기 전에 주자!”라는 교훈을 어린이들에게 건넸다. 삶의 마지막 고비에서는 호주머니 없는 수의 한 벌에 빈손으로 관속에 들어가는 신세임을 아는 어른들에게도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이었다.

 

우엉을 아홉 번째 찌고 말려 오늘 드디어 덖었다. 처음에 양푼 가득하던 우엉 뿌리가 찌고 말리고 하는 사이에 세 차반으로 줄더니 오늘 덖어내자 한 쟁반으로 줄었다. 일년 우엉 농사가 두 주먹 분량으로 줄었지만 두 주먹에 쥘 양보다는 많기 때문에 이것도 나눌만한 음식이다. 내 두 주먹으로 쥘 수 있는 양보다 많은 것은 무엇이든 “뺏기기 전에 나누자!”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케이크를 굽고 싶어진다. 계란, 밀가루, 버터, 아몬드로 한참 재주를 부리다보면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가 방안에 가득해지면서 허전한 마음을 밀어낸다. 오후에 구운 이 맛있는 케이크를 함께 나눌 사람들만 기다리면 된다. 곧 성탄이 온다.

 

오늘 미사 강론에서 신부님은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의 생일이면 선물을 받죠? 생일엔 선물을 주는 게 아니라 받죠? 그런데 예수님 성탄이 오면 생일을 맞는 예수님께 여러분이 선물을 드려야지 왜 부모님한테서 여러분이 선물을 받죠?”라는 아주 어려운 물음을 어린이들에게 던져서 우리 어른들까지도 한참이나 머리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남의 생일에 내가 선물을 받는 짓은 뻔뻔하다고 가르치시면서 남의 생일에 또 다른 남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용서가 된단다. 예수님 생일에 우리가 받기보다 남에게 뭔가를 주고 나누는 일은 참 착한 일이란다. 오늘이 자선주일이어서도 새길만한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