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자신의 갈 길을 찾을 수 없음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도시에서 길을 잃으면 마치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처럼 훈련이 필요하다. 거리 이름은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에게 숲의 꺾인 마른 나뭇가지처럼 말을 걸고, 시내 중심가의 작은 거리들은 산골짜기처럼 명확하게 하루의 시간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나는 최근에야 방황하는 기술을 알았다.”(발터 벤야민 전집 가운데)
슈튀시는 여기서 벤야민이 ‘알지 못하는 것’을 ‘훈련’과 숙련이 필요한 기술로 변환시킨다고 주장한다. 길을 잃어버리면 주위 환경에 대한 빈틈없는 강화된 지각이 생겨나기에, 길 잃기는 실패가 아니라 성취가 된다.

-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지난 토요일, 걸음을 멈출 때마다 서늘한 냉기가 깃드는 소나기를 맞으며 윤동주 언덕, 박노해의 나눔문화, 백사실 계곡, 팔각정, 와룡공원을 걸었다. 사정상 몇 주 연기된 글쓰기 야외수업을 반드시 마쳐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나와 수강생을 움직였다. 우리는 빗줄기가 숲을 일깨우는 소리, 차도를 질주하는 바퀴 소리, 깊은 속내를 털어놓는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내게는 익숙하지만 그들에게는 낯선 곳, 그곳을 걸으며 우리는 자연스레 내면의 소리를 만들어갔다. 굽어보는 풍경, 역사가 깃든 문화재, 이국의 사진들, 숲으로 둘러싸인 돌 탁자와 돌 의자에서의 음식 나누기, 군사시설과 부자동네 등이 지각을 강화시켰고, 그것은 내면의 글쓰기로 마무리되었다. 4시간을 걷자마자 쉴 틈도 없어 써내려간 글, 그 글은 내면의 소리들이었다.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나를 새롭게 느끼는 훈련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탁월한 방황의 기술을 익혔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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