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오후에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왜냐하면 어떠한 통치가 도시를 상상력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지 그리고 도시는 왜 그러한지, 어느 곳에서 사람들은 타인들에게 가장 무자비한 요구를 강요하는지, 어느 곳이 묵상의 순간이 아니라 약속과 전화 통화, 회의와 방문, 시시덕거림과 생존을 위한 투쟁을 개인에게 허락하고 기억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는지 그리고 왜 은밀하게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베일이 타인, 자기 자신과 조우하는 장소의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미지를 보여주는지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 <일방통행로>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은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에 인용되었고, 저자는 이 글을 두고 “벤야민은 기억과 도시 풍경 사이의 세 가지 상호 연결된 모델, 즉 미로로서의 도시와 기억, 충격과 무의지적 기억, 도시의 고고학자를 제시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벤야민이 살았던 베를린이나 파리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도시는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을까? 시간이 달랐고, 구조와 외양이 달랐다. 같은 인간 종(種)이 만들었다는 게 같고, 도시를 누비며 여전히 자기 자신과 조우하지 못하는 게 같다. 도시와 기억이 상호 충돌하며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가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시공간적 위치를 망각하는 게 본질적으로 같다. 통치자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 자본주의 작동 원리가 끊임없이 변주되는 공간,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고된 발품만 팔고 있다. 자각의 힘을 키워 나만의 도시와 기억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글쓰기이다. 카페에 앉아 작은 노트를 펴놓고, 도시의 기억을 재구조화하는 글을 써보도록 하자.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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