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은 출산 가능 여성(15세~49세)이 평생 낳은 자녀수를 말하는데 2009년에는 1.15명으로 꼴찌에서 두 번째였고 2010년에는 1.24명으로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고 합니다. 세계 186개국 중에서 이런 기록을 냈으니 뭔가 심각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이 낳기를 꺼리는 게 뭐가 문제가 되는지 논의할 때 흔히 언급하는 게 인구 고령화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고령화 사회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1%를 넘는 사회를 의미합니다. 애는 안 낳고 노인이 많아지면 당장 걱정되는 게 부양 부담입니다. 노령 인구 증가 추세를 보면 2040년 즈음에는 생산 인구 두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꼴이 된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저출산 노령화의 원인은, 사람들이 자기 편한 것만 좇아서 아이 낳고 기르는 일을 성가셔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옛날에는 아이 낳다가 산모와 태아가 죽는 일도 종종 일어나고 먹을 게 부족하고 의학 기술도 변변찮아 기르다가 아이가 죽는 일도 흔했는데 왜 산아 제한 캠페인을 벌일 만큼 출산율이 높았을까요. 옛날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감수해 가면서 출산에 헌신적이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진단하는 게 타당할까요.

저출산의 원인을 개인의 성향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바른 접근법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보다  한 세기 먼저 근대화를 이뤄낸 소위 선진국은 왜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높을까요. 프랑스가 최근 출산율 2.0명을 기록한 것을 보면 저출산 문제가 개인화 세태에 기인한다고 보는 게 온당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가 출산율이 높아진 건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 때문이라고 다들 지적하고 있거든요.

출판사 여직원이 임신을 했다고 해고 통보를 받게 됩니다. 여직원들은 임신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파업을 벌입니다. 처음에는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하고 동참하지만 몇 명 되지도 않는 여직원들 사이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직장 상사는 여직원들을 하나하나 구슬려 가며 이간질을 하고 직원들은 분열되기 시작합니다. 결국 임신한 여직원 혼자만 남고 파업을 주동했던 여직원까지 대열에서 이탈해 회사 편에 가 붙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을 분열시키며 여성의 권리를 짓밟은 그 직장 상사가 아내의 출산으로 회사 일을 망치는 주범이 되고 맙니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비교적 합당한 시각으로 밝혀내고 관객의 공감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낸 영화를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웠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공론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이라는 게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장년들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며 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아 심히 불쾌한데 이 영화는 그 비극적 실상을 너무나 리얼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일을 통한 전문성 신장, 자아실현은 철없는 망상에 지나지 않고 좀 끔찍한 말이지만 노동 착취가 실상이며 노동자들 사이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과 기만이 인간성마저 처참하게 파괴되는 모습은 현실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게 아닌가 하는 반발감이 들도록 합니다. 인정하긴 싫겠지만 이게 현실의 진짜 모습입니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는 모든 걸 희생하여 아이를 늘 따스하게 안아주고 싶어 하는데 출산과 육아 때문에 직장에서 받는 할 스트레스는 이 모정(母情)까지 메마르게 합니다. 일하는 자신의 자아실현이 처참하게 무너질 뿐만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까지 빈약해지니 이런 끔찍한 소외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화이팅 패밀리』 출산과 직장 주제 옴니버스. 보건복지부 제작

▲ 필자 이한수            인성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블로그 http://blog.daum.net/2hansu

 

이한수(인천평화교회 교인)  hansu8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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