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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달리하지만 이 두 철학자에게 비친 21세기 인류의 모습은 가슴에 아무런 별도 품고 있지 않고, 새로운 별을 잉태하지도 못하는 최후의 인간이 살아가는 삶, 그리고 싸구려 소비주의와 개인 및 허무주의 그리고 신경성 질환으로 점철된 사회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양식은 교육을 잘 받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여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천상의 가치나 구원을 믿지 않으며, 이것들은 더 이상 대화의 주제가 아니다.4) 오로지 이들은 지상의 세속적 가치만을 추구하면서 현재 상태에 그야말로 올인(All-in)하는 삶이다.
일본에는 요즘의 일본 젊은이를 일컫는 ‘사토리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 말은 요즘 젊은이들이 한편으로는 비젼, 꿈과 같은 이 땅에서의 초월적인 삶을 헛된 욕망으로 치부하고, 또 한편으로는 집이나 자동차, 멋진 옷이나 화려한 귀금속등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욕망을 버리고 현재에 만족하고 사는 신종 세대를 일컫는다. 그러나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사토리란 말의 뜻처럼 ‘깨닫고’, ‘득도’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 이것은 해도 안되는 현실의 무력감과 절망을 보여주는 수동적 허무주의에 발로이다.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신조어로 3포세대, 5포세대, N포 세대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오늘날처럼 삶이 덧없고 불안한 시대가 또 있었을까? 이 땅에 무기력과 허무의 감정은 더욱 거세지고, 존재의 불안과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초조와 두려움이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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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무의미의 축제)
그는 무의미를 즐기라고 말한다. 어쩌면 니체의 초인은 바로 밀란 쿤데라와 같이 천상의 가치나 형이상학적 가치를 부정하고 ‘무의미’의 의미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자일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니체를 매우 좋아한다. 그의 거침없는 주장과 표현들은 내가 손이 닿을 수 없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 같은 그래서 나는 그를 통해 종종 짜릿한 대리 만족감마저 느낀다. 그는 이상을 쫒느라 현재를 살아내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현재 삶의 소중함을 그리고 도그마와 전통에 갇혀 참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종교인들에게 ‘자유’의 숨통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그가 경고한 것처럼 내가 목사로서 자칫 사람들을 ‘종교인’으로 전락케 하여 그들의 두려움과 고혈을 먹고 사는 노예상이 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도록 해준다. 또한 밀란 쿤데라에게 우리가 자칫 잊고, 보지 못하고 살기 쉬운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소중함을 깨닫도록 해줌에 감사한다. 살아도 보고 외쳐도 보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이 세상, 여리고 성(城) 보다 더 굳건하게 잠긴 현대의 부정, 불평등, 불의의 거대 성(城)을 바라보며 탄식하며, 내 작은 능력과 세상의 거대함에 절망하게 되지만 그 안에서 숨을 쉬게 하고, 의미를 발견하게 해주어 현재를 버티게 해주어서 감사하다. 한때 깊은 절망감에 휩싸여 있을 때 신윤복의 다음의 말은 나를 다시 삶의 자리로 이끌었다.
“역사의 장기성과 굴곡성을 생각하면 가시적 성과나 목표달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과정 자체를 아름답게 자부심있게 그 자체를 즐거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오래 버티니까”(신윤복, 담론)
기독교인들에게 평안했던 시대가 언제 있었는가 싶지만 그중에서도 신앙을 지키기 힘들고 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서신이 신약성서 중에 ‘일반서신’들이다. 거기에는 이 땅의 사람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정확히 제시한다. 그 대표적인 표현들이 ‘나그네’(벧전), ‘거류민’(벧전), ‘안개’(약) 같은 것 등이다. 성서는 우리가 하늘나라로 돌아갈 자임을 말해준다. 니체가 부정하고자 한 것은 성서의 ‘신’이 아니라, 종교인들에 의하여 만들어진 ‘신’ 그들에 의하여 선포되어진 ‘저 하늘나라’이리라.
모든 것이 불확실해져 버린 시대, 신마저 죽어버린 이 시대에, 나는 현실에 대한 믿음과 피안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하자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믿음을 잃어버린 사회는 탈서사화되고 이로 인해 허무주의의 감정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평안은 언제나 그러하듯이 신과 함께 있다. 다른 것으로 그 평안을 대체하려는 인간의 모든 노력은 무위하며 환영을 좇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오래전 종교인들에 의해 타살되어진 신, 그리고 그 신과 함께 이 땅에서 사라져버린 평안을 찾는 길은 죽은 그 신을 다시 살려내는 길 뿐이다. 왜냐하면 그의 안에 평안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평화를 너희에게 남겨준다. 나는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너희에게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않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아라”(요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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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설명> 1) F.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호 옮김, 책세상, 2000, 8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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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하고 이후 감리교신학대학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였으며 2008년 독일 베텔신학대학교에서 신학박사(Dok. Theol.)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Das Gesetzesverständis Jesu im Lukasevangelium (Peterlang, 2014)이 있으며, 역서로는 바울신학의 이해(공저: 대한기독교서회, 2009), 신약성서 헬라어 단어집(대한기독교서회, 2010), 사도행전-초기기독교의 역사적 재구성 (솔로몬, 2014) 등이 있다. 현재는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약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베다니 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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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연 (감신대, 신약학)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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