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이제 어떻게 먹고 입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인류 전체를 어떻게 보호하고 생명을 키워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외적인 힘, 다시 말해 외부 사물을 조종하고 지배하는 능력을 발전시킨다 해도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심각한 문제들은 결국 풀리지 않는다. 수십 억의 인구가 굶주림과 억압, 굴욕과 잔학 행위에 시달리고 있다. 이 비극적인 상황을 바꾸려면 우리의 심장이 필요하다. 이제는 다른 이들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느끼고, 그들의 욕구를 심각하게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해졌다.
초고속 비행기, 인공위성, 인터넷, 농업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우리가 자비로워지고,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 <감정을 과학한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글쓰기 수업 시간에 자살의 이유를 수강생들에게 묻는다.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모두 맞는 말일 것이다. 나는 거기에 덧붙인다. 나와 세상에 대해 궁금한 게 없으면 자살할 수도 있다고. 내 삶의 에너지는 궁금증이다. 좋지 않은 머리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으려고 하니 벅차지만 그것이 내 삶을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궁금한 것은 위의 글처럼 ‘누구는 공감각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누구는 여전히 이기적인 생존에만 방점을 두고 있는가?’이다. 공진화(共進化)라는 게 있다. 다른 종(그룹)의 유전적 변화에 맞대응하여 일어나는 한 종(그룹)의 유전적 변화. 심도 깊은 이해는 어렵지만, 간혹 정치판을 빗대어 생각해보면 묘해진다.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시종일관 머리를 숙이며 생존을 도모하는 것을 보면 공진화가 아니라 역진화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그들의 심리 상태에 대한 궁금증이 커다랗게 일어나고 있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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