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을 경험하는 것은 하나의 인상을 느끼는 것이며, 상상력이란 허약한 감각이기 때문에, 추억과 희망은 항상 우리가 회상하는 것, 바라는 것에 대해 상상력을 동반한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쾌락이 추억과 희망에서 동시에 발생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왜냐하면 감각은 그 자체가 하나의 쾌락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기분 좋은 것들은 감각에서는 현재이고, 추억에서는 과거이고, 희망에서는 미래로 남아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현재를 느끼고, 과거를 추억하며, 미래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수사학 1권(아리스토텔레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문학 목매달고 죽어도 좋을 나무’ 운운하며 문학 공부를 하던 젊은 시절, 희미하나마 수사학 관련 책들을 뒤적였던 것 같다. 오로지 좋은 수사 기법을 배워 내 문장이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삶을 꿰뚫어보는 성찰의 어휘를 삶 속에서 올곧게 길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어휘에 삶을 꿰어 맞추는 어리석은 행위를 반복하다 보니 삶도 문장도 모두 퇴색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문재(文才)가 없음에 좌절하며 실의의 나날을 보냈다. 뒤늦게 성찰의 글쓰기로 그 아픔을 극복해가고 있다. 생각을 바꾸어 글이 아니라 나를 보고자 노력하다 보니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그때의 시절을 곱씹어보고자 수사학을 읽어보았다. 다른 것들이 보였다. 기원전에 살았던 사람의 통찰이 여름날의 햇볕처럼 뜨거웠고, 한겨울의 얼음처럼 차가웠다. 사유의 최고 단계인 추상의 언어를 저토록 깊고 그윽하게 엮어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만의 사유 세계를 만들고자 치열하게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나도 그러한 길에 올라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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