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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스를 짜는 피나네 집<말리의 늦게 가는 세상>
임정훈 | 승인 2016.01.25 11:07

지난 주 토요일, 나는 피나 네 집에 다녀왔다.
피나는 지난해 12월에 졸업을 한 내 제자이다.

   
 
나는 수업시간에 종종 타이스 (Tais )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다.
동티모르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나 환송의 인사로 타이스를 걸어주는 정중한 모습이 좋았고 그러한 문화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어느날 피나가 “선생님, 우리언니도 집에서 타이스를 만들어요.”라는 말을 들은 후로
피나네 집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타이스를 짜는 모습도 보고 싶었고, 또 동티모르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나가 졸업을 하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었는데 갑자기 집에 한번 오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초행길은 언제나 염려가 앞서지만 무모한 용기를 무기처럼 들고 다니는 나는 일단 길을 나섰다. 핸드폰이 없는 피나는 누구의 핸드폰이었는지 10번 미크로넷을 타고 종점에 내려 리퀴샤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깐또르 텔레모르”라는 곳에서 내리라는 말을 하고 연락이 끊겼다. 

차는 이정표 없는 바닷길을 계속 가고 있었다. 이러다 서티모르인 인도네시아까지 가는 것은 아닐까 살짝 염려가 들을 즈음 길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피나가 보였다.

   
 
피나네 마을은 한낮의 더위 때문인지 한적했다. 피나 네 집에 다다르니 피나 네 집 역시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피나가 집안으로 들어 간 사이 친구와 나는 집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숨을 돌렸다.

그때 안에서 피나의 아버지가 나오셨다.
산에 계시다가 내가 온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내려오셨단다. 피나 아버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어 안에서 피나의 할머니가 나오셔서 할머니께도 인사를 드렸다.
잠시 후에 아기를 안고 피나 작은 어머니라는 분이 나오셔서 인사를 하셨다.
피나의 작은 어머니가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이어 피나 오빠, 언니, 동생, 사촌동생, 조카 등 피나의 가족이 한명씩 나와 수줍게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피나 네 가족처럼 우리도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도 이들처럼 멋쩍은 모습을 하고 한 사람씩 나와 손님에게 인사를 하였던가. 그들은 인사를 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는데 들어 간 후에도 집안은 역시 조용하였다.

피나네 집에서 목소리가 큰 건 나와 피나 뿐이었다.
학교에서는 언제나  뒷자리에서 조용하게 수업을 듣던 피나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피나의 활발한 모습 속에서, 타이스를 둘렀을 때 주인공으로 누리는 으쓱함이 피나에게 느껴졌다.

피나는 아버지가 코코넛을 따 놓으셨다며 우리를 뒤뜰로 데리고 갔다. 뒤뜰에는 피나 아버지와 오빠가  코코넛을 마시기 좋게 다듬고 있었다.
우리가 코코넛을 마시며 보니 피나네 가족들은 창문과 부엌문에 서서 비죽이 우리들이 코코넛 마시는 것을 보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동네 아이들도 담장 옆에 서서 우리들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다가갔더니 카메라가 무슨 괴물이나 되는 듯이 아이들은 꽁무니가 빠져라 내뺐다가 슬쩍 다시 와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뒤뜰에 있는 평상에는 피나 언니가 짠다는 타이스 틀이 놓여 있었다.
피나 언니에게 “언니는 타이스를 잘 짠다”고 피나가 말했다고 했더니 그녀의 얼굴에서 금새 순박한 웃음이 환하게 퍼졌다.
나는 타이스를 짜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피나 언니에게 부탁하였으나 피나 언니는 그 말에 끝끝내 응해주지 않았다. 우리들 앞에서 타이스를 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왠지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피나 아버지는 우리와 사진을 찍고 싶어 하셨다.
피나 가족이 앞뜰에 한 명씩 나왔던 것처럼 창문으로 우리를 보고 있다가 한 명씩 한명씩 나오는 바람에 우리는 한 번에 사진을 찍지 못하고 멤버를 바꾸며 세 번에 걸쳐서 사진을 찍었다. 내가 그렇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자고 하여도 수줍은 미소만 지으면서 말이다.

피나네 가족과 사진을 찍고 나서 우리는 피나 언니가 짰다는 타이스를 구경하였다.
피나 아버지는 타이스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시려고 하셨지만 우리는 어깨에 걸치는 타이스 몇 개와 원통형의 타이스, 식탁보 등을 정중하게 계산을 하여 드리고 피나네 집을 나섰다.
 
피나 아버지는 코코넛을 가지고 가라며 집을 나서는 우리를 붙잡으셨다. 큰 칼도 없고 물이 나오는 곳을 몰라 가져가도 마실 수 없다고 말씀 드렸더니 칼을 보여 주며 집에 이런 칼이 없냐며 내 아쉬워 하셨다.
 
비록 타이스를 목에 걸어주며 폼 나게 작별 인사도 못하는 피나네 가족이었지만, 우리들의 가는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그 순박한 정을 뒤로 하고 우리는 피나 네 집을 나왔다. 골목길 집집마다 창문에 서서 동네 아이들도 돌아가는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피나 네 집에서 사온 타이스를 펼쳐보았다.
집에서 다시 보니 타이스는 피나 네 집에서 보던 것보다 더 과감한 색상을 사용하여 화려했다. 숫기 없고 수줍음 많은 그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말이다.

   
 
   
 
타이스 (Tais)
타이스는 동티모르 여성들이 직접 손으로 짠 직물인 전통의상으로 남성 옷은 끝에 술이 달린 직사각형이고 여성들은 윈통형의 윈피스를 입는다.
그리고 길고 얇은 타이스는 손님이 오면 환영 인사로 타이스를 어깨에 둘러 준다.
또한 작별 인사를  할 때도 타이스를 목에 걸어주며 이별의 아쉬움을 대신한다.
이 타이스에는 TIMOR LESTE라고 글자를 새기던지 주인공의 이름을 넣어 주기도 한다. 이렇게 받은 타이스는 행사가 진행 되는 동안 어깨에 걸치고 있다가 행사를 마치면 식탁보나 가구의 소품으로 멋스럽게 사용하면 된다.

타이스는 동티모르 여성들이 어머니로부터 타이스 짜는 법을 배워 이어가는 유일한 기술이며 일거리이기에 동티모르에서 딸이 태어나면 바늘과 실을 준비하여 축하하는 전통이 있다.

또한 타이스는 전통의상 뿐만이 아니라 천을 이용하여 가방, 지갑, 식탁보, 액세서리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든다. 타이스의 색상이나 디자인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천연 염색을 한 실을 사용하며 색상은 모두 곱고 화려하다.

지난해 말, 우리학교에서 근무하신 선생님 한분이 임기를 마치고 본국인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때, 환송회 자리에서 교장 선생님은 커다란 타이스를 선생님 목에 걸어 주셨다. 선생님은 멋진 타이스를 목에 두르고 눈물을 흘리며 능숙한 테툼어로 고별인사를 하였는데 나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그동안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보이는 듯하여 가슴이 뭉클하였다.
선생님은 타이스에 담긴 동티모르 사람들의 정도 함께 담아서 떠나셨을 것이다

나도 때가 되어 내 고국으로 돌아가는 날, 타이스를 목에 두르고 학생들과 작별을 고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코끝이 찡해진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걸치고 말이다.

   
 
<임정훈>

예수를 구주로 믿는 사람, 딜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음

임정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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