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한겨례 강재훈 기자)

일홍이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교무주임 이었다.
일홍이 문제로 상담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왜 엄마 하고 상담을 안 하고 나한테 연락을 하냐고 물었다. 일홍이 엄마는 학교 나오기를 꺼려 한다는 내용이고, 일홍이가 공부방에 있기 때문에 전도사님 하고 상담을 해도 괜찮다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경우를 여러 번 당해봤기 때문에 더 이상 묻지 않고 일홍이의 보호자 자격으로 학교를 찾아갔다. 학교에 가니 이 교무주임 선생이 일홍이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아, 전도사님, 일홍이 이 자식 공부도 꼴찌고 말썽꾸러긴데...대책을 좀 세워야겠어요. 며칠 전에 남의 돈을 슬쩍 했지 뭡니까? 골치 아파 죽겠습니다>

나는 교무주임의 호들갑에 대체로 침착하게 대처 하려고, 교무주임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교무주임님, 저는 일홍이가 그렇게 막된 말썽꾼은 아니라고 생각 하는데 주임님은 저와 상반된 입장이군요>

<네에?> 갑자기 교무주임의 눈이 흡 떠졌다. 전도사가 자신의 편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도리어 자신을 반격 하니까 자존심이 상했다는 표시다.

<전 말이죠, 일홍이가 공부 꼴찌 하는 게 문제가 될게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왜냐 하면 그 아이는 공부 대신 기능 쪽에 큰 재주를 갖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알고 있습니까?>

<......>

<그리고 도둑질은 대체로 용돈이 부족한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 입니다. 그 부족한 용돈을 채워주면 다시는 도둑질 안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문제아라고 치부하기 이전에 그 아이에 대한 전반적인 현상을 확인 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군요>

<그렇다면 목사님, 우리가 문제아가 아닌데 아이를 문제아로 만들고 있다는 말씀 입니까?>

교사주임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고 있었다. 흥분 했다는 이야기다. 나는 정면 돌파 하리라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지요. 학교 교사도 사람인데. 교사생활 오래 하다 하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지요>

<어,,,허> 교무주임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다. 나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주임님, 일홍이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도둑질 하는 거, 앞으로 절대 못하도록 책임지고 지도 하겠습니다. 아이 용돈도 제가 챙겨 주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공부 못하는 것은 문제아라고 탓하지 마십시오. 그 아이는 공부를 잘 할 수가 없습니다. 공부는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교회 공부방에서는 일홍이는 우수한 아이 입니다. 제가 우수한 아이라고 제시 하는 근거는 일홍이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함께 평가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공부만 가지고 평가하면 그 아이는 문제아 입니다, 대신 바깥에 나가 기능적인 일을 시켜 보십시요. 이 아이를 따라갈 아이가 아무도 없습니다>

실제 그랬다. 일홍이 녀석은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책을 읽히고 글쓰기를 시켜보면, 영 생각이 따라오지 못하는 녀석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이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이 아이는 공부로 출세 할 놈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능적 측면으로 이 아이는 제 밥그릇을 충분히 찾아먹을 수 있는 놈이라고 판단을 했었다.

그런데 제도권의 교사들은 너무 빨리 아이들에 대하여 포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교무주임은 우리 공부방에 있는 아이들이 문제아가 많다는 식으로 얘기 했다. 일홍이 뿐만 아니라 창형이와 항두도 문제아라며, 은근히 공부방을 폄하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가 막혔다. 도리어 내가 말해야 될 소리를 거꾸로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아이들은 자기 학교 학생들 아닌가. 자기 학교 학생들을 내가 맡아 기르고 있으면 우리가 해야 될 일을 목사님이 하니 고맙다고 하고 우리가 잘못 가르친 아이들인데 수고 한다는 말을 해야 할게 아닌가? 기가 막힌 교사다. 자기 제자들을 폄하 하며 공격 하는 저이가 교사라니 더 이상 앉아 있을 필요가 없었다.

<문제아들이니 뭐니 해도 일홍이와 창형이, 항두 그 아이들의 모든 전반적인 것은 제가 책임  지지요. 그러나 아이를 좀 다독거려 주십시오. 제가 만들어보지요. 나무라는 것에만 집착치 마세요. 제 생각과 이 학교 생각은 너무 다릅니다. 앞으로 일홍이가 도둑질 하는 일 절대 없을겁니다. 두고 보세요 한 번 더 그 일이 있으면 모든 책임을 제가 지지요>

주임의 얼굴색이 별로 밝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학교를 빠져 나왔다. 나는 다시 일홍이 집 밤울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홍이 집으로 가야 했다.

▲ (사진출처: 인스터즈)

오후 늦게 밤이 되기를 기다려 어둠이 으슥 으슥 내려올 때쯤, 성동리 일홍이 집으로 차를 몰았다. 일홍이 집에 가니 마침 인기척이 있었다. 일홍이 셋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주인집 노파가 계셨다.

<누구십니까?>

할머니는 처음 본 사람을 경계하듯 나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할머니 나쁜 사람 아닙니다. 저어, 일홍이 교회 공부방 전도삽니다>

<아...네, 일홍이가 나간다는 그 교회 목사님이로구나...응>

<네, 할머니, 일홍이 문제 때문에 상담 좀 드릴려구요...>

<왜요? 일홍이가 무슨 사고라도 쳤나요?>

<아니고요...>

<그럼, 무슨 일루...>

<혹시, 할머니 이 집에 밤마다 여자 울음소리가 들린다는데, 혹시 들어 보셨어요?>

내가 밤울음소리를 내뱉자, 노파는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지며 잠시 침묵 했다.

나는 그 표정이 더욱 더 궁금해서 <실은 저도 어젯밤에 그 울음소리를 들었거든요...>

<그...래...요?> 노인은 한번 신음소리를 뱉어 내고는

<그 사람이 바로 일홍이 엄마라우...>

<예?>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일홍이 엄마가 왜 밤마다 그 괴기스런 울음소리를 낸답니까?>

<나도, 죽을 지경 이라우, 남들한테 말을 할 수도 없고 안할 수도 없고...>

나는 대강 사태를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노인네한테 뭘 물어보기가 힘들 것 같았다. 때가 되면 알 수 있으리라 하고 그 집을 물러 나왔다.

이적 목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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