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수련

그 누구보다도 성령체험을 강하게 한 사도바울도 노년에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로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아무리 성경말씀을 잘 깨달았다 해도 매일매일 기도하면서 생활 속에 적용해 나가지 않으면 그 기운이 사그라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에니어그램도 자기 유형을 알고 격정을 이해하고 회개를 한 다음 덕목으로 이어가려면 계속해서 수련을 해야 한다.

수련인생(work life)을 살아가는 사람은 인성을 넘어서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 스스로 인성을 고착시키거나 인성에 묶여서 살아서는 안 된다. 먼저 나의 인성은 거짓인성임을 자각하고 내가 기피하는 것, 함정에 빠지는 것, 격정을 넘어서야함을 인식해야한다. 부정적인 감정, 잘못된 습관을 넘어서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인성과 본성사이에 거리를 두게 된다(distancing). 수없이 많은 나를 벗어나서 참된 나를 찾아가야한다. 그래서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진 의식수준의 제4단계를  향하여 정진하면서 본성을 회복해 나가야한다. 굴지예프는 인간의 일곱 수준에서 적어도 제6수준을 목표로 해서 가라고 말하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의식적 노력(conscious effort )’과 ‘자발적 고난(voluntary suffering)’ 즉 고생을 사서하는 수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에니어그램을 흔히 ‘자기발견의 여행’ ‘자기발견의 지혜’ 라고 한다.

(1) 에니어그램의 기본과정

  첫째 : 자신의 격정을 발견하고
  둘째 : 그 원인을 깨닫고
  셋째 : 격정을 극복하는 것이다.

(2) 수련은 해방으로 가는 과정이다

에니어그램을 공부한다는 것은 반드시 수련을 동반한다는 말이다. 분별을 잘 하였을 지라도 결단력이 부족하여 수련을 잘 하지 않으면 그 분별력은 아무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에니어그램은 자기혼자 책을 읽거나 자료를 많이 알고 있을지라도 그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수련과 병행하지 않으면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굴지예프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수련하라’ 라고 권한다. 수련에는 인간이 자신의 잠재력을 펴게 하는 지성적인 연구, 자기관찰, 나날의 명상, 거룩한 춤, 협동적 노력, 예술, 공예, 육체적 노력 등이 있다.

(3) 조화와 균형

이런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생각, 느낌, 행동 사이의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느 한 쪽이 편협하거나 기울어져 있지 않는지를 관찰하면서 중심을 잡아야 균형을 이루어가는 수련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과 존재사이의 균형과 조화가 깨지면 깨달음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잠에서 깨어나서 ‘ 온전함의 영성’을 회복하려고 수련을 하는 것이다.

① 깨어나라(awake)

깨어나지 못하고 잠자는 상태란, 내가 나 자신을 모르고 산다는 말이다. 모든 사람은 행복해지기를, 자유함을 원하기는 하는데 그 행복을 자기 것으로 하기보다는 오히려 주는 ‘복’도 깨트리기를 곧잘 한다. 그것은 마음속에 있는 공포나 불안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것은 이루지 못하고,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사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단점을 놓고 볼 때,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의 단점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데도 정작 자기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에니어그램의 이론은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을 찾으려면 나를 알고 세계를 알아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이 잠자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는 거기에서 깨어나야 한다.

② 의식하라(aware)

수련을 하면서 자기를 관찰하고, 자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회복해 나아가, 어떻게 성숙해야 하는지를 늘 살피면서 자기의 상태를 의식해야한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온전함의 영성, 통전적 영성을 지향하며 에니어그램을 배워야한다. 즉 에니어그램을 영성심리학의 체계로  배워야한다는 말이다.

③ 집중하라(attention)

‘쉬지 말고 기도하라!’ 는 말처럼 에니어그램 수련은 계속해서 온전히 나 자신에  게 집중하지 않으면 퇴행으로 가 버리게 된다. 에니어그램의 역동성은, 즉 우리의 성격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매순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가도 오후에 어떤 것에 걸려서 우리의 격정이 그만 그것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러나 격정도 우리의 에너지를 얻는 방법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잘못된 에너지를 밝혀내어 잠자는 현실을 힘찬 에너지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④ 일생동안 한다

에니어그램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영속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련도 일생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에니어그램 체계를 현실에 연결시켜야 한다. 자기도 모르게 반복하는 습관이나 자기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것에 그대로 머물러 사는 것을 자기 감옥에 갇혀 사는 것이라고 한다면, 해방을 위한 수련을 시작한다는 것은 우리들 생활에서의 기계적 자동반응을 의식적으로 멈추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에니어그램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단어로 옳음, 사랑, 성취, 품위, 지혜, 충실, 기쁨, 강함, 평화가 있는데 이것들이 긍정적인 기운으로 살면서 자기의 베스트를 잘 발휘하면서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이다. 그렇게 살기위해 그동안 뒤집어쓰고 살던 거짓자아로부터 탈출해야하고 자기가 자기 속에 얽매어  살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그리고 감옥의 잠자는 의식으로부터 깨어나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예: 두려움, 수치심, 화)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고, 그것들을 따로 떼어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한다. 그러려면 온 몸을 다해 저항해야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의식이 깨어나면 결단을 내리고 생명의 기운으로 살아 갈 수 있게 된다. 한 사람의 깨어남이 온 공동체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줄 수 있고, 깨어난 사람은 다소 부정적인 기운이 오더라도 긍정적으로 되돌릴 수 있다. 이런 것이 ‘영성의 힘’이다.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은 항상 변화하려는 욕구를 갖게 되고 단계를 따라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에니어그램은 본인만이 알 수 있는 내면의 태도, 감정, 사고, 가치관, 행동 등의 동기가 합쳐져 만들어진 성격유형 이론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자기 자신이 자기를 들여다 보아야한다.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섣불리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⑤ 수련은 갈등을 동반 한다

수련을 하기 시작하면 타성과 습관에 젖어 살던 말과 행동에 저항하기위해 제동을 걸어야 되고, 그렇게 되면 내면과 외면, 타인과의 관계, 환경 속에서 갈등이 뒤 따르게 된다.  갈등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늘 깨어 있으면서’ 수련해야한다. 그리고 에니어그램 수련은 절대로 혼자 할 수 없으며 공동체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공동체가 시끄러워 질 수 있으나 수련을 하기위해서는 그런 과정도 견디어 내야한다. 그 속에서 서로 부추겨 줄 수도 있고, 참아줄 수도 있고, 바른말을 해 줄 수도 있어야한다.

- 다음편에 계속 -

윤명선 공동체문화원장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