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9일 금요일, 맑음
‘덕성여대 약초원’ 한가운데를 세로로 질러 우리 동네에 들어오는 ‘제헌로(制憲路)’! 그 양편으로 심겨져 있던 수십 길 은행나무 수십 그루가 하루나절에 다 잘려나갔다! 그 허전함이란!
봄이면 연초록 싹을 그득 틔우고, 여름이면 그 검푸른 나뭇잎으로 시원한 가로수를 이루고, 가을이면 화려한 단풍으로 하늘과 길바닥을 노랗게 장식해주던 길인데! 나무를 베는 학교 측 얘기로는 나뭇잎이 떨어져 성가시다는 주민들의 진정 때문이란다.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알에서 구린내가 난다고 불평해서 하는 수 없이 자른다고 하지만 약초원 나무들마저 모조리 벤 것으로 미루어 그 땅에 뭔가 건축을 하려는 속셈 같다. 사학재단 가운데 교육재단이름으로 사들인 땅이 전국 최고라는 곳이고, 이 동네에서도 누가 집을 팔면 제일먼저 손을 써서 사들이는 곳이 덕성여대 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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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상 엄연히 6미터 도로에다 그 밑으로 상하수도와 도시가스가 묻혀 있는데도 덕성여대가 땅을 내놓지 않았다. 주민들이 걸어다니자 재단이 철조망을 쳤다. 주민들이 가위로 잘라내고 다녔다. 그 오솔길에 수십 대 트럭으로 높다랗게 흙을 쌓아 못 다니게 하자 주민들이 삽을 들고 나와서 쫙 깔아버렸다. 그 땅에 빽빽이 은행나무를 심어놓자 주민들이 하룻밤 사이에 길 양편으로 옮겨 심어 가로수를 만들어버렸다. 그 길을 통행하지 말아달라고 집집이 선물한 ‘덕대 한우’는 이튿날 모조리 학교수위실로 반환되었다.
한참 간암을 앓고 있던 ‘김씨아저씨’가 평생 기억에 남는 선행을 하겠다면서 공휴일의 도로포장에 앞장섰다. 김씨와 우리 네 여자가 고발을 당했다. 검찰이 주부들은 빼고 김씨만 조사하고 기소하고 재판을 하던 중에 김씨가 세상을 떠나고 말아 사건은 종결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지고 확보되고 양편에다 주차를 하는 도폭 8미터의 ‘제헌로’(보통으로는 ‘약초원길’, 행정상으로는 ‘우이천로 42길’)! “응답하라 1988!” 바로 1988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이런 곳이 쌍문동인데, 원주민들이 어떻게 투쟁하여 얻은 길인데, 그것을 새로 이사 온 다세대주택들 주민은 알 길 없어, 그 사랑스럽고 화려한 은행나무의 가치를 알 길 없어, 학교 측에 성가신 민원들을 제기해 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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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글로벌센터 빌딩 4층에서 열린 총회에서는 전국에서 올라온 40여명의 위원들이 각지부의 현황과 사업보고, 사업 감사와 감사승인, 회계감사와 결산보고, 금년의 사업계획안 심의와 승인, 예산안 심의와 승인 등으로 세 시간 꼬박 열띤 토론과 회의를 하였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각지에서 온 임원들과 환담을 나눌 참이었는데 나만 자리를 떠야 했다. 막내올케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보스코와 일산으로 문상을 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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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하도 장수들을 하니까 먼저 떠나시는 노인들이 되레 호강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도 떠날 때를 미리 알고 멋 부리며 떠나고 싶어 “하느님, 미리 좀 가르쳐 주실래요?” 라고 말씀드리지만, 사람이 낳고 죽는 일만은 본인과 일체 상의 없이 하느님 혼자 알아서 하신다. 잘 하시는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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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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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300에 씁쓸해 하는 동료들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