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서 분노가 우리의 인격과 관련된 공격으로부터 생겨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증오는 어떤 개인적인 동기 없이도 생겨날 수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우리가 정말로 싫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때, 그것은 우리가 그를 증오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또한 분노는 항상 한 개인, 예를 들면 칼리아스나 소크라테스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증오는 계층 전체에 대해 품을 수 있는 감정이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도둑이나 밀고자를 증오하기 마련이다. 분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유될 수 있는 반면, 증오는 그렇지 않다. 분노가 고통을 주고자 하는 욕망이라면, 증오는 해를 입히고자 하는 욕망이다.

-<수사학2(아리스토텔레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글쓰기 실내 강의 마지막 회 핵심은 어떤 사람이 한 편의 글을 완성시키는가이다. 글쓰기 동기 부여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응어리’로 풀어 보았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응어리는 “1.근육이 뭉쳐서 된 덩어리, 2.가슴속에 쌓여 있는 한이나 불만 따위의 감정, 3.사물 속에 깊이 박힌 것”이다. 이 말을 쓰고 나니 갑자기 눈이 밝아진다. 한 달 동안 끙끙 앓았던 ‘신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이란 개념이 내 안에 들어오는 것 같아서다. 사실 그 일등공신은 수강생들이다. 집중도 높은 눈빛을 보며 새롭게 내 안에 들어온 생각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심했는데, 준비하고 말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그 개념들이 나의 것이 되고 있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일은 야외 수업이다. 서울을 보고, 숲을 보고, 함께 걷는 사람을 보고 말을 나누고 글을 쓰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은 분노, 모욕, 비방이다”라고 말한다. 반나절이지만 잠시나마 분노와 증오의 경계가 무너지며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 되도록 애써 볼 것이다. 우리 함께!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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