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때로는 목이 마르면서도 마시기를 주저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도 상관없을까?” “말할 수 있지요. 많은 사람들이 흔히 그렇게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마시기를 갈망하는 뭔가가 있는 반면에 그것을 방해하는 뭔가가 있어 이쪽이 갈망하는 쪽보다 우세하다는 뜻이 아닐까?”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방해하는 것이 마음속에 생겼을 때는 깊은 생각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고. 짐승처럼 달려가게 할 때는 몸의 병적인 상태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 “그런 것 같습니다.” “… 우리들 마음속에 깊은 생각을 일으키게 하는 쪽을 마음의 ‘사유적 부분(思惟的部分)’이라 이름 붙이고, 마음에 애욕을 일으킨다든지 … 이것을 ‘비사유적, 욕망적 부분’이라고 이름 지을 수 있지.”

-<국가>(플라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을 옮겨 적으면서 뭔가가 자꾸 찔려 플라톤이 말한 ‘깊은 생각’에 시선을 꽂는다. 그러면서 사유적 부분을 확장시켜 앞으로는 딱 1차만 하기를 다짐해본다. 하지만 이것은 깨어 있을 때의 생각이고, 1차가 시작되면 2차의 ‘비사유적, 욕망적 부분’이 애욕을 일으킨다. 어제도 그랬다. 출판사 사람들과 술을 시작하면서 “오늘은 1차만 해요. 집에 가서 <너를 기억해> 봐야 해요.”라고 말하고는 시간이 흐르면서 잊고는 결국 편의점에 가서 캔맥주 하나로 2차를 하고야 마는 ‘몸의 병적인 상태’를 드러냈다. 2,500년 전의 플라톤이 나를 겨냥해 위의 말을 남긴 것 같다. 아님, 모든 술꾼들? 21세기의 한 작가는 “알코올 중독은 극심한 감정의 고통”이라고 했다. 그 고통은 알코올로 감정을 바꾸려는 ‘몸의 병적인 상태’가 근원인 것 같다. 음, 내 뱃살을 응시해야겠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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