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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멜리 나무가 보고 싶다.<말리의 늦게 가는 세상>
임정훈 | 승인 2016.02.15 12:56

나는 언제나 나무가 좋다.
그래서 지인들의 이름을 나무로 저장하여 내 핸드폰 속에 나무숲을 만들었다.
그러나 핸드폰 숲속에 심어 있는 나무의 종류는 대부분 내 의지는 아니다.

나는 지인들에게 좋아하는 나무가 무엇인지 묻는다. 나에게 좋아하는 나무에 대한 질문을 받은 지인들은 소나무, 버드나무, 계수나무, 메타쉐콰이어. 물푸레나무, 동백나무, 개암나무, 버드나무, 주목나무 등 나름 데로 그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까지 말해 주어 저장한 것이다.

가끔은 내가 직접 나무를 심기도 한다.
느티나무, 로뎀나무, 포도나무, 사과나무처럼 의미를 부여하여 내 숲에 심어 놓기도 한다.

   
▲ 꿀루나무
나는 내 핸드폰 숲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에게 물을 주고, 반들반들하게 윤기 나도록 잎사귀를 닦아 주지는 못하지만, 참한 열매를 맺으며 기쁨을 안겨주는 나무도 보고, 언제나 독야청청 푸르게 서있는 나무를 보면서 변덕 없이 함께 지내는 세월이 그저 고맙다.

그러나 내 숲에 있는 모든 나무가 밝고 건강한 것은 아니어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를 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나무 뒤에 서서 훌쩍 훌쩍 울기도 한다.

또한 내가 좋아하여 심어 놓은 나무지만 어느 땐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하여 엘로우 카드라며 나무이름 대신 본명으로 바꾸어 놓기도 하고 섭섭함의 정도가 큰 나무는 아프지만 뿌리를 뽑아 버리고 싶기도 하다.

이제 耳順이라는 육순을 바라보고 서있는 사람이 사람 관계에서 섭섭함이 좀 크기로서니 나무로 심어 놓고 그 나무를 뿌리 채 뽑겠다는 생각이 한심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무를 좋아하는 나의 마음은 이제 동티모르로 옮겨 온 것 같다.

딜리는 아름다운 나무에 쌓여있는 도시이고, 거리를 걷다 보면 커다란 나무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그 커다란 나무들은 오래 된 나무라서 거목이 되어 마을 곳곳에 당당하게 서있다.
 

   
▲ 딜리 바닷가에 있는 나무

날마다 바닷가를 거닐면서 만나는 거목의 이름은 아이 할리다.  테툼어로 아이 (ai) 는 나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아이 할리는 한국어로는 할리나무인 것이다.

할리나무는 동티모르가 32개 종족이 모여 한 나라를 이루어 살고 있듯이 작은 줄기 줄기들이 하나의 큰 줄기가 되어 중심을 이루고 서있다.
그래서 할리 나무를 볼 때 마다 도대체 이 나무는 나이가 몇 살이나 될까 궁금하다.
 
비록 나이를 알 수 없는 할리나무지만 포루투갈과 인도네시아로 부터의 긴 지배에서도 소박하게 살고 있었던 그들이 독립의 뜻을 세웠을 때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하게 나가던 동티모르 사람들을 격려하며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 할리 나무

동티모르는 할리나무 외에도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의 시골에 한그루씩은 꼭 있는 감나무처럼 동티모르도 집집마다 하스 (mango)나무는 꼭 있다. 거기에 누, 아이딜라, 사브라카, 후디, 아보카도, 꿀루, 아따야 나무 같은 과일 나무가 있고 그 외에도 안또리, 마리아, 누아바, 쌈뚜꾸 나무 들이 있다.

또한 딜리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마치 나무가 걸어 다니는 것처럼 바닥에서부터 위까지 나뭇잎으로 덮여 있는 나무를 볼 수 있는데 아직 그 나무의 이름을 알려준 사람이 없어 내가 그냥 숨바꼭질 나무라고 부른다.

또 하나, 동티모르 사람들 마음에 짠하게 남아있는 나무가 하나 있다.
그 나무의 이름은 까멜리 나무다.

그동안 나는 쌈뚜꾸 나무를 까멜리 나무로 잘못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던 까멜리 나무가 쌈뚜꾸 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진실을 왜곡당한 것처럼 마음이 허허로웠다.  쌈뚜꾸 나무는 딜리만 조금 벗어나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쌈뚜꾸 나무

까멜리 나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백단나무다.
이 까멜리 나무는 잎이나 나무껍질은 거의 향이 없고 중심부에 있는 심부분에서 단맛의 향이 난다고 한다. 향이 나는 이 심재부분을 백단향이라고 하는데 백단향은 마음을 진정 시켜주고 정신집중과 각성작용을 하여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치료에 사용된다. 또 목공예품으로 가장 좋은 재료로 쓰이며, 향료와 방부제, 가구 등 다양하게 쓰인다.

까멜리 나무는 동티모르처럼 열대 밀림인 산악지대에서 잘 자라는 나무다.
ai-kameli 라고 부르지만 ai-morin이라고도 부르는데 까멜리라는 이름도 예쁘지만 모린이라는 이름이 더 예쁘고 이름에서도 향기로움이 배어 있는 것 같아 나무 이름도 좋다.

동티모르에서 자란 까멜리 나무는 향이 강하고 그 향이 오래 가기로 유명하다.
동티모르의 까멜리나무는 16세기, 포루투갈 상인들에 의하여 서구에 알려졌으며, 포루투갈이 1769년 동티모르를 점령하면서 모두 뽑히는 수난을 겪게 되었다.

   
▲ 메띠나로 풍경

나는 카멜리 나무를 보려고 딜리에서 동북쪽에 있는 “메띠나로”라는 지역을 가면서도 카멜리나무에 대하여 물어 보았으나 그 때도 그들은 쌈뚜꾸 나무를 알려 주어 진짜 카멜리 나무를 볼 수 없었다.

엊그제는 딜리 서쪽에 있는 “에르메라”라는 도시를 가는데 산길이 우리나라 강원도길 같이 구불구불하였지만 나무가 많아 주변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까멜리나무를 물어 보았다. 그러나  까멜리나무는 그곳에도 없다고 하여 결국 “에르메라”에서도 못보고 그냥 돌아왔다.

까멜리나무를 보고 싶어 하는 나를 보고 학생 한 명이 “수와이”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수와이”는 딜리에서 서남쪽 끝에 있는 도시로 길이 험하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가볍게 떠날 만한 도시는 아니다. 그래도 연휴가 있는 어느 날 나는 까멜리 나무를 찾아“수와이”에 가보려 한다.

까멜리 나무는 예전에 우리나라 느티나무처럼 동네 어귀에 서 있기도 하였고, 자작나무처럼 숲을 이루고 있었다는데 지금은 동티모르에서 내가 다녔던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었다.

30년은 자라야 연필심만 한 심부분이 생겨나기에 적어도 7-80년은 자라야 채산성이 있다는 카멜리나무를 뽑은 자리에 그들은 커피나무를 심게 하여 지금은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고 하니 꼭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는 그 자리가 아니어도 좋다.

한 여름날 적당히 풀을 먹여 잘 다려 입고 나서는 모시옷을 입은 자태처럼 우아 하고 속살 깊은 곳에서 나오는 은은한 향기로움으로 동티모르를 적시며 그렇게 어딘가에서 심기우고 자랐으면 좋겠다.

언제인가 잠시 지나가는 길이라도 동티모르에 들렀을 때 아 내가 그렇게 찾았던 까멜리 나무가 이렇게 동티모르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은 비단 나 같은 이방인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까멜리나무를 마음속에 심고 살아가는 동티모르 사람에게는 더 큰 바램 일 것이고, 아니면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그렇게 자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임정훈>

예수를 구주로 믿는 사람, 딜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음

 

임정훈  webmaster@ecumen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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