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본성에 대한 분류나 욕망의 수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식별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 점이 불충분한 상태로 남아 있는 한, 우리들이 탐구하고 있는 대상은 계속 불명확하게 남게 되는 거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좋아, 내가 명백히 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네. 필요치 않는 쾌락이나 욕망의 어떤 것은 비합법적이고 또 난폭하다고 나는 생각해. 아마도 우리들은 나면서부터 그것들과 함께 태어나겠지만, 그러나 그것들은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것들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혹은 소수의 약한 것만 남겨질 때까지 법이나 이성의 화합이나 혹은 더 좋은 욕망에 의하여 훈련되어지기도 하지.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것들의 수나 힘을 그대로 유지하기도 하거든.”

-<국가>(플라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턱없이 짧은 나의 공부에 의하면, 위의 글 가운데 “우리들이 탐구하고 있는 대상은 계속 불명확하게 남게 되는 거네”라는 구절이 플라톤의 핵심 사상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이데아, 동굴, 그림자, 철인 등으로 기억하는 플라톤의 실체 탐구 정신은 결국 실체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글쓰기 수업 준비를 위해 우연히 집어든 책 <삶으로서의 은유>를 보았고, 그렇게 레이코프의 다른 저서도 들여다보다가 메를로 퐁티의 <지각의 현상학>까지 내 손에 잡혔다. 이 철학자의 <휴머니즘과 폭력>은 읽으면서 감이 왔는데, <지각의 현상학>은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언어 사용 방식이 외계인 같았다. 모르겠다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신체(몸)로 세상을 읽는다는 것만은 알아챘다. 즉, 신체가 있는 한 실체는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가닥이 잡힐 때까지 들여다보아야겠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