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저술 <파이드로스>를 보면, 문자가 등장한 소식을 듣고 소크라테스가 우려를 나타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문자의 사용으로 인간이 이익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문자는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키겠지만, 더 이상 암기할 필요를 없애기 때문에 망각을 가져올 것이다. 또 문자는 진리가 아니라 진리의 유사품을 주고 사람들은 진실성 없는 외형적 지혜만을 갖게 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기록이 기억을 대체하게 됨으로써 사람들이 자기 머릿속이 아닌 외부에 존재하는 기호에 자신의 기억력을 의존하게 될 것을 염려했다. 그는 문자의 등장으로 직접 배울 때에 얻을 수 있는 현명한 스승과의 대화와 그 시간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소크라테스 평전>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어제 글쓰기 3기 수강생인 전규자 님(일산에서 ‘두손 치유’ 운영, http://dusonhealing.co.kr/inc/) 대체의학 강의를 들었다. 들으면서 내게 한 가지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메모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젠가 강사들의 강의를 듣는데, 한 분이 내게 말했다. “몰입도가 굉장히 높으신 것 같네요.” 그 말은 내가 뭔가를 적는 것보다 강사의 말을 곱씹는 표정을 지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마다 강의를 듣는 태도는 다르겠지만, 나는 강사의 전체를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의 말을 문자로 남겨 다시 보는 것보다 그 순간의 느낌에 충실하면 내게 더 많은 것이 얻어진다. 그런 면에서 소크라테스의 일갈은 음미해볼 만하다. 어제는 특히 메모가 필요 없었다. 간단한 도구(빨래집게, 이쑤시개 등)로 통증을 치유할 수 있는 동작을 직접 해보았기 때문이었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 몸을 내가 치료하는 법. 더 궁금하시면 ‘두손 치유’를 찾아가 좋은 대화를 나누시기 바란다. 대화에서 우리는 진리를 얻을 수 있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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