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대골 목사. 그는 호랑이를 닮았다. 그가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외칠때의 모습은 정말 호랑이를 연상케 한다. ⓒ에큐메니안

문대골. 그는 한국기독교평화연구소 상임고문이자 생명교회(기장) 원로목사로, 현재 본지에 ‘함석헌과 장준하 그리고 박정희’를 연재하고 있다. 그가 함석헌과 장준하에 대해 자세히 기록할 수 있는 이유는 ‘씨알의 소리’ 출판부장을 했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문대골 목사와 함석헌의 인연의 첫 시작은 58년, 그가 해병대 전역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휴가를 나왔을 때, 서울역 신문가판대를 통해서이다. 당시 함석헌의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는 글이 사상계 8월호에 실렸는데, 이 글로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게 된다. 

“서울역 앞에 나왔는데, 신문 가판대의 모든 신문이 한 남자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게 함석헌 이었다. 당시 나는 함석헌을 알지 못했지만 ‘무정부주의자 함석헌 구속’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가슴이 뛰었다. 12가지 신문과 월간지를 사서 다시 부대로 들어갔다. 한 달 내내 함석헌 기사를 읽었고, 그와의 만남을 꿈꿨다. 내 나이 19살 때였다”

청년 문대골이 실제로 함석헌을 만난 것은 제대 직전이었다. 해병대 군복을 입고 찾아간 문대골에게 함석헌은 “참 군복이 멋지구만”이라고 칭찬했다. 그 후 문대골은 단국대 야간부에 다니면서 함석헌을 초청해 몇 번의 강의를 들었고, 인연은 이어지게 됐다.

문대골은 인생의 굴곡이 있을 때마다 함석헌을 만났다. 그가 ‘연좌제’로 공직생활을 할 수 없을 때, 그는 함석헌의 소개로 천안의 씨알농장에서 일했고, ‘씨알의 소리’ 편집부장 역시 함석헌과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예수교감리회 목사였던 그가 개척한 생명교회 교인들을 설득해 한국기독교장로회로 옮길 수 있었던 것도 함석헌의 영향이 컸다. 당시 예수교감리회 감독까지 했던 그는 고위 관계자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구국선교단의 최태민 목사가 “함석헌, 장준하 같은 놈들은 광화문 한복판에 내놓고 총살해도 아깝지 않다”는 발언에 교단을 옮기기로 결심한다.     

이때 함석헌은 당시 기장 부총회장이었던 이준묵 목사를 소개시켜줬고 그로인해 1977년 기장 서울노회에 가입하게 된다. 이후 그는 기장 교회와사회위원장, NCC 교회와사회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8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각종 사회현장에 참여하고 투쟁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여전히 함석헌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그가 말하는 신앙인의 투쟁과 방향은 무엇일까?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에큐메니안

기장은 ‘쫓겨난 자들이다’라고 생각한다. 김재준을 비롯한 소위 한신 신학의 계보를 보면 그들은 기존 세력에 쫓겨난 자들이다. 하지만 성서를 보면 쫓겨난 자들을 모아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스라엘 역사가운데 약속되었다. 기장이 한국기독교의 새로운 다리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날로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대로 살아나려면 남북이 껴안지 않고는 안 된다. 북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북한을 내놓고는 한반도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고, 그런 존립은 의미가 없다.

경제적으로 한반도가 살아나려면 남북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이 미국이다. 미국이 소위 국가권력, 패권을 지속하려고 하는 한 현재와 같은 자세를 취할 것이다. 이해는 되지만, 그 이해해주자고 나라를 팔아먹을 수가 있는가.

1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어쨌든 남북이 끌어안는 것. 지금 중국에서도 혀를 날름거리는 북한의 엄청난 자원들이 있고, 남쪽의 기술력이 있다. 하지만 껴안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 한계가 바로 박근혜 정권이다. 박근혜 정권으로서는 반공 이념이 흔들리면 정권유지가 어렵다. 커다란 한계들을 있지만 결국은 이것들을 뛰어넘을 때 한반도의 존립이 가능해진다.

-총선을 앞두고 한국의 정치적 대립이 어지럽다. 또한 첨예한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 많은 투쟁들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때 신앙인들의 투쟁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만약 이번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가 되지 않으면 참 허해질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싸움이 중단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함석헌은 “역사에 대한 책임을 가지게 되면 싸움은 이겼다 졌다하고는 관계없다.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역사적인 투쟁을 하는 것은 중요한데, 이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안으로 ‘누리는 평화’, ‘스스로의 평화’이다. 아주 격조 높은 자주라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밖이 시끄러워도 그것을 안으로 지닐 수 있어야 투쟁이 된다. 안으로 누리는 평화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좋은 투쟁이 아니다. 

함석헌이 쓴 ‘간디 전기’에 보면, 어떤 기자가 간디에게 ‘진리파지’의 원리를 어디서부터 얻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간디는 진리파지를 얻은 곳은 시민들이 끊임없이 모이는 델리광장과 지하 기도실이라고 답했다. 간디가 델리광장과 지하기도실을 끊임없이 오고가며 얻은 것이 바로 그가 깨달은 진리인 것이다. 이처럼 현장에서 피투성이가 되도, 기도실로 들어가는 심성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투쟁은 그래야 한다. 역사라고 하는 것은 상처를 가지고도 싸워야 한다. 절룩거리면서도 지팡이를 짚어가면서 투쟁을 해야 한다.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젊은이들에게 함석헌과 장준하를 소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함석헌과 장준하는 죽기로 살았던 사람들로, 그들의 글을 보면 죽어서 산 사람들이로구나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모델로 제시하기가 어렵다. 그 가운데 징검다리 역할을 우리 세대(70-80대)가 했어야 하는데 잘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 50-60대들이 그런 어른들과 청년들을 이어주는 운동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진화의 포커스는 ‘정신’이었다. 우리는 정신적인 진화를 해온 것이다. 오늘의 정신은 수 십 억년 동안 진화하면서 갖게 된 인류의 자산이다. 이 정신을 예수의 말로 보면 ‘가장 작은 자들과 함께 하는 것. 목마른 자들, 굶주린 자들과 함께하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류의 진화의 마지막 자리는 ‘공존’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다. 참된 공존을 이루는데 중요한 것은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예수의 정신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하지만 박정희 이후 역사는 ‘경제’라는 단어밖에 남은 것이 없다. 지금도 경제 앞에 누구도 꼼짝 못하고 있다. 경제라고 하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귀한 것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역사도 그것을 향해 진화해왔다. 자칫 잘못하면 자본에 수 십 억년 진화해온 자산을 도둑맞을 수 있다. 어떻게 해서 이 자본주의의 행태를 극복할 수 있겠는가? 함석헌 장준하와 같은 어른들은 그런 씨름을 해왔던 사람들이다. 이제 경제를 뛰어넘어 예수의 정신, 함석헌 장준하의 정신으로 살아가려는 신앙인들이 되어야 한다.

▲ 그가 들소리신문에 연재한 '바푸 함석헌' 바푸(Bafu)는 인도말로 아버지를 뜻한다. ⓒ에큐메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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