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수자 배제와 혐오 확산을 염려하는 감리교 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이 지난 18일(목) 오전 11시 광화문 감리교본부 앞에서 ‘감리교 성소수자 차별 입법 및 서명운동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큐메니안

지난 1월 14일 기독교대한감리회(전용재 감독회장)는 제 31회 총회 입법회의에서 ‘동성애 반대 성명’을 채택하며, 지난해 입법 통과된 ‘동성애 찬성 및 동조자’를 처벌 대상에 삽입해 처벌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정 개정안을 더욱 강화했다. 뒤이어 감독회장 명의의 서신이 ‘동성애 관련법 개정 서명운동에 동참합시다’라는 제목으로 각 교회에 보내졌다.

이에 감리교 내부는 많은 혼란에 휩싸이며, 동성애 관련 입법 및 서명을 반대하는 성소수자 관련 대책모임이 꾸려졌다. 이들은 모두 감리교 목회자 및 신학생, 평신도들로 구성됐으며, 반대 성명서 초안을 작성하고, 서명에 들어갔다.

이들은 곧 ‘성소수자 배제와 혐오 확산을 염려하는 감리교 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으로 명명하며, 지난 18일(목) 오전 11시 광화문 감리교본부 앞에서 ‘감리교 성소수자 차별 입법 및 서명운동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기자회견은 참가자 전원이 가면을 쓰고 기자회견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들은 “기자회견 자체가 개정된 법안에 의해 처벌대상이 될 수 있기에 신변보호를 위한 목적과 참담한 상황 속에서도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표력하기 어려운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로 가면을 쓴 것”이라고 밝혔다.  

“전용재 감독회장님, 정말로 궁금해서 묻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전용재 감독회장님께 드리는 편지’는 감리교 평신도가 작성한 것으로, 이번 기자회견에서 읽혔다. 이 편지에는 “서로를 향한 분열과 혐오가 부끄럼 없이 판을 치는 이 땅에서, 지난 임법 총회를 전후로 하여 감리교가 걸아가고 있는 행보를 비탄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성도가 드리는 글”로 취지를 전했다.

이어 “지난 달,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 전교인을 대상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항 중 성적지향 문구를 삭제하는데 동의하는 서명을 진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자세한 언급 절차가 없고 목회자들조차 교단의 공문과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 종이들이 모여 종교, 기독교, 감리교를 넘어 예수의 이름으로 자행될 엄청난 파장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다”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 한 참가자가 전용재 감독회장에게 드리는 편지를 읽고 있다. ⓒ에큐메니안

그러면서 “성적 지향이 다르면, 그 사람이 취업을 하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교육 시설을 이용할 때 차별하고, 다른 사람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 따위는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번 서명운동”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법조차 지키고자 애써서 만든 평등과 인권을 예수와 교회의 이름으로 재단하고 억압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 성도들은 우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는 우리의 강도 만난 이웃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이번 차별 입법 및 서명운동 반대를 촉구한 이들은 △입법 과정의 총체적 불투명성 지적 △개인의 사상적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결의 반대 △기독인 성소수자 억압, 퇴출시키는 한국교회 움직임 반대 등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의 강도 만난 자들”이라며 “이들은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창조된 자신의 모습을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거절당하고 무수한 배제를 경험하며 폭력적인 편견과 왜곡된 시선에 노출되어 왔다. 이는 인간을 창조하고 구원하며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 앞에 크나큰 죄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너도 가서 강도 만난 자들의 이웃이 되라’는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성소수자들과 연대하고 이들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감독회장에게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감리교본부를 방문했으나, 전용재 감독회장의 출타로 인해 서한을 접수하는 것으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박준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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