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남 한결이가 창영이 형에게 빠따를 얻어맞았을 때, 나는 심각 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들을 때린 놈을 찾아 아들이 맞은 것만큼 그 녀석을 흠씬 패줄까 아니면 파출소에 신고를 할까 또 아니면 불러다 조용히 타이를까 하고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 하지만 세 가지 다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아들 녀석이 맞은 것만큼 구타하는 것과 법적 조처는 목회자가 할 짓은 아닌 것 같고, 조용히 타이르는 것 역시 녀석의 간을 키워주는 것 같아, 창형이가 우리 집에서 양육을 하고 있는 이상 창형이 입장도 있고 해서 그냥 모르는 체 하고 덮어 두었다가 창형이 아빠를 비롯해서 계속 패악 질을 저지를시 그에 맞추어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우리교회 윗집 파월장병 하사관 출신인 정 상사 집에 난리가 터졌다. 창형이 아빠인 재우씨가 아침술을 먹고 정 상사 집에 들어가 술주정을 부린 모양이었다. 정 상사는 오랫동안 객지에서 생활 하다가 군대에서 정년제대후 고향인 민통선 마을 찾아 들어온 분이다.

마을 환경보전을 위해서 노력을 하다가 마을 농민들에게 적잖게 욕을 얻어먹고 사시는 분이다. 가령 마을 농수로 벽을 시멘트로 해놓으니까 고기종류가 씨를 말린다. 빨리 농수로에 콘크리트 벽을 철수 하고 돌멩이 담장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마을이 생태 마을로 변한다. 등의 주장을 하다 보니 농사짓는 사람들은 비만 오면 농수로 담장이 무너져 물이 범람 해 농사를 망치는데 미친 소리 라고 일축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보존파인 정 상사님과 마을 농사가 우선이다 라고 주장하는 마을 사람들과  부딪치게 되어 결국 사이들이 좋지 않게 됐다. 창형이 아빠 재우씨도 정 상사 반대편에 서있었던 모양인데, 아침 술에 취하여 남의 집에 주거침입을 하니까 정상사가 그의 손을 끌어서 집밖으로 내쫒아 내려고 했다.

<나간다, 못나간다>하고 옥신각신 하다가 재우씨가 정 상사한테 얻어맞았다고 고소까지 간 모양이었다.

꼴뚜기 한마리가 난전을 어지럽힌다는 말이 있던가?  재우씨의 행동이 이쯤 되다보니 마을 사람들은 토박이든 이주민이든 재우씨를 못 볼 물건 마냥 슬금 슬금 피해 버린다. 언제나 낮술에 취해 있는 사람, 맞닥뜨려서 좋을 사람이 못 된다는 뜻이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바깥이 왁자지껄 하였다.
일홍이가 뛰어와 <목사님 창형이 아빠가 또 교회 불 태운대요. 야단 났어요. 한번 나가보셔요> 한다.

나는 창가에 귀를 갖다 댔다. 그는 술에 잔뜩 취해서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마구 떠들어 댔다.

<목사 새끼 나와! 때려 죽여 버린다! 남의 새끼 끌어다 맘대로 부려먹고! 에이 창형이 새끼, 안 나와? 안 나오면 내가 쳐들어간다? 빨리 두 놈 다 나와!>

자기 아들과 내가 동시에 나오라는 것이다.

<정말 불태워버려! 이 새끼들 안 나와? 너거들 불태워 죽여 버리고 나는 감옥 가면 그 뿐이야! 개쓱끼들>

▲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도저히 안될 것 같았다. 이쯤 되면 막가파다. 계속 놔두면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나를 괴롭힐것은 분명했다. 나는 순간 공부방 문을 활짝 열어 제쳤다. 일부러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나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너 임마, 방금 뭐라 그랬어> 내가 문을 활짝 열어 제치며 튀어나가자 재우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리 술이 취해도 상대방의 표정은 읽는 모양이었다.

나는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재우씨 곁으로 바짝 다가갔다. 그리고 멱살을 휘어잡았다. 뒤에서 아이들이 겁에 질려 있다가 나의 육박전에 용기를 얻은 듯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상대는 내가 언제든 자신을 무서워하며 고분고분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확실하게 당황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라고? 불태우고 감옥 간다고? 자자, 불태워 봐! 빨리 불 태워!> 나는 사내의 멱살을 끌고 공부방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사내는 <안 들어가> 하며 바깥에서 버팅기기 시작 했다. 나는 못이기는 척 하고 바깥에서 상대를 주눅 들게 말 공격을 하기 시작 했다.

<머어? 자식아, 너가 교도소 갔다 왔다면, 나는 삼청교육대 3년 있었어, 임마, 니깐 놈은 하루도 못살 곳이야, 이 자슥아! 시골에서 고분고분 목회나 하고 있으니까 흑싸리 껍데기로만 알았지? 너 이시끼 오늘 죽어봐! 오늘 너 죽여 버리고 다시 삼청교육대 갈란다! 니 자식 공부 시키고 잠재우고 용돈 주고 빨래 해주고 키우는 대가가 고작 이거야? 이시끼! 니 새끼 데려가! 데려가서 매일 밥 굶기고 두들겨 패! 데려가 이시끼야!>

사내는 이제는 완전히 주눅 들어 있었다, 그때 일홍이와 항두가 뛰쳐나와 말리기 시작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눈을 한번 깜짝 해보이고 말리라는 시늉을 했다. 아이들이 말리기 시작 하자 나는 못 이기는 척 하고 사내의 멱살을 놓았다. 사내는 느닷없는 나의 봉변에 숨을 씩씩 거렸지만 쳐다보기만 할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한 번 더 공갈을 쳤다.

<지금 가! 지금 교회 앞에서 꺼지지 않으면 몽둥이로 다리를 부러뜨려 버릴테니 알아서 해> 하고 나는 일부러 교회 안으로 몽둥이를 찾으러 가는 시늉을 내었다. 그런데 내가 교회 안으로 사라지자 사내는 비실비실 걸음을 옮기기 시작 했다. 그때 김 상사 말이 생각이 났다. 그놈 조심해야 돼요. 안 때려도 때렸다 하여 합의금 물려먹어요. 전도사님 조심해야 돼요>

나는 멱살 잡은 것이 은근히 후회 됐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혹 고소장이라도 쓸 수 있을지 몰라 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 했다.

그런데 나의 그런 생각은 완전히 기우에 머물고 말았다. 그의 행패가 있던 뒷날 내가 봉고차를 타고 면소재지로 볼일 보러 나갈 때였는데, 그가 갑자기 차 앞을 가로 막고 섰다. 나는 또 행패가 시작 되었구나 하고 은근히 겁을 먹고 있는데, 그가 느닷없이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형님, 다녀 오십시요>하며 큰절을 한다. 완전히 건달 모양새다.

나는 <어허, 요게 어디냐> 하며 건달 오야붕처럼 <그래 임마, 술 많이 먹지 말고 행인들에게 말썽 부리지마, 알어?> 하고 눈에 힘을 주며 한참 꼬나보다가 차를 몰았다. 그때부터 그는 내차가 지나가면 손을 흔들어 호의를 표하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다녀오십니까?>하고 큰 인사를 하기도 했고 술을 먹지 않았을 때는 아주 반갑게 웃으며 아는 체를 하기도 했다.

이후부터는 한 번도 교회에 쳐들어와 창형이를 끌고 가거나 행패를 부리는 일이 없어졌다.

<어-허, 주님 , 건달 흉내도 쓸만하던대요> 하고 나는 거듭 감사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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