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입장에서 새롭게 번역한 주기도문 관련 공청회가 NCCK 여성위원회, 한국여성신학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등의 주최로 8월30일(화) 오후4시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개최되어, 한기총과 NCCK의 주기도문 공동 번역안에 대한 문제제기와 독자적인 번역안을 제시하였다.

▲ 공청회 발제자들

이순임 한국여성신학협의회 사무총장의 사회로 시작된 공청회에서 한국염 NCCK 여성위원장은 경과보고를 통해서 지난 2004년2월23일  예장통합 교육자원부가 NCCK에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재번역 특별위원회'를 조직해 달라는 청원하고 같은해 12월 한기총의 새로운 주기도문 번역안이 발표된 후 NCCK 여성위원회의 대응에 대하여 보고되었다.

특히 올 2월 여성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이종윤 연구특위 위원장은 "한기총은 전문위원회 안을 가감없이 받아 각 교단에 통보한 상황이므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여성위원들이 요청한 안을 대승적 견지에서 과감하게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고 "공동논의의 절차 없이 '여성명단'만을 추가하고, 본문 수정이 아닌 '주석'의 내용을 여성위가 제안할 경우 긍정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입장으로 일관 여성계의 입장을 사실상 배제했다고 보고하였다.

이어 이화여대 장윤재 교수는 주기도문 새번역안과 관련 전국신학자 100명을 대표하여 성명을 발표하였다. 성명은 "새번역안이 본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양성평등의 원칙에도 맞지 않으므로 제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어진 발제에서 최영실 성공회대 교수는 한기총의 새 주기도문 번역안 문제점의 핵심은 그리스어 원문의 '당신의'를 모두 '아버지'로 바꾸어 놓은 것과 하나님의 '아버지' 칭호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특히 하나님의 아버지 칭호에 대해 메리 데일리의 "만일 하나님이 남성이라면 남성이 곧 하나님이라는 등식도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를 인용하며, "가부장으로서의 하나님 상이 인간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 한 그것은 여성을 거세하는 것을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최교수는 여성번역팀의 주기도문 번역안을 발표하고, 이 번역본은 "양성평등적 차원과 원문에 충실하되 여성만이 아닌 미래의 젊은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이해하기 쉬운 21세기의 언어에 맞게 번역하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였다"고 밝혔다.

▲ 여성 주기도문 번역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는 발제자들. 좌로부터 최영실 교수, 송순열 교수, 이근복 목사, 박혜숙 집사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송순열 한신대 신약학 교수는 "종교적 상징세계를 형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언어"라면서 "이러한 언어가 반복적으로 고백되어진 제의의 형태를 가지면, 비록 그것이 건전한 신학적인 성격을 가지지 못한다 할찌라도 종교의 상징세계에서 합법적인 표본이 된다"고 종교적인 언어의 상징체계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특히 주기도문에서 "아버지"로 번역된 아람어에서 유래된 "abba"가 "어머니와 상반되는, 성(gender)이 구별되는 호칭이 아니"라는 주석과 "유대교의 기도문에서 보이는 이 호칭은 꼭 아버지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며", "하나님의 이름을 감히 부르지 못했던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가장 친근하고 가깝게 부른 표현"이라고 했다.

또한 송 교수는 "주기도문 자체가 복음서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만큼 우리도 주기도문을 다양하게 번역해서 사용할 자유가 있다"는 주장을 펼쳐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목회자의 입장으로 발제에 나선 이근복 목사(새민족 교회)는 한기총이 발표한 주기도문을 둘러싼 여성계와의 갈등은 "기득권을 둘러싼 대립"이라면서, "한기총과 교회협의 새 주기도문안을 바꿀 수 있는 실제적인 힘이 없다면, 차선책으로 개역개정판 번역을 채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아버지'를 둘러싼 논쟁에 지나치게 힘을 소진하기 보다는, "주기도문의 바른 해석과 보급에 더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여성신학자들의 주기도문 번역안 하늘에 계신 우리 하나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게 하소서. 당신의 나라가 오게 하시고.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필요한 양식을 우리에게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빚지 이들을 용서한 것처럼 우리를 용서하소서.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능력과 영광이 영원히 하나님의 것입니다. 아멘.

박혜숙 새문안 교회 집사는 신학을 전공하지 않고 순수한 교회 평일원의 입장에서 느꼈던 기존 주기도문에 대한 불편함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했는데, 이날 참석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호응을 받았다.

박 집사는 특히 주기도문의 1, 2행과 4행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1행에서 "하늘에 계신"이라는 구절이 주는 거리감을 넘어서기 위해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라는 고백처럼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구하였다.

2행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게 하소서"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이 삶에 쉽게 다가오기 위해서는 언어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문법을 고려하느라 꼬인 문맥을 채택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편안한 기도문이라는 특성에 맞게 과감히 대화체를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시대 감각에 맞지 않는 문구가 아쉽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발제 후 진행된 토론회에서 참석한 일선 목회 현장의 여성 목회자들과 신학대학이나 대학원에 재학 여학생들은 기존 주기도문에 대한 한계와 한기총 교회협의 새로운 주기도문 번역안이 "여전한 가부장적 틀을 담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각 교단 총회를 맞이해 한기총-교회협이 제시한 새로운 주기도문 번역안이 몇몇 교단에서는 이미 상정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고, 상정을 반대하도록 설득 중인 교단도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새로운 주기도문 번역을 교회에서 쓰게하기 위해서는 여성계에서도 "주기도문 새번역 전체에 대한 거부보다는 핵심적인 부분이 되는 '아버지' 호칭 문제와 '소유격' 문제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각 교단 총회에서 새 번역안이 통과된다면 현실적으로 주기도문이 양분되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교회 신도들의 관심을 일깨우게 될 것"이라면서, 이것은 오히려 "여성의 입장에서 번역된 주기도문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하였다.

교회협 한기총의 주기도문 새번역에 대한 신학자 100인의 입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공동으로 2004년 12월 3일 발표한 <주기도문 새번역>은 문법적인 교정 외에 이전 것에서 하나도 바뀐 것이 없을 뿐더러 주기도문 원문 "sou"에 따른 바른 번역인 "당신"을 "아버지"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가부장적 정서를 더욱 획고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기도문 새번역이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위해 시작한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또한 양성평등의 원칙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재고되어야 함을 밝힙니다. 특별히 단 한명의 여성도 없이 59명의 남성신학자들로만 이루어진 특별위원회가 마련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따라서 이 주기도문 새번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합니다. 왜곡되지 않고 뜻을 제대로 살려내는 주기도문이 한국교회에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작업이 비단 여성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한국 교회와 한국 신학계 전체를 위한 일이라고 믿어, 이에 서명합니다. 2005년 8월 30일 전국신학자 100인 서명자 일동 강성열, 강원돈, 고영순, 곽분이, 구미정, 권미경, 권수영, 권진관, 기민석, 김경재, 김기동, 김덕기, 김문경, 김병훈, 김성환, 김애영, 김은영, 김은혜, 김판임, 김필희, 나형석, 남대극, 류성민, 류호성, 박 순, 박경미, 박경희, 박미섭, 박성자, 박순경, 박종수, 박지혜, 박흥순, 배현주, 백은미, 서명수, 소형근, 손승우, 손운산, 송순열, 심창섭, 안선희, 안수경, 양명수, 오세정, 우찬제, 우택주, 위형윤, 유연희, 윤귀남, 윤문자, 윤정수, 윤종모, 이경숙, 이군복, 이대성, 이문숙, 이민규, 이병학, 이상훈, 이성훈, 이세형, 이순임, 이영미, 이윤경, 이은선, 이인경, 이재천, 이정구, 이찬수, 이한빛, 이환진, 임이랑, 임희숙, 장윤재, 정경호, 정미현, 정병주, 정용석, 정종훈, 정진아, 정희성, 차명호, 채수일, 천사무엘, 최대광, 최만자, 최양지우, 최영실, 최혜영, 하경택, 한국염, 한동구, 한인철, 한정애, 함인숙, 한경식, 홍보연, 홍주민, 황순옥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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