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한 모든 것이 말해 주는 것은 결국, 언어에는 차이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차이란 일반적으로 적극적 사항들을 전제하며, 이들 적극적 사항 사이에서 성립된다. 그러나 언어에는 적극적 사항 없이 차이만 존재한다. 언어가 내포하는 것은 언어 체계에 선행하여 존재하는 개념이나 소리가 아니라, 단지 언어 체계에서 나온 개념적 차이와 음적 차이일 뿐이다. 하나의 기호가 갖는 개념이나 음적 재료보다는 그 기호의 주위에 있는 것, 즉 다른 기호들 속에 개념이나 음적 재료가 더 중요하다. 그 증거로, 한 사항의 의미와 소리를 손대지 않았는데도, 단지 인접한 다른 사항이 변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가치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 언어학 강의>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독학은 위험하다. 균형 잡기가 어렵고, 중도(中道)의 길은 요원하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과연 균형이나 중도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를 언급한 사람들의 공통 속성을 모아 연구한 논문이 있을지 모르지만, 어차피 개인의 발언들이다. 소쉬르를 검색하다 우희종 교수의 다음 발언, “소쉬르는 파롤을 언어학 연구대상에서 제외했다. 랑그만을 연구 대상으로 했다. 파롤은 지나치게 개별적이고 규칙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적 관점의 생명체는 그 자체로 온전하고 각각의 생명체가 주체적인 주인공임을 말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파롤에 초점이 주어진다”에 시선이 머문다.

지난 주 나는 어설프게도 ‘문법 교칙은 평화의 규칙’이라고 진단했다. 개인을 무시한 것 같다. 독학은 줄타기이다. 하루 만에 번복이 가능하다. 그래서 지극히 위험하다. 그래도 성과는 있다. 지끈거리던 소쉬르가 친근하게 내 곁에 왔다. 56년을 산 그의 삶과 생각을 내가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내가 하는 말과 내가 쓰는 글이 어떤 식으로 작동되는지, 가늠의 초석을 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관계이다’라는 것을 늘 성찰해보는데, 거기에 랑그(langue, 언어)와 파롤(parole, 말)이 보태졌다. 독학은 위험하지만, 때로는 끌어안아야 할 또 하나의 ‘나’이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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