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수)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가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 사랑의교회에서 자행된 '전환치료' 사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함과 동시에 성소수자 차별 행위를 즉각 중단 할 것을 촉구했다. ⓒ에큐메니안

성소수자 및 인권시민단체, 종교계가 모여 현재 공공연히 진행되는 ‘전환치료’(동성애 치유)가 폭력임을 규정하며, 이와 관련된 성소수자 인권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 할 것을 전했다.

지난 9일(목) 명동 향린교회 향우실에는 장애여성공감,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등의 성소수자 및 인권단체와 성공회 길찾는교회, 기장 생명선교연대, 기장 향린교회 등 종교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2015년 11월, 진주 사랑의교회(정호석 목사)에서 벌어진 20대 트랜스젠더 ‘전환치료’ 때문인 것. 평소 성정체성을 가지고 괴로워하던 연희(가명) 씨는 성전환수술을 결심하고 이를 가족에게 알렸으나, 목사인 아버지는 그를 2015년 9월부터 총 4회 가량 진주 사랑의교회에서 전환치료를 받게 했다.

당시 전환치료 과정 중 연희씨에게 혐오발언 및 폭행 등 폭력적인 행위가 일어났으며, 위협을 느낀 그는 경찰서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고, 현재는 ‘성소수자지원센터 띵똥’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에 각 단체 및 기관이 모여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전환치료에 대한 중단과 위험성을 알리고자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기자회견은 활동가, 변호사, 신부, 의학교수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전환치료에 대한 문제점과 향후 방향을 밝히는 것으로 진행됐다.

변호사, “전환치료, 국제인권법에서 폭력, 인권침해로 규정”

이번 사건의 법적 문제점과 앞으로의 소송대응에 대해 전한 조혜인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이번 사건은 가해자들이 성소수자를 치유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피해자를 감금한 채 집단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가한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여러 명이 피해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것은 그 자체로 폭행 상해 협박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런 행위들에 대해 형사고소를 비롯해 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성소수자를 치유하거나 교정한다 라고 행해지는 상담, 치유행위의 해학성과 인권침해성”이라며 “이런 행위는 성소수자가 잘못된 존재이거나 고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차별과 편견을 바탕으로 한 문제행위로, 과학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내담자가 이미 경험할 수 있는 자기혐오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런 전환치료 행위가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위해와 더불어 사회의 인식을 확산시키는 점을 들어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이자, 인권침해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 한국의 전환치료의 실태의 심각성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대응에 포함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참가자가 "'전환치료'는 폭력이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에큐메니안

신부, “전환치료, 종교적 신념 강요하는 폭력”

성공회 길찾는교회의 민김종훈(자캐오) 신부는 전환치료의 문제점을 종교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그는 전환치료를 행하는 교회를 문자주의, 근본주의로 규정하며, “이들의 가장 강한 폐혜는 종교적 신념을 자신 안에 가두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성공회 내에서는 성적지향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 입장은 존재 한다”며 성적지향을 이유로 누군가를 범죄시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과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거나 어떤 치료행위도 반대한다는 점을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해는 신의 사랑을 보편성으로 가지고 있는 기독교와 이웃종교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전했다. 

민김종훈 신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종교적 신념을 강요하기 위한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되어서는 안 되며, 이해 되서도 안 되고, 종교적 영역이라는 특수성안에 묵인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성서를 비롯한 종교경전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 성서를 만나는 사람들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서를 말하는 사람들이 시대에 무지하면 안 된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있는 시대에 전환치료라는 해괴한 것이 인정받는 것은 바로 무지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성서를 비롯한 많은 경전들은 당시 쓰여진 시대의 사상을 담고 있어 약간의 오류들을 가지고 있기에 이를 현대신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 오류와 한계를 담고 있는 것이 대표적으로 전환치료라고 본다. 또한 문자주의자, 근본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라고 본다”

의학 교수,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김승섭 교수(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전 세계의 어떤 의학계에서도 이를 질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질병이 아닌 동성애를 어떻게 치료를 한단 말인가. 그것은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동성애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차별과 편견이라는 사회적 폭력으로 인한 우울증”이라며 “오히려 이것을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은 ‘전환치료는 폭력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으며, 성명서를 통해 진주 사랑의 교회 목회자를 형사 고소하기 위한 법률대응을 시작하는 것과 본 사건을 대사회적으로 알리고 문제의식을 전환시킬 것을 전했다.

그러면서 폭력적인 전환치료 뿐 아니라, 상담치유라는 명목 하에 벌어지는 모든 전환치료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로 규정하며 중단하고 멈출 것을 촉구했다. 

박재경 팀장(성소수자자살예방프로젝트 마음연결)과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박준호 기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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