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는 한산한데 길거리에 커피 전문점이 있다니...  

2월 3일, 오늘은 치앙마이에서 서북쪽으로, 미얀마 국경지대로 여행 일정이 잡혀 있다. 봉고를 대절해서 가지만 거리가 멀어 5∼6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침을 먹자 곧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해서 박미성님이 프로젝트 신청을 마감하지 못해 계속 안타깝게 발을 굴러야 했다. 박미성님은 밤을 새면서 일을 하고 있다. 대절한 봉고가 새벽 7시부터 그레이스 홈 앞에 와서 대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다양한 과일과 대나무 찰밥으로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미안하지만 박미성님 아침은 싸서 가져가기로 하고. 드디어 프로젝트 신청이 완료되어 박수를 치며 봉고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어렵게 만든 프로젝트를 신청했으니 꼭 선정되었으면 좋겠다.

며칠 동안 묵묵하게 우리를 태워줄 태국 기사

오늘은 매홍성 근처에 있는 난민촌을 방문하기 위해 서북쪽으로 길을 향하였다. 서선교사님 말로는 본인도 처음 가보는 새로 놓은 길이라고 한다. 4차선인 도로는 포장상태가 아주 훌륭해서 차의 승차감이 무척 좋았다. 도로는 산 속으로 계속 달리고 있는데, 열대 원시림을 기대한 나에게는 한국의 야산과 같은 기분이다. 나무들도 20년생 정도된 것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큰 나무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Arabica"란 커피 전문점이 보인다.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니 능숙한 솜씨로 뽑아준다. 산속에 있는 커피 전문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장사가 되리라고 보지만, 커피 맛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산속 길거리에 위치한 커피 전문 까페

커피 바리스타

길 주위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는데 음식이 맛있다. 나는 거의 모든 태국음식에 거부감이 없지만, 이 근처에서는 제법 유지가 드나드는 고급음식점이라고 한다. 음식점에 걸린 사진들이 특이하다. 이 음식점 주인의 자녀들이 대학졸업을 하는 사진들인데, 대학 졸업장을 수여하는 분들이 대학교 총장이 아니다. 한 자녀는 왕의 부인, 그리고 다른 자녀는 왕의 조카가 졸업장을 수여하고 있다. 설명을 들으니 태국에 있는 모든 대학의 졸업식에서 졸업장 수여는 왕실 가족이 한다고. 그만큼 대학교 졸업은 이곳에서 영광스러운 것이라고 하고, 대부분 이 음식점처럼 그 사진들을 소중하게 걸어놓는다고 한다. 나는 나의 대학교 졸업식 때 참석도 하지 않았는데….

식당 내에 걸린 주인집 자녀들의 졸업식 광경. 왕실에서 졸업장을 수여하고 있다

매홍송 주에 도착하여 숙소를 정하고 우선 태국 로얄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커피농장을 방문했다. 로얄 프로젝트란 정부재산이 아닌 왕실재산으로 소외지역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각 지역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곳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해서 재배부터 수매까지 정부 관리들과 함께 진행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자금은 왕실에서 제공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니 국민들이 왕실을 존경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고 국왕이 나라의 어른으로 추앙받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 되고 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첩첩산중, 계속 산 속으로 올라가서 커피농장이 있는 마을에 도착하니 여러 가지 간판이 눈에 띤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품질을 보증하는 액자

홈스테이를 허가받는 증명서(상), 홈스테이 가격: 숙박 150바트(5천원), 식사 한끼당 70바트(2천4백원)

친절한 커피농장 아저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타고

커피농장을 체험하기에는 알맞은 곳이다. 숙박시설도 저렴하지만, 별로 불편할 것은 없는 것같다. 산속임에도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 유럽 사람들이 몇 명 이곳에서 숙박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주인의 안내로 커피농장을 둘러보았다. 높은 산에 산기슭에 자연대로 커피나무를 심어놓았다. 커피 수확 시에 경사가 워낙 급해서 어려울 것 같다고 하니 커피나무보다 높은 곳에서 그대로 커피나무를 잡아 숙여서 커피열매를 따는 시늉을 한다.

산속에 멀리 양들이 놀고 있고(상) 아래에는 탐스러운 커피열매들이 보인다

커피농장을 돌아보고 다시 카렌족을 돌보고 있는 숙사로 향하였다. 대부분의 카렌족들은 산속 깊은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학교까지 어린 아이들이 걸어서 통학하기에는 너무 힘들다. 우리를 난민촌까지 안내해줄 목사님께서 운영하는 숙사까지 그 부인의 안내로 방문하였다. 이곳에는 대략 30여 명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운영은 학부모들이 쌀을 보내주지만,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운영해기 때문에 쉽지는 않은데, 한국 교회에서 어느 정도 후원을 한다고 한다. 우선 맛있게 저녁식사를 한 후 마침 수요일이라 예배에 참석했다. 함께 갔던 권삼승 목사님의 권유로 갑자기 설교를 부탁받으니 난감하다. 그래도 한국에서 온 분이 해주는 것이 더 격려가 된다고 하여 권 목사님의 통역으로 설교를 했다.

카렌족 아이들을 위한 숙사(1층), 2층은 예배당으로 사용한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장래 희망을 물으니 거의 대답이 없다. 그래도 몇 차례 시도하니 한 여자 아이는 간호사, 다른 여자 아이는 교사, 그리고 남학생 한 명은 경찰이 되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이 희망하는 모든 직업이 남을 돌보는 역할이다. 이곳 목사님의 삶에서 아이들이 많은 감훈을 받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곳은 젊으신 분께서 사역을 하고 있는데, 직접 기타를 치며 찬양을 인도하시는 모습에 참사랑을 느낀다. 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서 그 꿈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을 확신한다고 설교를 마쳤다. 내가 설교를 짧게 한 덕으로 권 목사님께서 본인이 치앙마이 고아원에서의 경험을 근거로 훌륭하게 보완해주셔서 나름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갑자기 설교를 하게 되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었어야 할 터인데...

우리가 봉고로 온 것을 본 카렌족 목사님은 난민촌에 가기 위해서는 4륜 구동차를 다시 빌려야 하고 또 그곳에 가는데도 몇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적어도 하루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한다. 이번은 주로 여행루트를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난민촌 방문은 아쉽게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10여년 전에 내가 방문했던 곳이 난민촌이라고 생각하고 방문계획을 세웠었는데, 그곳은 까얀족 정착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그 까얀족 정착촌을 다시 방문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난민의 삶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아쉽지만, 다음에는 시간을 많이 내어 꼭 그곳에 방문하기로 하고 목사님과 헤어져 숙소로 향하였다. 숙소인 The View Nar Resort는 들밭 가운데 있어서 조용하고 시설도 나름 깨끗하다. 일인용 침대가 두 개인 방 하나에 2만 원 (500바트)정도이니 별로 비싼 편은 아닌 것 같다.

숙소에서 본 배란다 전경

숙소에서 본 배란다 전경

최정의팔 (사회적 기업 트립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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