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렌족은 이동의 자유가 없는 관광상품(?)

오늘 일정을 느긋하게 진행하기 위해 아침 7시에 간단히 커피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대신 한 후 봉고를 탔다. 우선 까렌족(영어로는 까얀족) 정착촌을 방문하고 메홍손을 거쳐 빠이를 집중적으로 보기로 하였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놀았던 덕분에 잠이 쏟아진다. 맨 앞좌석 운전수 옆에 앉았기 때문에 졸 수도 없고. 연신 카메라를 눌러본다. 뒷좌석에 앉아 있는 임동숙 선생님(나의 사진 선생님)에게 연신 카메라 작동법을 물어보면서…. 차 안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유리창에 바짝 대고 자동이나 Av에 놓고 촬영을 하라고 한다. 아침에 출발할 때 까렌족 정착촌까지 가깝다고 하는데 계속 차는 달리고 있다. 운전수에게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으니 곧 도착한다고 한다. 한참을 가도 도착하지 않아 다시 물어보니 10분만 가면 된다고 한다. 결국 세 시간 정도 달려 도착했다. 코리안 타임이 아니라 태국타임에 익숙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도로는 잘 포장되어 있지만, 달리는 차는 별로 없었다 ⓒ최정의팔

까렌족 정착촌에 도착하니 입장료를 받는다. 일인당 250바트(8,750원)을 받는데, 잠시 한 시간을 구경하는 비용으로는 비싸다는 느낌은 들었다. 입장료의 절반은 카레니 진보정당으로 가고, 나머지 절반은 태국정부에서 가져간다고 한다. 난민촌에서 살아가는 카얀족은 목에 놋쇠 목걸이를 차고 생활하는 댓가로 어른은 한 달에 500바트, 아동은 1,500바트를 받는다고 한다. 카얀족은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태국의 다른 소수민족에 비해 생활여건이 매우 비참하다고 한다.

“카얀족은 청동기 시대에 몽골에서 이주하여 현재 미얀마지역 카렌니주 살윈 강 주위를 배회하면서 자신들의 전통적인 칸콴신앙(Kan Khwan Belief)을 지켜왔다. 그들은 그곳에 살다가 1990년대 버마군사독재정권의 폭압적인 탄압으로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비록 적지 않은 수의 카얀족이 기독교로 개종하였지만, 아직도 많은 수가 칸콴신앙을 믿고 있고 특히 해마다 벌어지는 마을 축제 시에는 모두가 고대로부터 이어지는 축제에 참여한다...”

ⓒ최정의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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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바로 왼쪽으로 안내를 해서 들어가 보니 상품전시장이 눈에 띠고 목에 긴 장식을 한 여인들이 반갑게 맞는다. 굉장히 힘들 터인데도 계속 미소를 짓고 사진포즈를 취해준다. 지난번에 이미 다녀왔기 때문에 크게 흥미를 당기지 않는다. 가게 뒷편으로 올라가보니 닭과 돼지를 키우고 있으며 교회당 간판과 교회당 건물이 멀리 보인다. 이곳은 미얀마에서 넘어온 일종의 난민촌으로 이동과 정착의 자유가 없이 태국정부의 통제를 받으며 살고 있다. 카얀족은 미얀마에서 와서 불교를 믿는 태국인들과는 달리 대부분 기독교를 믿는다고 한다. 나라가 없이 유랑하며 힘들게 살고 있는 카얀족들에게 기독교가 위로를 해주고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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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뒤에 교회당 간판과 교회당이 보인다 ⓒ최정의팔

아침을 간단히 커피와 과자 부스러기로 해서 그런지 배가 고프다. 카얀족 마을에서 먹고자 했더니 운전기사가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한다. 임동숙 선생님과 정현석 님은 마을로 약간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본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정착촌 마을에 깊숙이 들어가 그들의 일상적인 삶을 보고 싶은데…. 비록 태국 땅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삶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울 것이다. 산기슭을 일구어 농사를 짓거나 목각인형이나 수제품으로 관광객에게 판매하면서 정해진 구역에 살아야 한다니….
 
안내판과는 달리 이곳을 나오면서 카얀족의 전통문화를 체험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단지 생계를 위해 웃음을 팔며 관광객과 사진을 찍으며 그 댓가로 물건을 파는 인간 동물원을 본 것 같은 씁쓸한 느낌이다. 봉고를 다시 타고 메홍쏜을 거쳐 물고기 동굴 입구에 차를 대고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낯이 익었다. 10년 전에 왔을 때에도 바로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 이곳은 각기 여러 사람이 음식점포를 내고 그 앞에서 먹는 노점 음식점 비슷하다.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을 직접 불에 구워서 파는데, 야외에서 먹는 맛이 나름 제법이다. 값도 1인당 120바트(천원꼴)이니 저렴한 편이고

식후에 바로 옆에 있는 물고기 동굴을 들어갔다(입장료 100바트). 동굴에 팔뚝보다 더 큰 물고기들이 살고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실상 동굴에는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좁은 동굴에서 물고기들이 오르내리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앞에 웅덩이에 물고기 떼들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미리 사온 야채를 물고기들에 던져준다.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바로 눈앞에서 야채를 먹는 모습은 사진을 찍기에 좋은 표적이다. 이곳에서 사진기의 노출을 바꾸어가며 사진을 찍어보니 재미있다. 특히 햇빛이 물 표면에 반사되기 때문에 사진촬영이 쉽지 않아 여러 번 시도를 하게 된다.
 

물표면에 비친 햇빛으로 촬영연습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최정의팔

메홍손에서 빠이로 가는 도중 쏩봉(Soppong)에 탐남롯(Tham Nam Lod) 동굴이 있다. “동굴을 통해 흐르는 강”이란 뜻을 지닌 이 동굴은 입장료가 1인당 250바트(이천원 정도)로서 제법 규모가 큰 석류동굴이다. 입구에 들어가니 램프를 든 산족 여인이 앞장선다. 대다무 뗏목을 타고 100여 미터 들어가는데, 팔뚝만한 물고기 떼들이 계속 따라다닌다. 굴속에 있는 다리를 지나서 내려 램프를 든 안내원을 따라 동굴을 순회하였다. 첫번째 동굴은 20여 미터의 커다란 돌기둥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고 다양한 모양의 종류석과 석순을 관람하게 되었다. 안내원은 각가지 종유석을 동물에 비해 설명하는데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어 적어도 1백여 개의 층계가 있는 대나무 사다리가 놓인 두 번째 동굴을 올라가게 되는데, 일행이 나이가 많게 보이는지 올라가겠느냐고 의사타진을 먼저 한다. 두 번째 동굴은 높이 올라간 노력을 충분히 보상할 정도로 규모도 크고 종류석 모양도 다양했다. 이어 다시 뗏목을 타고 세 번째 동굴을 갔는데, 일행은 시간부족으로 그곳에 들어가는 것을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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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동굴 입구, 고기가 물모다 더 많은 것같다 ⓒ최정의팔

배를 타고 들어가는 탐낫롯 동굴 ⓒ최정의팔

빠이에 도착할 때는 저녁 일몰 직전이다. 우리는 빠이 캐논에 올라갔다. 이곳에는 거의 대부분 유럽의 젊은이들이 찾아오고 나이 많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깍아지른 흙 절벽은 내려다보는 것도 아찔하고 건너다니기가 위험하게 느껴지는데 젊은이들은 전혀 개의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절벽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다. 임동숙 선생님은 이러한 절벽은 사진찍은 것이 무의미하다고 한다. 그 절벽의 맛을 느끼게 촬영하는 것이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석양은 나름 카메라에 담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마법의 시간대라는 해진 후 사진찍기는 사진촬영의 기쁨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빠이 캐논 ⓒ최정의팔

빠이 계곡에서 일몰은 마법의 시간 ⓒ최정의팔

빠이는 “Coffee in Love” 등 까페 거리가 유명하다. 우리도 그 유명세 때문에 이곳을 들렸는데 젊은 연인들의   촬영장소로는 모르지만 “커피맛은 영 아니올시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빠이의 야시장 거리는 치앙마이와는 또다른 맛이 있었다. 우선 치앙마이는 너무 사람들이 많아 오가면서 사람들에게 치이기 때문에 여유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데, 이곳은 적당한 규모의 사람들이 오가기 때문에 무척 마음이 편하다. 야시장거리 중간쯤에서 국수와 밥을 적당히 시켜놓고 구경하면서 저녁식사를 즐겼다. 또한 공연도 보고 음반도 사면서 사진도 함께 촬영하고…. 
 
오늘은 태국마사지로 몸을 풀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편하게 잠을 들었다.

최정의팔 (사회적 기업 트립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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