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계·교회 인터뷰 연재
"한국교회, '고민'하는 성숙함이 필요한 때"[에큐 기획 인터뷰 ③] NCCK 김영주 총무
김령은 | 승인 2016.03.31 11:19
NCCK 김영주 총무 ⓒ에큐메니안

예장 통합, 기감, 기장, 구세군, 성공회, 기복, 정교회, 기하성, 루터회 등 9개 교단의 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이끌고 있는 김영주 총무. 그는 지난 2010년 NCCK 총무로 선임된 후 4년의 임기를 거친 뒤에도 2014년, 다시금 연임이 확정돼 두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인권운동, 평화통일 운동에 투신하는 것을 시작으로 개신교 안에서 진보적 행보를 걸어온 그의 신앙적 배경은 놀랍게도(?) 고신교단이다. 어렸을 때부터 제사 지낼 때 절하지 않는 것을 물론, 제사 음식도 먹지 않았다. 주일에 돈을 쓰지 않으려고 교회 가는 먼 길도 버스를 타지 않았다고. 

그랬던 그가 어떻게 에큐메니컬 운동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까? <에큐메니안>이 김영주 총무를 만나 그가 걸어온 신앙의 길, 그리고 그가 걸어갈 길에 대해 물었다. 

신학의 길,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불치병에 걸려도 가난해서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을 고치는 의사가 되라”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신 형님이 해주시던 말씀이다. 형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새겨져 나는 늘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중학생 시절, 당시 다녔던 교회에 젊은 전도사님이 오셨다. 전도사님은 신춘문예에 당선할 정도로 시를 잘 쓰시는 분이어서 시에 관심 있는 젊은 사람들이 전도사님 댁으로 몰려들었다. 나도 그 중에 한명으로 전도사님의 서재에 자주 놀러가 바둑을 두곤 했다. 

그때 전도사님의 서재에서 본 책들이 <니체 전집>, 김은국의 <잃어버린 이름> 같은, 당시 ‘이단 사상’으로 낙인찍힌 책들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고신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그런 책들은 ‘마귀의 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전도사님의 서재에 있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전도사님께 많은 질문을 했다. 그때 전도사님이 니체의 책은 마귀의 책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들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라는 것을 알려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 전도사님이 바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내 신앙적인 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한 것 같다. 전도사님을 만난 뒤, 신앙의 율법적 틀이 깨지면서 자유함을 느끼게 됐다. 

고등학생이 돼서 진로를 고민하던 중, 의사의 꿈을 가지고 있던 내게 그 전도사님이 “의사는 육신의 병을 고치지만 목사는 영혼의 병을 고치는 일이니 신학교에 가라”고 권해주셨다. 그 말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런데도 목사라는 직업이 너무 거룩하게 느껴져서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법대를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떨어졌을 때 전도사님이 ‘축 불합격’이라고 써서 편지를 써 보내며 다시 한번 신학교에 가기를 권했다. 그때 다시 마음을 먹고 신학교에 가게됐다. 돌아보니, ‘의사가 되라’는 형님의 말과 신학교에 가기를 권해주신 전도사님의 영향이 매우 컸던 것 같다. 

율법적인 신앙인에서 ‘운동권’ 신학생으로 

신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 2학년에 됐을 때 유신시대가 시작되면서 완전히 ‘운동권’ 신학생이 됐다. 한신대 교수들이 삭발 단식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미국의 포드대통령이 방한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날 채플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대전 시내 한복판에서 삭발식을 하고 데모를 했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시골에 내려가 농촌운동을 시작했다. 그때 만난 분이 김진홍 목사님이다. 그 분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벤치마킹한 개신교 목회자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하셨다. 그래서 다시 서울로 올라왔을 때 예장 통합, 기장, NCCK 소속의 목회자들이 모여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를 만들었다.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해주고 보호해주는 최초의 목회자 조직이 생긴 것이다.  

두번쨰 임기를 거치고 있는 김영주 총무는 한국교회의 성장 아닌 성숙을 강조했다 ⓒ에큐메니안

올해 NCCK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사회적 약자의 자리에서 그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다 보니 그것이 그의 사명이 됐다. NCCK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통일위원회 국장을 거쳐 어느새 두 번째 총무 임기에 이르렀다. 두 번 째 임기를 보내고 있는 김 총무에게 NCCK 사업에 대해 물었다. 

두 가지다. 하나는 교회개혁과 그리고 사회개혁이다. 2017년이면 종교개혁 500주년인데, 한국교회가 이대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할 수는 없다.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한국 개신교의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해 나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에 변화의 과제들을 제시할 계획이다.

특별히, 한국교회가 변화되어야 할 부분은 세습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이지 사적 사업이 아니다. 세습에 대한 문제를 교회가 ‘잘 되는 것’에서 풀어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세습을 하면 교회가 잘 된다’는 생각들을 한다. 그러나 세습의 문제는 하나님의 교회가 사적으로 소유화 되어가는 문제다. 

문제의 근본은 신자유주의 사상이 세상과 마찬가지로 교회에도 찌들었기 때문이다. 복음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고민하고 연대와 협력을 이루어 나가야 할 교회들이, 목사들이 ‘더 잘 되기 위해’ 경쟁하며 갈등을 일으킨다. 교회는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역할을 배분해야 한다. 서로가 갈등과 견제의 대상이 아니라 한 지체라는 생각으로 협력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회개혁에 있어서는 4월에 있는 총선을 대비해 좋은 지도자들을 세우는 일에 교회가 협력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정치혐오감에 빠진 교회들이 많았지만, 교회 안의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경험하며 선거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특별히, 한국은 절차상의 민주주의는 이루었지만 사실상 몰락하고 있는 수준이다. 삼권 분립 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국민들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교회가 돕는 일에 매진 할 것이다.  

민족평화통일문제에 대한 사업 계획이 있는지? 

일일이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하 조그련)과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서 합의를 한 상태다. 쌍방 간의 대화, 협력을 통해 그리고 남북관계와 국제 정세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부분에서 함께 협력할 계획이다. 

지난 조그련과의 만남에서는 올해 WCC가 주관하는 국제협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협의 했고 특별히 평화조약체결을 위해 함께 노력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준비 중인 미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에 적극 협력할 것과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평화조약에 대해 강조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두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재임 기간에 반드시 하고 싶은 사업이 있는지? 

NCCK라는 조직 내에서 이루고 싶은 것 보다, 한국교회가 성장이 아닌 성숙하도록 이끌고 싶다. 한국교회는 이제 130년의 역사를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생각의 차이 때문에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지 못한다. 세상의 일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성급하게 표명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미국 교회사를 돌아보면, 200년 전 흑인 노예제도에 대해 교회 또한 당연하게 여겼다. 여성의 교회 참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또한 지금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슈들에 대해, 예를 들어 성소수자 문제 같은 이슈에 대해 여러 단계를 거쳐 주의 깊게 살피는 ‘고민하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금 판단하는 게 정말 최선인지 고민하는 겸허한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NCCK는 여타의 교단처럼 자체의 동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요청자, 제안자, 조정자, 대표자로서 한국교회가 성장이 아닌 성숙하도록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9 한국기독교회관 503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3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