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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민주노총은 없어지지 않는다<이수호 칼럼>
이수호 | 승인 2016.04.04 10:18
사진출처 : 연합뉴스

서울구치소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옆에 피어 있는 홍매화는 붉게 흐드러져 있었다. 봄기운이 천지에 가득한 것 같았다. 좁은 접견실에서 철창을 사이에 하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기 전까지는 나도 봄기운에 취해 있었나 보다. 그러나 아직 민주주의의 봄은 멀리 있었다. 120번 수번을 단 죄수복의 한상균 위원장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고, 쥐고 있는 손에 부르르 힘이 갔다. 한상균이 같혀 있는 것은 개인 한상균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갇혀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 노동자가 갇혀 있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씩씩한 모습 보이려 애써 웃는 얼굴이었지만, 억울함과 분노의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의 죄목은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위반과 그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과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일반도로교통법 위반 등이었다. 참 구차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상균 위원장과 접견을 하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한상균 위원장을 구속하게 된 주요 사건은 지난해 11월 14일에 있었던 민중총궐기대회인데, 공동주최의 모든 단체의 책임자를 소환하는가 하면, 그 일로 인해 민주노총의 조직실장 등 중앙 상근자 4명이 더 구속되었고, 산하 연맹이나 산별노조, 지역본부 일꾼들도 다수 구속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날 집회가 경찰의 무리한 차벽대응으로 인해 다소 과격하게 진행되기는 했지만, 광우병 촛불사태 이후 진행된 여러 번의 촛불시위의 진행과 정부의 대응을 미루어 보면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어, 오히려 그날 경찰의 무리한 진압 과정에서 규정을 어긴 물대포의 발사로 시위에 참가한 농민이 맞고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지는 등의, 과잉진압의 책임을 대회 참가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술책 정도로 생각했는데, 진행되는 상황으로 보면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우선 경찰이 한상균 위원장을 송치하면서 소요죄를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형법상의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행위를 함으로써 사회적 평온을 헤치는 행위’로, 1년 이상 10년 미만의 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 범죄이지만, 이 범죄행위가 갖는 실제의미는 훨씬 엄격하고 상징적이어서 함부로 적용되지 않았다. 이 법이 실제 적용된 사례는, 1980년 5.18 광주민중항쟁과 1986년 5.3 인천항쟁 두 번이었다. 경찰은 이번 민중총궐기대회를 자기들 표현으로 1980년 광주사태나 1986년 인천사태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고, 수사지휘를 받는 경찰이고 보면 이것은 더 위 층의 판단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검찰이 한상균 위원장을 소요죄 적용을 빼고 기소한 걸 보면, 법 해석의 무리나 증거 불충분 등으로 우선은 유죄 판결이 어렵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으나, 아주 포기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 뒤에도 경찰은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 1500명 이상을 소환 조사했고, 그 중 891명을 수사대상자로 했다거나, 최근에 밝혀진 대로 민주노총의 주요 간부를 포함한 다수의 조합원들에 대한 집중적 통신자료 수집 행위 등이, 그것을 반증한다 할 것이다. 박근혜정권이 그날의 민중총궐기대회를 가지고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무슨 국가변란의 거대한 조직사건을 만들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법 취지에도 맞지 않은 북한의 행태를 빌미로 테러방지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는가 하면, 유일하게 남은 사회적 저항세력인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탄압을 집요하게 벌여가고 있는 것이, 모두 별개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지난 하반기부터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폭력적으로 국회와 정치권을 공격하고 있는 것도, 실제로는 내용보다 국민을 대상으로 중요 의제를 선점하고 이데올로기 공세를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짧게는 박근혜정권의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일당 독재 체제로의 장기집권 음모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잃었던 10년을 되찾았다며 시작한 이명박 정권은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며, 수구정권의 면모를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그들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토건 중심의 개발독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북한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교묘히 활용하여, 북한의 위협을 과대포장하고 안보의식을 강화함으로, 위기의식을 최대한 과장했다. 착한 국민을 속여 다른 생각을 못하게 만든 것은, 조선일보 등 수구 언론과 이명박 정권이 애써 구축한 종합편성 채널이었다. 쓰레기 신문, 방송이란 소리를 당연한 듯 들으면서도 박근혜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즐겁게 수행하고 있다.

거의 유일하게 남은 저항세력인 민주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헌법정신은 말할 것도 없고 구체적 법률 조문까지 무시하며 탄압에 몰두했다. 공무원노조의 설립 신고를 하찮은 절차상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노동조합법과 국제법상 적극적으로 보장하도록 되어 있는 해고노동자의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아, 9명의 해고자가 포함되었다고 6만 전교조를 시행령의 규정을 핑계로 법 밖으로 몰아내는 것은, 세계가 경악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법을 가장 모범적으로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 역할을 하는 정부투자 공기업에서, 산별교섭 기피 등 불성실 교섭은 말할 것도 없고, 임금 등 가이드라인을 정하는가 하면,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노동 관련법을 거의 무시하고 있다. 또한 노사관계를 원활하게 하여, 쓸데없는 노사분쟁을 미리 예방해야 할 정부가, 노사 간의 이간질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방적으로 사용자 편을 들어 노사관계를 악화시켜, 약한 노동조합의 설 자리를 없게 만들고 있다. 결국은 민주노조를 국민의 적으로 만드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권이 집요하게 통과시키려는 이른바 노동개혁법안도 따지고 보면, 경제파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려,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과 그것을 제도적으로 가능케 하는 비정규직의 양산을 내용으로, 노동자의 몫을 더 줄여 재벌기업에게 몰아주자는 것이다. 그것을 알고 저항하며 싸우는 민주노조가, 박근혜 정권으로는 눈에 가시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저항세력을 꺾지 않으면 영구집권체제 구축이 어렵겠다는 판단이, 그들에게는 아픈 현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14 민중총궐기대회는, 그들에게는 하나의 위기이자 기회로 판단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도 있다. 시위대가 서울 도심을 뒤덮고 교통을 마비시킬 정도로 위협적이었고,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야기된 폭력사태를 역이용하기 좋은 조건이기도 했다. 그래서 경찰은 소요죄의 칼을 빼들고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쓰레기 언론을 동원해 기선을 잡은 경찰은, 우선 자기들이 명백한 책임이 있는 백남기 씨 문제를 무시하고 뭉개버렸다. 1차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다음은 민주노총 등 저항세력을 이 기회에 한 칼에 보내는 일이다. 조계사의 보호를 받고 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여론을 조작 동원하여 스스로 출두하게 만들었다. 2차도 성공이었다. 이제 뿌리를 뽑는 일만 남았다.

거대한 음모는 진행 중이다. 총선 여론을 감안하며 시기를 조정하고 있을 뿐이다. 총선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판단이 서면 투표일 전에 터트릴 것이고, 불리하다고 여겨지면 총선 뒤의 새로운 역관계 속에서 더 가혹한 피의 잔치를 준비 할 것이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우리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상식 밖의 일이, 버젓이 벌어질 것만 같아 벌써 소름이 돋는다

 

   
▲ 필자 이수호.

 

 

 

그는 전 전교조 위원장,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현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로 활동 중에 있다.

이수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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