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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단어<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작가 | 승인 2016.04.12 10:27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언어학자인 노암 촘스키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진화 이론가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언어는 자연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전체적인 뇌 크기의 증대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구조법칙이나 성장법칙의 제약 등, 다른 진화적 힘의 부수적인 효과라고 거듭 암시해왔다.” 그 결과 “우리는 인지과학자들과의 많은 토론에서 적응과 자연선택이 더러운 단어가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핑커와 블룸은 계속해서 이성에 호소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목표는 매우 따분하다. 우리가 주장하는 바는, 언어란 반향 위치 탐지 능력이나 입체 영상 능력(깊이를 인지하게 하는 시각적 과정) 등의 다른 복잡한 능력과 다를 것이 없으며, 그러한 능력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연선택 이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언어의 진화>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을 옮기다 ‘더러운 단어’에 꽂혔다. 우선 내가 떠올랐다. 거무튀튀한 낯빛, 일그러진 미간으로 끊임없이 껌뻑대는 눈, 저음일 때는 너무 낮아 전달이 안 되고 고음일 때는 파열되어 무섬증이 박히는 목소리, 질서정연하지 못한 비약의 말투 등등 깔끔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즉, 더럽다. 자학 같아, ‘더러운 단어’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강준만 교수의 한겨레 칼럼에 이 단어가 등장한다. “‘0.5 진보’나 ‘0.5 보수’에 불과한 집단들마저 ‘정체성’과 ‘선명성’을 아름다운 단어로 여기는 반면, ‘타협’과 ‘절충’을 더러운 단어로 여긴다.” 새겨볼 만하다. 위의 글을 보면, 노암 촘스키는 뒷방으로 앉아야 할 사람이 되었다. ‘알려지지 않은 법칙’을 갖고 오랫동안 언어학의 꼭짓점에 있는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위의 글에서 이어지는 다음 단락을 보면, 촘스키도 언어는 진화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물론 근본 이해는 서로 다르겠지만. 소쉬르와 촘스키, 그들이 있었기에 핑커와 블룸도 있을 것이다. 이들을 보면, 학자의 견해에서 타협과 절충은 없다. 부분 수용, 분석과 비판, 그리고 새로운 의견만이 지배적이다. 그래도 이것은 있다. 인정과 존중. 혹 이게 타협과 절충을 향하는 마음의 바탕은 아닐까? 다시 나를 들여다본다. 외모는 그렇다 치고, 마음은? 덕지덕지 탁한 것들이 가득해 보인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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