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방은커녕 제대로 된 옷장도 없는 주제에
웬 옷들은 이리도 많아
옷걸이 여기저기 많이도 걸려 있다
내 돈으로 내가 산 건 한 벌도 없고
주로 누가 거저 주거나 사 준 것들인데
전교조나 민주노총 주로 투쟁하던 시절엔
철 따라 전투복 한 벌씩이면 그만이었고
그나마도 단체복으로 지급 받거나
아니면 어느 단체나 조직 행사기념품으로 주는
글자가 요란하게 박힌 옷들을 입었는데
편안하기도 했지만 옷마다 남다른 의미가 있어
함부로 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거기다 가끔 가까운 동지들이 사주기도 하고
속옷 등 꼭 필요한 것은 아내가 마련해주어
언제나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요즘 옷들은 또 왜 그리도 탄탄하고 질긴지
헤지거나 떨어지지 않아 자주 빨기만 하면
거의 영구적이라고나 할까
거기다 나는 옷이 몸에 맞고 크게 더럽지 않으면
별 탓 않고 입는 체질이니
옷이 더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있는 옷도 처치가 곤란이어서
입던 옷 남 주기도 어렵고
죽을 때까지 부지런히 입어도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따로 사는 자식들이 인사랍시고
기념일이나 명절 등에 또 옷을 사들고 오기도 해서
가끔은 민망하기가 그지없다

▲ 필자 이수호.       그는 전 전교조 위원장,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현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로 활동 중에 있다.

이수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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