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짐은!(고후 4:7~11)

■ 단상: 20대 총선 – 하나님의 반전 카드

의사는 환자를 위해서 필요하듯이, 주님은 악한 세상을 위해서 이 땅에 몸을 입고 진짜로 오셨다는 것이 초대교회가 한 때 목숨 걸고 싸워야했던 주제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러한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것은 교회 역시 세상에 대해서 깊이 관심하고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세상이 탐욕과 상처로 아플 때일수록 교회의 관심과 참여는 더욱 중요합니다. 그것이 주님의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20대 총선은 한 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정말 하루 사이에 세상이 변했습니다. 권력층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보와 돈과 언론 환경에다가 명분이야 어찌되었든 무능하게 보이던 야권이 분열까지 되면서 여당이 다수당을 넘어 개헌 가능선인 180석 심지어는 200석까지도 내심 바라는 현상이 일어났고, 그럴수록 변화를 바라는 민주시민들의 절망은 깊어만 갔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개헌 의석을 확보하고 때가 되면 내각책임제로 헌법을 개정하여 일본의 자민당처럼 장기집권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려서 나오느니 한숨과 탄식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전망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하더라도 총선 전의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 여당이 최소 155석에서 최대 170석까지 확보하는 것으로 개헌선은 아니더라도 과반 확보는 의심할 수 없는 미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민주적 의식을 지닌 정당과 후보들의 주장은 힘겹게 빽빽거리는 정도로 비쳐진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몇 달 전부터 주보에 총선을 위해 기도하자 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사회를 위한 기도 제목 중에 이번 선거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국민의 투표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사전 투표 참여하자는 운동을 했고 누구를 찍느냐는 두 번째이고 투표 참여, 특히 젊은 층의 참여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기는 했지만 사실 우리가 믿음이 적어서 일정부분 체념하고 만 것이 사실입니다. 그저 개헌선인 180석만이라도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기대치였습니다.

투표일 아침에 눈을 뜨니 이런, 하늘도 무심하시지. 창밖이 뿌옇고 밤새 비가 내렸고 아직도 날이 궂습니다. 투표율 생각하니 날씨도 원망스럽고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실제 당일 오전 투표율은 지난 총선보다도 못하고, 그러면 통상 개혁은 더 어려워집니다. 오전에 투표를 한 성도들이 SNS에 인증 샷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도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오전에 교인들이 연락을 해옵니다. 줄은 길게 서 있는데 젊은이들이 눈에 잘 안보입니다, 주변에 이야기 들으니 아직도 귀가 막혀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걱정입니다 등등. 이런 이야기 들으니 더 조바심 나고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목사인지라 답은 이렇게 썼습니다.
“권력과 언론이 국민의 판단을 호도하고 있지만, 주님의 놀라운 반전 카드도 기대합니다.”

그렇게 투표 시간은 후다닥 지나가고 벌써 마감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오전이 지나자 날씨가 맑아졌고 투표율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모든 촉각은 6시 땡 하면 나올 출구조사에 모아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6시, 2002년 대통령 선거 참여정부의 시작을 알리는 저녁 6시 출구조사 발표의 감격을 되찾고, 2012년 대통령 선거 날 6시 현 정부의 시작을 알리는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결과의 실망을 넘어서는 발표를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놀람과 충격, 그리고 감동이었습니다. 그후 제발 이 출구조사가 잘못된 것이 아니기를 간구하면서 보았고, 자정이 넘어서는 이제 개헌 선은 물론이고 과반도 주지 않게 된 것에 너무 감사하고 흥분하면서 잤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더 바뀌어 있었습니다. 여소야대는 물론이고 제1당이 바뀐 것입니다. 우리 사회와 역사에 대해 거의 거두어 들였던 희망을 다시 한번 되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특별히 김태년의원이 3선 의원으로 활동하게 되었고 원로목사님의 사위이고 민주화운동 세대의 대표인 이인영의원이 구로에서 역시 3선에 성공했습니다. 모두 축하하고 감사하고 앞으로 이 땅에 정치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한 막이 끝났습니다. 그 속에는 우리가 예기할 수 없었던 하나님의 놀라운 반전카드가 숨어 있었습니다. 개인의 인생과 역사에서 우린 그 맛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1.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1) 가끔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애수에 젖습니다.
삶 자체가 가라앉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슬픔의 냄새를 맡습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유명한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을 가끔 뒤져서 읽습니다. 그 마지막 부분입니다.

“ (중략)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그러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어찌 이뿐이랴? 오뉴월의 장의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보라색, 검정색, 회색 같은 빛깔들. 둔한 종소리. 바이올린 G현의 소리. 추수 후, 가을밭에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진 비둘기의 깃털. 자동차에 앉은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 떠돌아다니는 가극단의 여배우들. 벌써 줄에서 세 번째 떨어진 광대.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처녀의 가는 손가락이, 때 묻은 서류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될 때.
보름밤에 개 짖는 소리. 크누트 함순의 이 삼절. 어린아이의 배고픈 모양. 철창 안에 보이는 죄수의 창백한 얼굴. 무성한 나무 위에 떨어지는 흰 눈송이…
- 이 모든 것이 또한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

2) 우리들 인생과 역사의 그 근원에는 슬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는 때 사람은 철이 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갱년기일 수도 있습니다. 갱년기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닐 것이고, 인생과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과 가치가 이제까지와는 달라지는 것을 내 몸에서부터 느끼는 것이 그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반드시 들어있는 감정이 슬픔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그냥 눈물이 흐르고, TV에서 연속극 보다가 훌쩍거리고….
이처럼 인생 자체에 내재해 있는 슬픔은 변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특히 인간의 육신이 점점 약해지고 늙어가고 마침내 한 줌의 재나 흙으로 변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이 세상 모든 슬픔의 밑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려고 예로부터 불로초도 찾고 보톡스도 맞고 냉동인간도 실험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지만, 존재의 사라짐은 막을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거기서 파생하는 불안과 슬픔도 쉬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복음은 바로 여기서 작동합니다. 우리들의 삶을 뒤흔들어 놓는 근원적인 것에서부터 사소한 일상에 이르기까지 절망과 슬픔에 마주하여 진정으로 복음은 그 진가를 드러냅니다.
오늘 바울은 이 점을 아주 격정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2. 바울의 슬픔과 원인

1) 바울은 오늘의 본문인 고린도교회에 보내는 두 번째 편지를 쓰면서 매우 슬픔에 빠져있습니다. 고린도교회에 보내는 첫 번째 편지를 보내고 약 6개월이나 1년 사이에 또 긴 편지를 쓴 것입니다. 지금이야 편지 보내기가 쉽지만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 편지는 대개 인편으로 보내는 것이어서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웬만하면 편지를 보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1년 사이에 두 번이나 편지를 보내야 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앞장에서 바울은 고린도교회 교인 중의 누군가를 가리키며 매우 분노하고 있습니다.

“근심하게 한 자가 있었을지라도 나를 근심하게 한 것이 아니요 어느 정도 너희 모두를 근심하게 한 것이니… 이러한 사람은 많은 사람에게서 벌 받는 것이 마땅하도다.”(2:5~6)

얼마나 힘들었으면 바울과 교회를 근심하게 한 사람은 벌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바울이 공개적으로 선언할 정도였습니다.

바울은 이전에 고린도교회를 방문했을 때 어느 교인으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했다고 합니다. 이 일로 바울은 마음의 심한 상처를 입고 괴로움으로 편지를 썼습니다.

“내가 마음에 큰 눌림과 걱정이 있어 많은 눈물로 너희에게 썼노니~”(2:4)

천하의 사도 바울도 교인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괴로워하고 밤잠 못자고 눈물을 흘리며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울은 에베소에 있으면서 디도를 고린도교회에 보냅니다. 바울이 얼마나 마음이 초조했는지 디도를 고린도교회에 보내놓고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에베소와 고린도 중간 지점인 빌립보까지 가서 기다렸습니다. 다행히도 디도는 고린도교회가 바울에게 사과하는 소식을 갖고 오는 길에 바울을 만나 자초지종을 말하게 됩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신앙생활하다 보면, 어찌 교인만 목회자를 괴롭게 하겠습니까? 거꾸로 목회자로부터 큰 상처를 입는 교인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기도해야 할 것은 목회자와 교인들 사이에, 또 교인들 서로 간에 상처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처는 주님의 몸인 교회 공동체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2) 왜 고린도교인은 사도 바울에게 그렇게 심한 모욕감을 주었을까요?
어느 순간에 고린도교회에 유대로부터 온 유대인 기독교인들이 들어와서는 바울이 만들어놓은 신앙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위대한 사도라고 강조하고 황홀한 체험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유대인 기독교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고린도교회에서 가르친 바울을 마구 깎아내리고 비난했습니다. 한 마디로 바울은 사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이들은 바울이 못생긴데다가 말도 잘 못한다고 비난했습니다.

틴토레토, '성 바울의 순교'(430*240cm, 1556년경/ 이태리 베니스)

평생 복음을 향해 삶의 불꽃을 살랐던 사도 바울이 순교당하는 장면이다.

굴곡지고 비쩍 말라 뼈가 드러난 등, 쇠사슬로 묶인 채 하늘을 향해 모은 두 손, 전설처럼 바울은 머리가 많이 벗겨졌다. 고린도교회 교인의 비난처럼 바울은 못생기고 말도 어눌했다. 정말 질그릇 같은 바울의 삶 속에 하나님은 보배를 넣어 주셨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라는 보배! 그리스도인이란 이 보배를 간직하고 사는 사람이다.

사형 집행인은 양손으로 칼을 잡고 곧 그의 목을 향해 날선 검을 날릴 태세다. 다행히 한손으로 목을 치는 것보다는 힘이 세니 한 번에 바울의 목이 잘려 땅바닥으로 구를 수 있을 것이다. 순교자에게는 단번에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은총이다. 안 그러면 여러 번 목을 칠 테니까.

빛나는 천국에서 내려오는 천사는 양 손에 면류관과 월계수 잎을 가지고 순교자를 하늘로 영접하고 있다. 이 믿음이 기독교 2천년을 이어왔다. 내 속에 계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명이 나를 살릴 것이라는 믿음, 오늘 그 믿음이 그립다!

바울의 적대자들은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바울의 권위를 손상시킨 것입니다. 목회자는 가난해도 살 수 있지만 권위를 상실하면 더 이상 목회를 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이 권위이고 어떻게 해야 권위를 유지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권력기관이 아닌 교회 공동체 안에서 권위는 초대교회로부터 지금까지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이전까지는 고린도교인들에게 바울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 유대인 기독교인들이 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다시 바울을 보니 정말 그렇게 보였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직접 보거나 모신 것도 아니지, 신비한 체험을 강조하는 것도 아니지, 게다가 전설에는 그가 대머리라고 되어 있는데다가 얼굴도 못생겼지, 글은 잘 썼는지 모르지만 말은 도대체 논리정연하지도 못하고 멋있지도 않은 것이 눈에 띄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목회자와 교인들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한국교회는 신**의 대대적인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전에는 신** 유인물을 우편함에 살짝 넣어놓고 갔는데 요즘은 보내는 사람 이름과 주소 정확히 기재하여 당당하게 발송하고 이 메일로도 계속 보내고 스펨 처리하면 또 다른 사람 이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신**가 악한 것은 기존 교회에 몰래 들어와서 악마의 속삭임으로 분란을 일으킨 다음 목회자의 약점을 잡아서 내쫓고 교회를 빼앗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자기 패 사람들을 마치 전도한 것처럼 속여서 데려옵니다.

오늘 한국교회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이들은 처음에 얼마나 열심이고 착한지 모릅니다. 아주 친절하게 성경공부하자고 접근하고,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성경공부 장소로 데려가서 성경의 내용 중 일부분만을 편협하게 강조하여 사람들의 판단을 흐려놓습니다. 당분간 성경 공부하는 것은 교회에 비밀로 하라고 신신당부합니다. 그리고는 나중에 교회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오늘 바울은 이런 비슷한 과정을 겪은 것입니다. 바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어제까지 그래도 열심히 존중하며 신앙 생활하던 이들이 어느 날 당신은 사도가 아니오, 신비한 체험이나 황홀한 것도 없고, 게다가 얼굴도 못생기고 말도 잘 못하니 더욱 믿을 수가 없다고 했을 때, 바울이 받았을 충격과 슬픔은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
그래서 그는 분노했고 안절부절 못했고, 정신적인 충격에서 조급증이 생기고, 입맛도 없었을 것이고… 이 대 사도가 차분히 앉아서 기다리지 못하고 불안과 고통 속에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고린도후서 중간 중간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3. 우리가 예수의 죽음을 짊어짐은!

1) 바울은 이 죽을 만큼 힘든 과정을 어떻게 견디어 낼 수 있었을까요?
오늘 우리는 이와 비슷한 슬픔과 고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8~9절)

바울의 이 고백은 단지 수사학이 아닙니다. 실제로 바울의 삶에서 사방이 꽉 막히는 것 같은 상황을 경험했고, 답답하고 억울하고 낙심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으며, 또 박해도 받았고, 마치 사람을 거꾸로 매달아 놓은 것 같은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정말 이렇게도 안 되고 저렇게도 안 되는 때, 몸과 마음은 천근만근 무겁고 무너져 내리는데, 정말 간신히 겨우겨우 견디고 있는데, 거기다가 더 큰 시련이 내 삶을 짓누를 때, 우린 자동적으로 이런 생각을 떠올립니다.
아 이제 그만하고 싶다, 이제 여기서 그냥 끝내고 싶다, 자살은 이래서 하는구나 하는…!
오늘 바울도 이런 극단적인 심정이 아니었을까?

2) 질그릇에 담긴 보배
바울은 우리를 질그릇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2;7)

고급스럽지 않은, 특별나지도 않은, 튼튼하지도 않은 그냥 막 던져진 존재 같은 질그릇이 바로 우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아무 것도 아닌 질그릇 같은 우리들 속에 하나님께서는 놀라운 보배를 담아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 보배는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가 항상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짐은” (4:10 상)

놀랍게도 그토록 소중한 보배는 금이나 은이 아니라, 높은 지위나 미래가 보장된 약속이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의 죽음이라는 역설적 고백입니다. 죽음이 보배다? 이것이 기독교 복음의 핵심입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내가 지니고 있으면 그냥 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사방이 막막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생이 꼬여서 이제는 모든 것을 접고 그만하자 하고 싶을 때조차도,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우리들 각자는 질그릇처럼 남들보다 나을게 없고 태어날 때부터 보잘 것 없는 마침내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존재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우리 속에 그리스도의 죽음을 끝까지 간직하고 있으면 그것이 우리의 생명이요 보배가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 복음의 진수를 이해하고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을까요?

4. 그 모든 것의 근거로서, 부활!

내 속에 누군가의 죽음을 지니고 사는데 그것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는 강인한 생명의 원천이라는 것이 기독교 진리의 체계입니다. 죽음이 생명이 될 수 있는 분은 도대체 누구인가?
이것은 아무나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 (4:10 하)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생명으로 우리 몸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떡하든지 잃어버리지 않고 지니고 있으려하는 그리스도의 죽음은 죽음으로 끝나거나 죽음에 머물러 있을 수 없는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분은 생명 자체이시기 때문에 죽음이 그를 가둘 수 없으며, 그러한 주님의 죽음을 하나님께서 질그릇 같은 우리들 속에 담아주셨는데 그것이 바로 어떤 어려움도 고난도 절망도 슬픔도 이기고 다시 생명으로 꽃피울 수 있게 하는 부활의 능력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주님의 부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과 기독교 진리의 결정판입니다.

십자가에 죽으셨으나 그 죽음을 깨치고 부활하신 주님이 지금 질그릇 같은 우리들 속에 계십니다. 주님은 결코 슬픔과 절망 속에 갇혀 있을 수 없는 분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가 슬프고 절망적이고 고난 중에 있다면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아무리 무거운 어둠 속에 있다할지라도 우리가 그리스도의 죽음을 간직하고 있으면 그렇게 처참하게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그대로 부활하셔서 새로운 생명으로 일어설 것입니다.

바울의 신비는 이 믿음에 있었습니다.
2천 년 전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바울을 다시 일으키신 부활의 주님이 오늘 우리가 이 보배를 간직하고 있으면 똑같이 우리와 이 시대를 일으키실 줄 믿습니다.

이훈삼 목사(성남주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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