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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가 소통하는 법<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작가 | 승인 2016.04.18 10:33

우리와 다른 동물들이 공유하는 정신적 토대가 심오하고 광범위한 것으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인류는 현생 침팬지 및 보노보의 조상들과 분리된 뒤에도 많은 사건을 겪었다. 우리 인류는 얼굴과 입 근육을 훨씬 더 능숙하게 통제하고, 뇌는 비범한 궤적을 따라 발달했으며, 단어라고 부르는 특별한 정신적 장치를 사용하고, 시간에 따른 구조의 변화를 추적하는 데 뛰어나다. 이러한 성취와 그것의 결과적인 사고, 말, 복잡한 구문, 운율을 갖춘 시, 유치한 농담, 자기계발서 등은 지난 600만 년 동안 현저히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언어의 진화>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조지 레이코프와 메를로 퐁티를 접한 후 내 딴에는 나의 글쓰기 이론을 세련되게 다듬어보고자 했다. ‘글은 생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쓰는 것이다.’ 이 말을 풀기 위해 여러 차례 연습 삼아 되뇌고는 상대를 두고 시도해보았다. 적어도 내 말을 10분 이상 들으면 감탄을 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상대는 눈빛을 흐트러뜨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실패다. 역시 내 설명이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요즘 같은 때 뭐든지 한 방에 시선을 모으는 게 필요한데, 그게 참으로 어렵다. 그런데 어제 모임에서 나는 그것을 보았다. 덩치가 좀 큰 여성분이 자기소개를 하는데, “저는 백설공주입니다”라고 했다. 의구심에 찬 시선들이 그분에게 쏠렸다. “백만 명을 설설 기게 하는 공포의 주둥아리입니다.” 폭소가 천장을 뚫고 나갔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그분을 타인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저는 기독교학을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그런데도 EDPS(음담패설)의 대가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남친이 생겼고, 그래서 이제는 백설공주 안 합니다.” 그 순간 나는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맞아, 생각은 생각을 변화시키기 힘들지만, 몸은 한 방에 생각을 변화시키는 거야. 그 생각이 다듬어져 글이 되는 것이고.’ 억지로 지어내지 말고 백설공주처럼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면서 소통하는 법, 언제 내게 다가올까?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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