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사 미츠아키 교수 ⓒ이찬수

아시아 공동체론 세 번째 시간에는 삿사 미츠아키(佐佐充昭）선생(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교수, 한국근대사상과 종교)이 강사로 참여해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공동성과 차이성에 대해 강의했다. 선생은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을 위한 문화적 공통성이 존재하는 지에 대해서 현대 일본 문화론을 소개하고 있는 세 권의 책을 소개하며 강의했다. 

첫 번째 책 : 전통종교(유교,불교,도교)의 관점에서 본 동아시아 비교문화론
- 왕소봉, 『일, 한, 중, 삼국의 비교문화론—그 동질성과 이질성에 대해』 

첫 번째 책은 전통 종교의 관점에서 본 동아시아 비교문화론이다. 이 책의 저자 왕소봉이 말하는 한국 일본 중국은 바로 이렇다. 한국문화는 종족주의 문화로서, 가장 믿을 만한 인간관계를 혈연에서 찾는다. 이 종족주의가 사회에서 경제에 이르기까지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일본문화는 집단주의 문화로서 집단주의 일본인은 언제나 예의바르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중국문화는 개인주의 문화로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친족이나 집단보다 자기 자신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 상대방이 어떤 집단에 속해 있더라도 개인과 개인의 신뢰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시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러한 비교문화론은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동아시아 사회는 급속히 변화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는 잘 맞지 않는 부분도 많다. 이러한 문화론은 각국의 문화 안에는 항상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는 이른바 본질주의적인 사고가 있는 것이다. 왕소봉은 한중일 삼국의 문화에 대해 스테레오타입적인 이미지, 즉 획일적인 이미지를 독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책 : 일신교 문화의 관점에서 본 일본문화론
- 마이클 지렌지거, 『히키코모리의 나라—왜 일본은 잃어버린 세대를 낳았는가?』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지렌지거는 일본의 ‘히키코모리’를 주제로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는 히키코모리는 일본에 100만 명 이상이 있다. 이 사실을 저자는 개인적 병이 아니라 ‘사회적 병리’라고 한다. 

현대 일본 사회는 아주 평화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신경증 일보 직전의 정신 상태에 놓여있다고 한다. 일본은 국민 전체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일로 매진함으로써 기적적인 산업 효율을 실현시켰다. 그러나 이 균일적인 집단의 조화는 순응을 강요하는 압력, 비판을 저지하는 힘, 반대하는 자에 대한 억압, 외부인을 거절하려고 하는 병적인 배타성 등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본의 젊은이들에게는 표면화된 반항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면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히키코모리라는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나타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대인인 저자는 종교적 관점에서도 일본을 분석한다. 그리스도인이나 무슬림의 경우, 일의 선악을 판단할 때 ‘하나님의 가르침’이나 ‘성경’에서 근거를 찾는다. 그들은 손해와 이익을 기준으로 흔들리지 않으며 근본적인 신앙이 있다. 그러나 일본인의 경우에는 그것보다 더 상대적이고 인간중심적이며 실제적이다. 어떤 시대 혹은 어떤 국면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 번째 책 : 일본 기독교인에 의한 일본문화론
- 야마모토 시치헤이, 『‘공기’의 연구』

저자는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일본사회, 일본문화, 일본인의 행동양식을 분석해 ‘야마모토학’이라는 분야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야마모토학의 원점은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이 행한 만행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 지를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밝히는 것이었다.

“‘공기’를 읽어라!“

일본에서 유행어가 되기도 한 “공기를 읽어라!”라는 문구가 있다. 줄여서 KY라고 한다. 이것은 ‘공기를 읽는다(空気を読む)’는 뜻이며, 일본어의 ‘공기(空気, KUUKI)’와 ‘읽다(読む, YOMU)’의 영문표기의 머리 글자를 딴 약어다. 공기를 파악하지 못한 사람을 뜻하며, 공기를 파악하라고 명령할 때도 사용한다. 

‘공기’란 매우 강고하고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진 판단기준이다. 그에 저항하려는 사람들을 이단으로 여기고 사회적으로 매장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지니고 있는 초능력이다. 일본 사람들은 상황을 논리적으로 검토한 다음에 판단하여 결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단지 ‘공기’를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공기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저자는 공기는 저항할 수 없는 하나의 절대성을 가지고 있으며, 공기의 지배의 근원은 애니미즘에 있다고 보았다. 애니미즘이란 생물이나 무생물을 막론하고 모든 사물 안에는 영혼이 머물고 있다고 보는 사고방식이다. 천황제의 본질도 공기 지배에 있다고 한다. 

저자는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공기 지배를 비판한다. 일본사회의 폐쇄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분위기가 일본의 ‘공기 지배’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공기의 지배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어느 정도 들어맞는 이야기다. 한국의 전통적 종교문화도 애니미즘이나 샤머니즘과 같은 정령 신앙의 토대 위에 불교, 유교, 도교 등 중국의 고전 종교를 받아들이며 형성된 것이다. 한일 양국에는 아직도 ‘공기의 지배’가 뿌리 깊게 남아 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고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개방된 사회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찬수

스테레오 타입의 이미지를 벗어라

삿사 미츠아키 선생은 학생들도 특정 나라에 대해 가진 스테레오 타입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 후반부에서는 선생의 제자들이 제출한 한국과 일본에 관한 문화연구 논문의 예시(성형수술, 술문화 등)들을 보여주며 학생들의 큰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학생들의 수많은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수강생들과 교수의 Q&A

중어중국학과 선수현 : 일본의 오타쿠 문화가 히키코모리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도 양산했지만, 삶의 활력소가 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삿사 교수 : 나름대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좁은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하고, 자기가 자기 마음과 대화하는 과정에 뛰어난 상상력이 나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과 특히 일본 학생들과 얘기하다가 가끔 놀랄 때가 많다. 수업에서는 한 마디를 안 하는데, 직접 물어보고 대화를 하면 이 학생이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 있었구나 깨달을 때가 있다. 한국 학생하고 이야기 할 기회도 많다. 그런데 양국 학생을 비교하다가 가끔 한국 학생보다 일본 학생이 더 깊이 생각하고 있을 때가 많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일본 학생은 자기의 자아정체성이 무너질 즈음에 그 밑바닥에 있는 정신적인 세계까지 들어가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상상력이 뛰어난 것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것이 바깥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외부로 표현하지 않은 채 극단적인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어일본학과 조재현 : 개개인이 공기의 지배에 대항하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인가?

삿사 교수 : 개인의 생각이 바뀐다고 사회가 바뀐다는 것은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다. 움직이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생각을 바꾼 다음에 행동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우선 공기의 지배를 받지 않도록 자유로운 사고를 스스로 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자립된 인간과 인간이 서로의 인권을 중요시하는 연대를 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신자유주의 경제 흐름 속에서 빈부의 차이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기는 조’와 ‘지는 조’라는 유행어가 있다. 자신이 억압을 받고 있는 것 조차도 생각하지 못한다. 시민운동이나 정치적인 운동에 관심이 없다. 공기의 지배를 벗어나려고 시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행동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찬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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